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이어지는 감염병 유행으로 이동수단 관련 위생기능을 제공하겠다는 자동차 브랜드들의 공약이 뜨겁다. 외부 유해물질을 거르는 유입 공기의 필터에 이어 실내 자외선 살균 기능은 기본이다. 미래에는 외부에 웬만한 사고와 재난이 발생해도 차안이 더 안전한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인 더 더스트는 정체모를 미세먼지로 오염된 프랑스 파리에서 선천성 호흡 장애로 대형 의료용 캡슐에서 살고 있는 딸을 지켜낸 과정을 그려낸재난 영화다. 사실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단골 소재인 화재나 폭발, 지진과 전염병 같이 시시각각악화되는 동적인 위험요소보다는정적인 미세먼지 안개를 소재로 하는 위기 상황은 사실 좀 애잔하고 억지스럽다.미세먼지 안개를 뚫고 솟은 에펠탑은 오히려 운치가 있는 파리의 분위기를 스크린에 담은 것만 같다.
저 멀리 안개 속에서 솟은 에펠탑
긴장감이 부족한 미세먼지 안개만큼이나 아쉬운 부분은 과학적 고증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오염된 공기에 장시간 노출되었던 사람들이 각혈도 아닌 거품을 물고 쓰러져 죽는다든지, 폐활량이 그나마 큰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는 상황에서 야생으로 돌아간 대형견이 미세먼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을 쫓는 장면은 반려견 역사가 깊은 프랑스가 가장 기본적인 수의학 상식을 경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사람처럼, 강아지에게도 미세먼지는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윤화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특히나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관객으로 가장 섭섭했던 부분이라면 자동차의 첨단기능을 무시했다는 점이었다.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기술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차량들은 승객의 생명과 안위를 보호하기 위한 실내오염정화기능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나 터널 진입 시 짙은 농도의 외기 오염을 99.9%효율적으로 걸러줄 수 있는 헤파 필터 등 기술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마띠유가 파리의 낮게 깔린 미세먼지 안개 사이를 헤쳐가며 지나쳤던 길 위에 있던 차문들 옆에는 차량 정화기능 따위 소용이 없었다는 듯 축늘어진 시신들만즐비했다.만약 '생화학무기 방어모드' 기능을 USP(Unique Selling Point)로 보유한 테슬라 차량이었다면 미세먼지 안개 속에서도 유유자적하게 주행하고 있었겠지. 아니 헤파 필터라도 장착한 어느 차량이었든 문을 닫고 수십 분을 버티며 파리를 탈출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테슬라의 생화학무기 방어모드
테슬라는 차량 외부보다 차량 내부 압력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해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원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기체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해 오염된 외부의 공기가 다른 공간으로 내부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일반 차량에 설치된 필터의 10배 크기인 화생방용 헤파 필터로 거른 공기를 들여보내 이른바 '생화학무기방어 모드 Bioweapon Defence Mode'를 완성했다. 실제로 초미세먼지가 기준치의 10배가 되는 풍동? 챔버 실험에도 실내 공기를 2분 만에 안전한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테슬라의 내기 정화 실험
이와 유사한 컨셉의 실험 이벤트가 국내에서도시연이 되었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넥소를 런칭하면서'달리는 공기정화기'내세운 넥소가 오염도가 높은 공기를 빨아들여 전기 생산에 활용하고 깨끗한 공기로 내뱉는 사이클을 직관적으로 표현되었다. 또 넥소 관련해서는 밀폐된 공간에서 수소연료전지의 청정한 배기가스로 호흡을 하는데 참여한 스페인 수영선수의 실험도 있었다. 넥소나 테슬라가 인 더 더스트에 등장하지 않은 건 영화의 작은 흥행을 위해서라도 얼마나 다행인가!
넥소의 미세먼지 정화 실험
미세먼지보다 위기감이 커진 코로나 바이러스 팬더믹에 이르자 자동차 브랜드들은 바이러스나 감염병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하려는 실내 정화 기술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운전자와 승객이 내리면 UV램프로 실내공간(캐빈)을 살균하는 위생 기술까지 적용되면 어지간한 호텔이나 항공기 객실보다 깨끗한 환경이 될 것 같다. 다만, UV램프가 조사하는 자외선은 직접 쬘 경우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하차한 상태로 차내 살균이 진행될 예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