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레라 시대의 사랑
플로렌티노 아리사가 그녀를 처음 만난 날, 그의 어머니는 그가 이야기하기 전에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가 말도 없어지고 식욕도 잃어버렸으며, 침대에서 뒤척이며 밤을 하얗게 새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편지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기 시작하면서 그는 설사를 하고 푸른색의 물질을 토하는 등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방향 감각을 잃고 갑자기 기절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의 상태가 상사병이 아니라 콜레라의 끔찍한 증세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맥박이 희미하고 호흡은 거칠었으며, 얼굴은 죽어가는 사람처럼 창백하고 식은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사를 해보니 그는 열도 없었고 아픈 곳도 없었다. 그가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느낀 것은 당장 죽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중에서
소설에서는 상사병에 걸린 플로렌티노의 상태가 마치 콜레라와 같이 설사와 구토를 했다고 묘사하고 있다.
설사는 대부분 소화기관의 질환으로 발생하지만, 몸의 전반적인 상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 받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맛있는 음식이라도 무슨 맛인지 모르게 모래알 씹듯 입이 깔깔하며, 체한 느낌이 들고 심하면 구역질이 나면서 구토를 할 수 있다. 배가 뒤틀리며 설사를 할 수도 있다.
많은 병의 원인이 스트레스인 것은 이처럼 심리 상태가 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설사는 그저 막아야 하는 안 좋은 증상일 뿐일까?
장은 수분과 전해질, 영양분을 흡수한다. 하지만 부패한 음식이나 오염된 물, 독성 물질이 들어온다면 장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 내의 수분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대변보다 물이 많은 설사의 형태로 배출된다.
이렇게 설사는 내 몸을 지키기 위한 반응이다. 그것이 직접적인 독소이건 내게 맞지 맞지 않은 음식(유제품, 기름기 많은 음식)이건 말이다.
가끔은 이러한 유형의 물질이 아닌 무형의 기운이 막힌 것을 소통하기 위해서도 설사를 할 수 있다. 상사병 때문에 설사를 한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이를 이용하여 한의학에서는 치료를 위해 설사, 구토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땀을 내기도 한다.
속이 뒤틀리고 아플 때 토하거나 설사를 하고 나면 통증이 가라앉는다거나, 열이 심할 때 땀이 난 후 열이 내리면서 나아지는 역시 이와 마찬가지 원리이다.
설사, 구토, 땀 중 어느 방법을 쓸 것인지는 병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보아 결정할 수 있다.
신체를 부위별로 나누어보면 겉과 속, 그리고 위와 아래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병이 피부, 체표에 가까이 있을 때는 땀으로 내보내고 안쪽으로 병이 들어왔을 때는 다시 위아래로 나누어 결정한다. 병이 위쪽에 있을 때는 구토를, 아래쪽 깊숙이 들어왔을 때는 설사를 시킨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이런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신진대사를 좀 더 빠르게, 기초대사량을 높이면서 노폐물을 빼는 원리인데 이 때는 꼭 설사라기보다는 배변활동을 원활히 해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
물론 환자의 체질과 현재 증상을 살펴보고 이러한 방법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체력이 허약한 환자일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하며, 때에 따라 기운을 보해주는 약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설사시켜 치료하는 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설사시키는 약을 먹은 지 오래되어도 설사가 나지 않으면 뜨거운 죽을 먹고, 설사가 지나쳐서 멎지 않으면 차가운 죽을 먹어야 한다. 약이 뜨거워지면 작용하고, 차가워지면 멈추기 때문이다.
- 설사를 시킬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설사약은 대개 공격적인 성질의 약물로, 병이 있을 때는 병을 공격하지만 기운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약을 먹어도 같은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차가 있기 때문이다.
위장관이 약한 사람은 약의 소화 흡수가 잘 되지 않고, 몸이 찬 사람은 약 기운이 빨리 돌지 않는다. 대부분의 한약을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약의 성질에 따라 때론 차게 먹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마다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감염에 의한 설사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먹었는데 설사는 멎었지만 피부가 부풀어 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한 등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역시 개인차이며 대부분 신체의 균형이 깨졌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일 경우가 많다.
한약이라고 하면 보통 보익해주는 약재가 많기 때문에 보약을 떠올리지만, 설사시키는 약은 보하는 것보다는 공격하는 약성이 강한 약일 때가 많다. 이때 체력이 충분한 사람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약한 사람은 기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약의 용량을 조절하고 이것으로 부족할 경우 보해주는 약을 더해주는 것이 좋다.
설사가 나면 일단 지사제를 생각하기 쉽다.
물론 수분과 영양분 손실이 극심할 정도로 설사가 심하면 일단 그 설사를 멈춰야 한다. 콜레라를 치료할 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도 설사하는 기간과 증상의 완화를 위해서이다.
하지만 특히 감염으로 인한 설사의 경우 무조건 틀어막아 설사를 멈추는 것이 오히려 병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나와야 할 독소를 빼주는 것이 설사가 가진 기본적인 의미이기 때문이다.
* 이미지 자료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