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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 Feb 05. 2022

달리는 차량 위에 나는 메타버스

레디 플레이어 원

메타버스는 운전에서 자유로워진 미래차 탑객들, 특히 운전자들에게 운전 이외에 다른 활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 허락한다. 만약 운전자와 탑승객이 집에서 있을 때보다 매우 한정적인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초연결을 통한 메타버스 접속은 훨씬 생산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초연결 기반 메타버스는 사람과 사람을 메타버스 내 어느 공간으로든 이동이 가능하고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케 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하 RPO)은 바로 이런 올-마이티 월드 메타버스를 화려한 영상미를 통해 긍정적으로 묘사한 SF영화다. 미래차를 다룬 글들이기 때문에 SF영화를 많이 다루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 민망하지만 조만간 레디 플레이어 투가 개봉한다도 하니 이 글을 읽으며 전작을 다시 떠올리는 것도 추천드린다. RPO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 소설의 부제는 '2045년 가상현실 오아시스 게임에 숨겨진 세 가지 열쇠를 찾아서'라고 하니 3편까지 제작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챈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다시 기념비인 첫 번째 시리즈를 돌아가 웨이드가 메타버스인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공간이 폐차장에 쌓인 밴이라는 점에 주목해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동차라는 공간은 이동을 하는 동안만큼은 특별히 할만한 것들이 없어 지금도 스마트폰을 자주 보게 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운전을 안 한다면 집중할만한 무언가를 하기에 최적화된 곳인 것 같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시야 일부 가리고 있는 체 속에서 문을 닫는다면 내부에서 나는 소리가 감각을 자극하는 전부일 듯하다.


그만큼 몰입이 쉬운 곳에서 접속하게 되면서 차량 안에서의 메타버스는 더욱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다. 커피를 노트북에 쏟아서 화장실에 씻으러 가야 한다 거나 1시간 전쯤 돌렸던 빨래가 다되어 알람이 울려서 세탁물을 꺼낼 생각을 하는 거주공간과는 집중도가 다르다. 메타버스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에게 이벤트나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물리적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메타버스 이전부터 차량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설계해왔던 OEM사들에게는 고유 영토라고 생각해왔던 그 공간을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사들과 애플, 소니 같은 IT 공룡들에게 내어줄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것도 어찌 보면 경쟁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용자 경험(UX) 설계에 앞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OEM사들미래차 기술 도래에 대응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꼽게 될 것이라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Mckinsey 컨설팅, 2019, 자동차 S/W 및 E/E 시장 전망)


현재로서는 OEM사 메타버스를 통해 어떤 사업모델을 구축해 돈을 벌겠는 것인지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어찌 됐든 OEM사들에게는 알짜인 S/W에 배제되고 단순 H/W나 제공하는 하청업체 역할로 전락하는 모양새는 최악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플랫폼을 제공하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관련성이 적었던 테크 자이언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플랫폼을 지배하면 광고나 수수료 수익이 기대할 수 있을까 해서이겠지.


그렇지만 RPO에서 '오아시스'라는 플랫폼을 창조한 신적인 인물 아노락은 메타버스 속 전지전능한 신이지만 이를 이용해 돈을 벌지 않았다. 아니,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메타버스에 가상화폐를 도입해 시장 생태계를 조성했을 뿐. 오히려 '오아시스'에서 돈을 벌고 있었던 건  플랫폼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아이템을 모두 판매하는 옴니채널 서비스 사업자인 IOI였고, 아이템리스 상품으로 만들어 구매 고객들을 빚더미에 앉게 하고선 갚지 못하면 강제노역을 강요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아, 디스토피아 미래를 그린 또 다른 이야기로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한 상황작금의 현실에찾아볼 수 있다. 가의 자동차 리스 상품이나 부동산 담보 대출 등의 원금과 이자를 제때 납부 못한 이용자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추심 또는 압류하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건 상품이 실물인지 가상의 물건인지일 뿐이라 미래는 현재의 반복이라는 게 다시금 명언이라고 생각되게 다.


한편, 오아시스의 어두운 면을 모르는 주인공 웨이드는 시궁창 같은 현실세계 대신 위안을 주는 '오아시스'를 문자 그대로 즐왔던 유저였고 창조자 아노락의 철학을 무시하는 IOI의 행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메타버스의 경제 사회 구조를 적극적으로 바꿔보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주인 아르테미스 포함한 반 IOI 단체인 하이파이브는 이스터 에그를 얻고 나서 권력화한 기업 IOI을 올바르게 컨트롤해서 개선하고자 다.


이렇듯 플랫폼 생태계의 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게임 체인저인 메타버스에는 계관을 구성한 플랫폼 사업자, 가상세계의 정책에 맞 상품을 개발해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자, 두 개의 큰 축을 이루는 사업자들의 자산을 기반으로 프로모션 이벤트를 주관하는 마케팅사, 말했다시피 결제 및 리스금융 관련 금융사,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를 이용하게 될 개인 유저, 끝으로 소비자 권리 보호단체 또는 규제기관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리고 RPO가 상징하는 것처럼 마음먹은 대로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와 이를 이용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한 서비스 사업자들이 가치사슬 앞단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OEM 사들은 미래 모빌리티 라이프의 상당 부분을 가상영역으로 옮겨 줄 메타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그저 물리적 이동량의 감소을 관망하면서 메타버스 접속 단말기로 전락하는 자동차의 H/W 공급자로 만족할 것인가? 최근 변화하는 산업계 동향을 비춰볼 때 그렇지는 않을 듯한데, 전자기기 전시회인 CES를 안방처럼 차지한 미래차 테마 부스들과 테슬라를 필두로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볼 때 OEM 사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향후 10, 20, 50년 뒤 우리의 미래에는 OEM사들이 모빌리티 라이프를 넘어 어떤 영역에서 우리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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