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1918년 오스트리아의 빈,
여자는 독감에 걸렸지만 임신 6개월이기 때문에 (모르핀) 주사도 맞을 수 없다.
남자 역시 40도가 넘는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여자는 독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남자의 여동생은 오빠를 간호하기 위해, 의사를 부른다.
의사는 먼저 그녀에게 마스크를 쓰라며 그가 직접 가져온 마스크를 준다.
호흡할 때 고통을 덜하게 모르핀을 주사하고, 환자의 안정을 위해 아내의 죽음을 알지 못하도록 한다.
여동생이 뭘 해줘야 할지 묻자, 의사는 독한 술을 잔뜩 넣은 차와 식초 찜질, 흉부 압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열이 내리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것이라고 말한다. 퀴닌(말라리아 치료약으로, 해열제로도 쓰임)을 구할 수 있으면 좋지만, 암시장이 아니고는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며칠 후 여동생은 퀴닌을 구해왔지만, 이미 그는 죽은 후였다.
짧은 생애 동안 300점의 유화와 2000여 점이 넘는 데생과 수채화를 남기고 스페인 독감으로 유명을 달리한 에곤 쉴레의 마지막 모습을 영화는 차분하게 담아내고 있다.
독감이 유행하면 인구의 10~20%가 걸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고, 노약자들에게는 합병증도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의 사망률은 2.5%, 1957년 아시아 독감과 1958년 홍콩 독감 때는 0.1%였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계절성 독감에 걸리고 수십만 명이 숨진다고 한다.
매년 수억 명이 걸리는 계절성 독감의 치사율은 이보다 조금 낮은 0.05%이지만,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해마다 수십만 명이라면 이 숫자는 결코 작지 않다.
백신과 치료제가 있다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독감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무기가 있다는 뜻이고, 우리는 독감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해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고 있어 백신만으로 예방할 수 없는 독감이 있고, 치료제(항바이러스제)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독감에 걸려도 며칠 앓고 나면 툭툭 털고 있어나, 다시 예전의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독감보다 가볍다는 감기 한 번에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거나 다시 재발하는 등 비교적 작은 병인 감기에도 오랜 기간 고생하고, 이로 인해 더욱 몸이 약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평상시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여 체력을 만들어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 이미 병이 들고 아픈 이후에는 약의 효과도 생각만큼 좋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으로 고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의학 치료는 도움이 된다.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의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라면 더욱더 한약 치료를 고려해보면 좋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마행감석탕, 은교산, 마황탕 외에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저렴한 가격에 복용할 수 있는 보험약도 있다.
바이러스 폐렴, 천식, 폐부종, 기침 등 호흡기 질환에 자주 사용하는 소청룡탕이 대표적이다.
한약이라고 하면 흔히 보약을 떠올린다.
하지만 열을 내려주고 염증과 통증을 없애는 실질적인 효능을 가진, 양방의 여러 약들 못지않은 치료약들이 있다.
또한 보약은 그저 몸이 피로할 때 챙겨 먹는 건강기능식품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체력이 약하고 병을 이겨낼 힘이 없는 사람에게 있어, 보약은 무엇보다 중요한 진짜 약이다.
항암 치료를 예로 들어보자. 독한 항암제를 버티고 이겨낸 사람이 암과의 전쟁에서 결국 승리한다.
아무리 항암제가 내게 해로운 암세포를 공격하는 꼭 필요한 약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체가 힘든 과정이며, 이를 내 몸이 견뎌내지 못하면 암세포를 몰아내기 전에 내가 먼저 지치게 된다.
독감도 마찬가지이다.
치료제도 부담스러울 만큼 약한 사람,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 치료가 된 후에도 예전같이 정상적인 체력으로 회복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보약이 필요하다.
물론 이때 보약이란 그 사람의 상태와 증상에 맞는 약이다.
평소 폐가 약한 사람에게는 폐를 좀 더 튼튼하게 하는 약을,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는 영양분의 소화 흡수가 원활히 되도록 돕는 약이 그 사람에게 보약이다.
그저 녹용을 비롯하여 몸에 좋다는 약재를 섞어 넣은 비싼 한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질병이라는 전쟁에서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무기는 많을수록 좋다.
단 한 가지 무기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망가지거나 뺏겼을 때 속수무택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한의학, 한방 치료라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무조건 한의학이 양방의학보다 낫다, 우월하다, 이것만 믿어라'는 요즘 세상에 통하지 않는다.
다만 한의학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음에도 미처 알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 경우라면, 한방 치료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뮤즈들과 함께 작품 활동에 전념했던 불꽃같은 에곤 쉴레의 삶과 대조되는 마지막 병상에서의 초췌한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그가 좀 더 건강하게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안타까움이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