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감기와 다르다는데(1)

-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by 하늬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Egon Schiele: Death and the Maiden, 2016)


에곤 쉴레.jpg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 포스터


동시대를 살았던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도 그의 재능을 아낄 정도로 20세기 오스트리아 미술을 대표하는 천재적인 화가 에곤 쉴레(노아 자베드라)의 생애를 담고 있다.

그의 예술 세계에 영감을 준 사랑하는 여인, 뮤즈들과의 일화가 주를 이룬다.


클림트.jpg 클림트와 에곤 쉴레 - 영화 스틸컷


표현주의 화가 에곤 쉴레는 1890년 태어나 1918년에 죽기까지 채 삼십 년이 되지 않은 짧지만 강렬한 인생을 살았다.

영화의 부제 '욕망이 그린 그림'처럼 그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싶을 정도로 예술 앞에서는 거침이 없었다.


에곤 법정.jpg 재판을 받는 에곤 쉴레 - 영화 스틸컷


제1차 세계대전(1914~1918)과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피폐해진 20세기 초 유럽을 배경으로 영화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1918년에 처음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약 3000~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14세기 중기 대유행하여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했다는 페스트(흑사병) 이후 인류에게 닥친 거대한 전염병으로,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900만 명)보다 세 배나 많다.

이처럼 스페인 독감은 지금까지도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기록되어 있다.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은 스페인이 이 무서운 독감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니었음에도 스페인 언론에서 이 질병의 정보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이렇게 명명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오년 독감’이라고 불리며 당시 조선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740만여 명이 감염되고 그중 14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독감은 감기와는 비슷한 듯 다른 특징을 가진다.

두 질병 모두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고, 호흡기 질환으로 나타나는 증상도 비슷하다.

언뜻 독감의 뜻이 '독한 감기'이며 감기가 심한 것이 독감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감기와 독감은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 세 가지로 나뉘는데, 사람에게는 주로 A형과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독감을 유발한다.

감기는 리노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 많은데 그 외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200여 개가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를 예방하는 백신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고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독감 예방 주사는 있고, 감기는 없는 이유이다.


감기는 급성 상기도 감염질환으로 콧물, 기침, 인후통 같은 코와 목 부분의 증상이 두드러진다.

순 우리말로는 ‘고뿔’이라 하는데, ‘코에서 나는 불’을 뜻한다. 감기에 걸려 콧물이 흐르거나 코가 막혀 마치 코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열감이 느껴지는 감기의 증상으로 인해 이름 지어진 것이다.


독감은 감기에 비해 열이 높으며(38도 이상) 근육통도 심하다. 주로 상부 호흡기계에 증상이 나타나는 감기에 비해, 독감은 오한과 고열, 근육통, 피로감 등의 전신적인 증상이 더 뚜렷하다. 폐렴 같은 호흡기 합병증, 심근염 등의 심폐질환의 악화로 이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독감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 요법이다. 타미플루가 대표적이다.

독감 증상이 나타난 지 2일 안에 투약하면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을 하루 이틀 정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어린이의 중이염 발생률 및 노약자의 합병증 위험도 낮춘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10대 청소년에서 이상행동 같은 신경정신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고, 복용자의 약 10%에서 오심과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는 대증요법이다.

독감으로 나타나는 발열 및 두통과 근육통을 줄이기 위한 치료이다.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함유된 약을 먹거나 수액을 맞는 것이 포함된다.




한의학적 치료 또한 가능하다.

독감 발열.jpg

위의 그래프는 미국 내과의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1년)의 논문 자료이다.

성인 독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한약인 ‘마행감석탕 合 은교산’ 복용했을 때 위약을 투약한 환자 그룹에 비해 발열 증상 시간이 10시간 줄었음을 알려준다.

위약이란 환자에게 심리적 효과를 위해 주는 가짜 약으로 이중맹검(double blind) 조사에서 약효를 시험하기 위해 투약한다. 실험대상자의 절반에게는 위약을, 나머지 절반에게는 효능이 있는 진짜 약을 주어 비교하는 것이다.


또한 같은 연구에서 위약 복용군은 바이러스 감염이 심하고 세균 감염이 함께 발생하여 34%가 항생제를 복용한 반면, 한약인 ‘마행감석탕 합 은교산’을 복용한 환자 그룹은 9.7%만이 항생제를 처방받았다고 한다. 이는 한약 복용군의 경우, 바이러스가 억제되고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해야 할 만큼 심각하게 병이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보통 고열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누런 가래가 나오거나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폐렴 합병증을 의심하는데 이럴 때 항생제를 투여한다.


마행감석탕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황, 행인(살구씨), 감초, 석고가 들어간 처방으로 기침, 천식 및 열이 나고 목구멍이 마르며 가슴이 아픈 증상에 사용된다.

은교산은 금은화와 연교(개나리 열매)를 포함하여 박하, 길경(도라지 뿌리) 등의 약재가 들어간 한약이다. 기침, 인후통과 두통, 발열 등에 자주 쓰인다.




국제학술지 '천연 의학'(Phytomedicine, 2007년 2월)에 따르면, A형 독감 소아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오셀타미비르; Oseltamivir)만 투여했을 때, 한약인 마황탕을 단독 투여했을 때, 항바이러스제와 마황탕을 같이 투여했을 때 해열되는 시간의 차이가 있었다.


독감 한약 병용.jpg


열이 내리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항바이러스제만 복용 시 24시간, 항바이러스제와 한약 병용 시 18시간, 한약인 마황탕 단독 복용 시 15시간이었다.


마황탕은 마황, 계지, 감초, 행인이 들어간 처방으로 오한, 발열과 근육통, 두통 및 숨이 가쁜 증상에 사용 가능하다.




일본 의사들로 구성된 일본의학회 산하 동양의학회에서도 독감 치료에 한약을 복용하거나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한약을 병용하는 치료가 효과적이라며 권장하고 있다.




* 사진 자료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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