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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늬 Dec 26. 2022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무의 재미있는 효능들

한국인이 사랑하는 3대 채소인 무를 담은 그림

배추, 소금, 고춧가루 등 김장에 필요한 재료는 많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이다. 갓 담근 김장김치 속 시원하고 아삭한 무는 생각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한다. 무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채소에 손꼽힐 정도로, 여러 음식에 다양한 조리법으로 활용된다. 


우리가 주로 먹는 무의 부분은 뿌리로, 대표적인 뿌리채소로는 무와 당근이 있다. 무 뿌리의 모양은 원형·원통형 등이 있고 색깔도 흰색·붉은색 등으로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옛그림에서 무를 찾다 

               

▲ 표암첩-무 강세황, 18세기, 비단에 수묵담색, 24.5 x 16.3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관련사진보기

   


표암 강세황(1713~1791)의 <표암첩>에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표암첩에는 산수, 산수인물, 화조 및 파초, 연꽃, 모란, 대나무, 포도 등 다양한 그림이 담겨있다. 위의 무 그림은 주위에 다른 어떤 사물도 없이 한 개의 무를 정면에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차분하고 담백한 필치와 색감을 보여준다.


              

▲ 기명절지도 병풍(부분) 안중식, 1901년, 비단에 채색, 병풍 각 폭 212x42.3cm, 화면 각 폭 144.9x 36.9cm            ⓒ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안중식(1851~1919)이 그린 10폭의 기명절지도 병풍의 일부이다. 강세황이 그린 것보다 좀 더 긴 몸통을 가진 무를 교차해 놓았고, 아래쪽에는 주홍빛 호박이 보인다. 안중식은 조선 말기의 화가로, 장승업을 존경하여 그의 화풍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그림뿐 아니라 시를 잘 짓고 글씨에도 뛰어났는데 특히 행서를 잘 썼다. 행서는 약간 흘려 쓴 한자의 서체로, 해서와 초서의 중간 형태이다.


안중식은 고종 재위 기간인 1902년, 도화서 화원으로 어진도사도감(조선시대 국왕의 초상을 그리는 일을 주관하는 임시 기구)에 참여하여 고종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는 세부적인 묘사력이 탁월해 인물화와 화조화를 잘 그렸으며 산수화에 뛰어났다. 남종문인화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북종화인 청록산수화도 많이 그렸다. 청록산수는 여러 종류의 안료로 채색된 산수화로, 산을 청색과 녹색 계열로 칠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또한 안중식은 대상의 특징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그리는 기명절지화에도 능했다. 근대적 성격을 가진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 교육기관인 서화미술회에서 조석진과 함께 많은 후학을 양성했고, 최초의 근대 미술 단체인 서화협회 회장으로 활동하였다.


             

▲ 기명절지도 가리개 19세기~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병풍 각 폭 204.7x63cm, 화면 각 폭 138.5x53.5cm        ⓒ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기명절지도가 그려진 2폭의 가리개이다. 각 폭은 선비 정신과 문인의 문방청완 취미를 상징하는 물건들로 채워져있다. 문방은 옛 선비들의 문방구 즉 벼루와 묵 같은 용품을 뜻하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공간인 서재의 의미도 있다. 문방청완은 서재에서 좋은 문방구나 서책, 고동기 같은 기물을 감상하는 그 시절 선비들의 취미생활이라 할 수 있다.


기명절지도 가리개의 위쪽에는 자기와 고동기 등의 물건과 지조와 절개(국화), 부귀(모란), 순결(백합)을 상징하는 다양한 꽃 그림이 있다. 화면의 맨 아래쪽으로는 밤과 붉은 무 같은 좀 더 친숙한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푸른색의 무꽃이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무는 십자화과에 속한 채소이다. 십자화과에는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겨자, 냉이, 유채 등이 있어, 배추과 혹은 겨자과라고도 한다. 십자화과는 꽃잎과 꽃받침조각(꽃받침을 이루는 각각의 잎 조각)이 모두 4개이며 십자 모양을 이룬다. 무의 꽃은 옅은 자주색 또는 백색이다.


             

▲ 무꽃 무꽃, 최경이(좌)/식물_0617, 박우미(우)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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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등장하는 무 


무는 비타민C가 풍부하며, 소화를 촉진하고 해독해 주는 작용이 잘 알려져 있다. 감기 예방, 숙취 해소, 변비 예방, 다이어트 등 다양한 용도로도 이용된다. 


동의보감에서는 무의 여러 가지 효능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무의 하기(下氣) 작용으로, 무는 기운을 잘 내려준다. 초목 중에서 오직 무가 기를 빨리 내리는 것은 매운 성질 때문인데, 무의 씨는 더욱 기를 잘 내려준다고 설명한다. 


둘째는 국수 독을 다스려 국수를 먹을 때 함께 곁들이면 소화에 좋다.


셋째로 주치(술을 마시면 항문이 붓고 아프며 때로 피가 나오는 치질) 치료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은 무의 즙을 내어 콧구멍에 넣으면 편두통을 치료할 수 있다는 효능이다. 숯 연기를 맡아 머리가 아픈 경우에도 생무즙을 내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무를 뜻하는 한자어는 나복(蘿蔔)과 내복(萊菔)이다. 특히 무의 씨는 여전히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약재로, 이를 내복자 혹은 나복자로 부른다. 내복자 역시 무와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소화를 돕고, 체기가 있거나 소화 장애가 있을 때 좋다. 또한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인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에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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