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가 내연차량에서 친환경차량으로 전환하는 미래 파워트래인 경쟁에서 글로벌 제조사들보다 한걸음 앞서, 혹은 차별화 전략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차세대 파워트래인으로 선언하자 향후대세가 전기차인지 수소연료전지차가 될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외계문명과 마치 치밀한 체스게임을 두는 듯했던 영화 오블리비언에서는 자동차가 아닌 비록 드론의 것이긴 했지만 수소연료전지가 미래 동력원으로 등장한다. 지표의 약 70%을 차지하는 풍성한 바닷물에 포함된 수소와 산소에 전기화학반응으로 일으켜 발생한 전기를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드론이 날기 위해 물공급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망각'이라는 의미인 오블리비언의 스토리라인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영화상에서 물을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는 인류가 활용하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외계문명의 주에너지원으로 지구를 지배하면서 약탈하고자 하는 자원이었다. 저항군이었던 인류가 내세운 그것은 핵융합이었기 때문에 영화 오블리비언은 인류와 외계의 대립구도가 메인이지만 핵융합과 연료전지 중 무엇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도 상상력을 제공하는 재미도 선사한다. 첨단기술을 갖춘 외계문명은 자신들이 필요한 물을 지구에서 빨아들여 이곳저곳의 연료전지에 사용하고 인류는 실용화를 마친 핵융합로로 근근이 버티게 되지만 종국에는 핵융합 에너지를 폭탄으로 활용해 외계문명을 물리친다.
영화에서 외계문명의 에너지원으로 등장한 연료전지는 재미있게도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우주선에서 필요한 전기와 식수를 한꺼번에 공급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수소연료전지 역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아폴로 프로젝트는 안정성이 부족했던 연료전지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는데, 1967년 2월 아폴로 1호 시험 발사 당시, 이륙 직전 캡슐(사령선)에서 폭발이 발생했는데 우주인 3명이 목숨을 잃었고 연료전지 문제 때문에 희생된 것이 아니냐는 관계자들의 자책감으로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개선을 위한 자구책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뒤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는 전선 피복의 스파크가 캡슐 내 산소를 폭발시켰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오블리비언에 등장하는 드론이나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등 이동수단에 적용된 연료전지는 사실 주기능인 이동할 때를 제외하면 소규모 발전원으로 활용가능한 분산전원이다. 움직일 때는 전기차와 별반 다르지 않은 파워트레인의 모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전기가 소모되고, 모터가 꺼지면 남은 전기는 어디로든 공급이 가능하다. 연료전지는 얼마나 스케일업하느냐에 따라 발전량이 결정되는 몇 안 되는 발전원인데 나사가 아폴로 프로젝트를 통한 발전시킨 연료전지를 전직 나사 연구원이 기술 이전을 통해 설립한 블룸에너지가 연료전지 분야의 애플, 테슬라로 불릴 만큼 성공적으로 상용화했는데 팬시한 디자인과 성능을 통해 차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99%의 수소가 사용되는 수소연료전지 차량과 달리 블룸에너지는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어떻게 천연가스를 이용해서 수소와 산소가 필요한 연료전지를 구동할 수 있을까? 그 원리는 블룸에너지와 같은 연료전지 시스템의 개질기에 있다. 개질기는 매탄(CH4)으로 이루어진 천연가스에서 다량의 수소를 분리해 연료전지에 공급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점이 차이점인데, 오블리비언에서처럼 물에서 수소를 손쉽게 분리해낼 수만 있다면 블룸에너지같은 발전원들도 당연히 물을 공급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테지만 아직까지 비가역 반응을 쉽게 유도할 수 있는 경제적인 방안이 없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발전원 기술로 시작한 연료전지가 차량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독일과 일본에서였다. 차세대 파워트레인의 확보 차원에서 개발되어온 수소연료전지 차량이 최근 들어 양산형으로 전환이 검토된 것도 그나마 수소 공급단가가 점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 수소공급단가는 kg당 6,500~7,000원인데 1kg이면 대략 100km가량 주행할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수소연료전지 차량으로 왕복한다면 대략 6.5kg 충전에 4만 5천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다. 만약 준중형 승용차로 갈 때 5만 5천원 정도보다는 싸지만 전기차로 갈 때 2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보다 두 배나 비싸다.
수소연료전지 차량은 그보다 앞선 1834년 최초로 만들어진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 움직이는 광의의 전기차 범주에 속해 있으며 파워트레인에 적용된 메카니컬 피직스의 기술 요소도 대동소이하지만 배터리를 대신하는 수소연료전지의 특성으로 배터리보다 출력이 제한적이다. 이론적으로 최대출력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전기차의 배터리는 Formula-E 서킷 검증을 통해 수퍼카 제조사들이 향후 도입하고자 하는 매력적인 차세대 동력원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수소연료전지 차량은 이보다는 안정적 출력을 통해 정숙성을 요하는 세단과 같은 차종에 보다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오블리비언에 나온 드론이라면 얼마나 많은 수소를 쓸까? 시장에 출시된 비슷한 사이즈의 수소연료전지 드론에는 2~3kW의 파워팩이 달려 판매중인데 수소연료전지 차량에 장착된 90kW와 동일한 성능에 사이즈만 다르다고 볼 때 2~3퍼센트 남짓되는 연료로 구동되는 샘인데 이론상으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1.3kg 수소 충전이 필요하며 드론의 일반 속도가 130km/h인 점을 감안할 때 5시간 만에 왕복이 가능하다. 또한 날아다니는 드론의 개수가 비약적으로 많아지면 모르겠지만 오블리비언에서처럼 문명이나 생명체가 극히 희귀해 보이는 상황에서 길이 아닌 상공을 다니는 드론으로서는 차량보다 교통체증이나 마찰의 영향을 덜 받는 장점이 생기고 동일한 양의 수소로도 더 많은 이동이 가능해 보인다.
또한 완충 상태든 방전 상태든 상당한 중량을 차지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달리 수소 탱크는 지구 상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을 액체상태로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에너지로 활용하고 물의 형태로 배출하면서 전체 중량은 점차 더 가벼워진다. 테슬라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 중량은 0.5톤, 500kg이나 되는데 비해 연료전지 모듈의 무게는 GM에서 92kg, 혼다에서 48kg로 개발되었고, 경량화 스포츠카에는 19kg까지 적용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 최초의 연료전지는 800kg이었고 부피 또한 거대해 2열을 점령하여 운전석과 조수석 밖에는 없었다) 또한 케이블을 통한 충전 인프라 연결이 쉽지 않은 공중에서도 수소의 공급은 기존의 공중급유와 유사한 방식으로 충진이 가능해 사실상 거의 영구적인 비행이 가능해 드론의 에너지원으로 장점이 많다.
또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미 무게가 상당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차급이 커질수록 비례해 증가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연료전지시스템은 스케일업한다고 해도 모듈별 부속설비를 공유할 수 여지가 크다. 그래서 넥쏘나 미라이 같은 승용 연료전지를 대형화해서 상용에 적용한다고 해도 소위 BOP(Balance of Plant)라고 불리는 부속설비들은 크기나 중량이 별로 증가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되어 수소연료전지는 대형 상용모델에 최적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최근 현대에서 시내버스에 수소연료전지를 도입한 것은 대형화된 차량에 수소연료전지가 유리한 점을 인지한 전략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보다 향후에는 장거리에 유리한 수소연료전지의 특성을 기반으로 수소연료전지 고속버스나 장거리용 트럭에 적용하는 것도 매우 탁월할 것으로 본다.
이처럼 수소연료전지는 전동화되는 차량이나 비행체를 경량화할 수 있는 친환경 파워트레인이다. 지구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침략한 외계문명이 인류를 감시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 무인드론을 선택했다는 설정은 고양이가 쥐를 생각해주는 격이지만 자원활용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수긍할만하다. 다만 아직까지 수소연료전지에 사용되는 수소의 70~80%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생수소로 결국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궁극적으로 오블리비언과 같은 수소연료전지가 미래세대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혁신적 수전해 방식과 신기술로 향후 수소 공급망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