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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늬 May 15. 2023

세종대왕이 즐겨드신 떡이자 치유식

음료와 죽으로도 먹는 구선왕도고, 가정 보양용 음식으로 상비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도 하다. 


만원 지폐의 앞면에는 세종대왕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데, 그 뒤에는 일월오봉도가 있다.


일월오봉도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산봉우리를 그린 그림이다.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궁궐 정전의 어좌 뒤편에 놓였으며, 왕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한다.


             

▲ 일월오봉도 한국기행_문화_여행_서울역사기행_풍경_087_궁궐, 한국교육방송공사

ⓒ 공유마당(CC BY)            관련사진보기



일월오봉도는 좌우 대칭과 균형을 이룬 그림이다. 맨 위쪽에 위치한 해와 달은 임금 혹은 왕과 왕비를 상징한다. 해는 하늘의 오른편에 빨간색으로, 달은 왼편에 흰색으로 표현했다.


오봉(다섯 봉우리)는 우리나라의 이름난 다섯 산을 뜻한다. 즉, 금강산·지리산·묘향산·백두산·삼각산(북한산)이다. 좌우에 위치한 소나무는 위엄의 상징이자, 왕의 후손들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이 그림에서는 가려졌지만, 화면의 가운데에 양쪽으로 폭포 줄기가 있으며 아래에 있는 물을 향하여 떨어진다. 


일월오봉도에서 그리고 있는 자연은 영원한 생명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것으로,  임금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궁궐뿐 아니라, 왕이 행차를 나갈 때, 왕이 죽은 후 초상화의 뒤에도 항상 일월오봉도를 두었을 정도이다. 


             

▲ 천보구여     이도영, 132x42cm / 안중식        ⓒ 공유마당(CC BY)



일월오봉도의 기원은 확실치 않지만, <시경(詩經)>에 나오는 '천보(天保)'라는 시를 말하는 몇몇 학자들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구여(九如)란 산, 언덕, 물, 달, 해, 소나무 등 아홉 가지이다. 


이 시는 신하들이 왕의 덕을 칭송하고 그를 위해 하늘과 조상의 축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천보구여'는 일반적으로 장수를 축복하는 의미로 쓰인다.




세종대왕이 즐겨드신 떡, 구선왕도고


구선왕도고는 아홉 가지 약재를 이용해 만든 전통 떡이자, 한의학 상의 처방이 들어간 치유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잡병 편: 허로> '비장이 허약할 때 쓰는 약'과 <잡병 편: 내상> '내상으로 비위가 상했을 때 조리하기 위해서 늘 먹어야 하는 약'의 하나로 구선왕도고를 소개하는데, 그 효능은 다음과 같다.


- 정신을 맑게 하고, 원기를 보하고,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음식을 잘 먹게 하며, 허손된 것을 보하면서 살찌게 하며, 습열(濕熱)을 없앤다.


이때 허로란 몸의 정기와 기혈이 허약해진 병증으로, 흔히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에 생긴다. 음식 조절을 잘못했거나 병을 앓고 난 다음 몸조리를 잘하지 못하여 생기기도 한다.


구선왕도고를 떡이 아닌, 음료와 죽으로 먹는 방법도 있다. <규합총서>에서는 구선왕도고를 말려서 가루 내어 볶아 미시(설탕물이나 꿀물에 미숫가루를 탄 여름철 음료)를 만들어 먹는 구선왕도고미수를 소개하는데, 이는 물에 타 마시는 건강음료이다. 


구선왕도고의이는 가루 낸 떡으로 응이(곡물을 갈아 전분을 가라앉혀서 말렸다가 물에 풀어 부은 것)를 쑤어 먹는 것으로, 특히 노인에게 좋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일부 가정에서는 이를 보양용 음식으로 상비하였다고 한다.


멥쌀가루에 볶은 율무 가루와 연자육, 백복령, 산약(마), 맥아(보리를 발아시킨 후에 건조한 것), 능인(마름 열매), 백편두(까치콩 씨), 시상(곶감 표면의 흰 가루), 검인(가시연꽃 씨) 등의 약재 가루를 한데 섞고 설탕물로 내려 쪄서 만들었다.


             

▲  연자육(좌) / 백복령(우)        ⓒ 윤소정            관련사진보기



연자육은 연꽃의 씨로, 신장을 보하여 정을 모아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남성의 정액이 저절로 나오는 유정이나 여성들의 냉 대하 등에 좋다. 또한 비위를 보하여 설사를 멎게 하고, 심장을 보양하여 정신을 안정시켜 가슴이 두근대고 잠을 못 자는 증상에 도움이 된다.


백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의 균핵으로, 소변을 시원하게 못 보거나 몸이 붓고 부대낄 때 좋고, 비정상적인 진액인 담음(가래)으로 인한 기침, 구토에도 효과적이다.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자주 놀라는 증상이나 불면증, 건망증에도 사용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미술관에서 찾은 한의학'에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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