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완벽한 인지능력을 가지고 제작되어 천재에 가까운 '전격 Z작전'의 키트와는 달리, 최근의 최첨단 차량들은 Connected Car 기술을 통해 차량 데이터를 수집하여 빅데이터 화했을 때 비로써 스마트한 기능이 배가된다. 하나의 거대 디지털 디바이스로서 Connected Car는 운전자를 광활한 인터넷 네트워크 또는 스마트홈,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등 디지털 도메인에 연결시켜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제공한다. 그래서 Connected Car가 '우리집' 등으로 지정된 GPA 좌표로 접근하면 미리 승인된 스마트홈 도메인으로 신호를 전송해 사용자가 설정한 조건에 맞도록 냉난방을 가동하고 조명을 켜서 집주인을 맞이하거나, 반대로 집에서는 스마트홈 시스템이 지정된 음성명령을 인식하면 Connected Car의 시동을 켠다거나 예열시키고 충전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다.
이미 테슬라 같은 전기차 선도업체들은 앱의 제한이 없이 설치 가능한 OS(Operating System)를 기반으로 차량을 마치 스마트폰처럼 활용할 수 있는 IT 환경을 제공한다. 이 움직이는 디지털 디바이스는 직접 통신망에 연결되어 있어 스마트폰같이 앱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마치 개인화된 스마트폰같이 작동하지만 스마트폰과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많은 양의 센서가 차량 내외부에 부착되어 있어음성, 카메라, 적외선, 위치 센서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또한 디스플레이, 음향, 시트 조정이나 사이드 미러 구동, 더 나아가 구동부까지 작동시킬 수 있는 기능이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사인 Mckinsey가 설정한 기준인 C3X(Customer Connected Car Experience)는 이러한 Connected Car 기술 적용의 수준을 5단계로 정의해서 좀 더 명확한 개념을 전달한다.
Mckinsey C3X의 Connected Car의 가장 원시적인 단계는 매스 브랜드의 승용차에 이미 적용된 LV.1 수준의 연결성(Connectivity)으로 운전자 자신이 스마트폰, 패드 같은 디지털 기기로 기본적인 차량 이용을 추적하고 차량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데, 블루링크나 UVO를 통해 원격으로 공조를 조절하고 시동 On/Off를 제어하는 현대차그룹의 커넥티비티처럼 국내 OEM사들이 이미 서비스를 대중화시킨 상태다. 위에서 예를 든 테슬라처럼 첨단 커넥티비티 기술을 활용해 미래의 편의사양을 출시한 하이엔드 OEM 브랜드들은 LV.2에 해당하는 조금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Wifi 핫스팟을 제공한다거나 커넥티비티를 기반으로 한 원격점검 및 사전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옵션을 구성하거나 또는 월정액 서비스(Subscription) 형태로 수익화하고 있다.
아직은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C3X 세 번째단계(LV.3)에서는 오직 운전자에게만 초점을 맞췄던 서비스가 탑승자 전원(싱글 또는 소가족 단위)을 대상으로 하고 개별 탑승자에게 개인화된 편의장치 구동 및 맞춤형 인포테인먼트가 제공되며, 이제야 비로소 다수의 탑승자 '유저'모수를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Connected Car는 기업과 탑승자를 양단에 둔 멀티사이드 플랫폼으로서 수익형 사업이 가능하게 된다.
네 번째 단계와 다섯 번째 단계는 차량들이 전체 IT산업의 발전과 발을 맞추며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시각적 디스플레이로 제공되었던 UX는 우선 자연어 대화형으로 발전되었다가 향후에는 복합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한 정보전달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래서 탑승자들은 차량과 교감을 하고 탑승자들을 개인별로 식별하여 데이터로 수집되는데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탑승자 취향(대화, 클릭뷰 , 방문장소) 및 컨디션 등 일상정보 범위로 확대되어 맞춤형 서비스의 기반이 되고, 비로써 탑승자들에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운전자와 운전자의 가족 등 탑승자를 잘 알고 광활한 인터넷 네트워크 및 도메인에게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영화에서 다뤄지는 Connected Car 기술은 사실 이런 분류와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미래다.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에서 사이퍼 역으로 열연한 샤를리즈 테론은 닥치는 대로 차량들을 해킹해 원격으로 제어해 가면서 '좀비카'로 활용한다. 3km 내 위치한 수천 대의 차량에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해 해킹한 '좀비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따라 계획된 경로를 짐승떼처럼 돌진하며 테러 무기로 활용된다. 특히나 압권인 장면은 건물에 주차해 있던 차량들이 '이젠 비를 내려'라는 지시와 함께 건물에서 쏟아지는 장관을 연출했는데 흡사 움직이는 바리케이드같이 테러 목표의 동선을 차단한다.
그야말로 커넥티비티를 천재적으로 이용한 테러다. 내용 흐름상의 압권은 수천 대의 차량을 '좀비'처럼 해킹해서 조작하는 장면인데 리콜을 받아야 하는 취약 차량이 타깃이 됐다. 여기서 지칭하는 취약 차량은 아마 소프트웨어에 있어 방화벽 같은 보안수단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기 때문에 테러에 악용된다. 테러 장면에 등장하는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는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분노의 질주와 같은 범죄가 가능하려면 차량이 일정 수준 이상의 IT 기능과 커넥티비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라는 측면에서 그리 부끄러울 일도 아닌 것 같다. 이중 가장 중요한 3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첫 번째 조건은 광대역 통신, 두 번째 조건은 군 단위 플릿주행, 세 번째 조건은 커넥티트카에 심어진 악성코드인데 차례대로 살펴보자.
광대역 통신 '좀비카테러'의 공간적 배경이 된 뉴욕은 내로라하는 세계 첨단기술들의 무대 같은 곳이지만, 실상은 아직 5G 네트워크가 완벽하지 못한 상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9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 중의 하나인 버라이즌도 5G로 달라질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대중과의 공감을 이제야 시작했고, 후발 통신사인 스프린트도 이제야 뉴욕을 포함한 9개 도시에 초기 5G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차량에 장착된 수백 개의 센서 데이터 송신과 이를 연계해 차량을 제어하기 위한 데이터 수신에는 5G급의 광대역 통신망이 필요한데, 뉴욕은 이러한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5G급 통신망을 아직은 갖추지 못했다. 천부적인 사이버 테러리스트 사이퍼는 어떻게 차량을 컨트롤했을까? 바로 인공위성이었다. 다가올 뉴욕의 5G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신에 인공위성 데이터 통신을 통해 대상 차량들을 컨트롤한다. 하지만 사실 위성통신의 속도는 최고 45 Mbps로 요즘 4G만 하더라도 1초면 가능할 10메가의 동영상 전송에 4초가 걸려서 5G에 비해면 매우 느린 편이다.
커넥티트 카를 위한 통신망에 있어 빠른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안정성인데 밀집도가 높은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량에 도시 곳곳에 배치된 기지국을 기반으로 끊기지 않는 안정적인 데이터 송수신을 제공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A 기지국 서비스 영역에 있던 차량이 빠른 속도로 B기지국 서비스 영역으로 진입하면 기존의 A 기지국에서 송수신되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B기지국으로 전환해 송수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반대로 인공위성이 지상의 초고속 통신망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사이퍼가 분노의 질주에서 5G를 이용하지 않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것은 속도보다는 테러 계획을 수행하기 위한 '안정성'에 우선순위를 두었던 것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군단위 플릿주행
두 번째로 수십대 또는 수백 대의 '좀비카'들을 테러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몰아가는 기술은 군단위 플릿주행으로도 볼 수 있는데, 단독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의 고도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차량 간 V2V(Vehicle-to-Vehicle) 커넥티비티인데, 예를 들면, 차량들 사이에서 WLAN 통신방식들을 이용하여 하나의 대열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열을 만들면 상호 간의 충돌을 방지하는 것을 물론이요, 앞선 차량이 먼저 감지한 위험을 후방 차량에 알려 위험을 회피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만일 뉴욕에서 좀비 떼같이 차량이 달려들어야 하는 영화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기능이 없었다면 플릿주행을 시작한 때부터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수천 대의 차량들은 뒤엉켜 중요 인사를 대상으로 한 정밀테러가 아니라 도심의 교통정체를 유발한 불특정 소프트테러의 도구로 전락했을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V2V 커넥티비티를 활용한 군집주행 기술은 현재 상용차 제조사, 특히 트럭 제조사들이 첨단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하고 있다. 플래투닝이라 불리는 이 주행방식은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주로 트럭 등 산업용 화물 차량 여러 대를 하나로 묶고, 후방 차량이 인간 개입 없이 선두 트럭을 자동으로 따라가는 집단주행으로 트럭 간 커넥티비티로 상호 방향, 신호, 위치, 속도 등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으면서 차량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기존의 자율주행 기능을 보완한다. 유럽에서는 지난 '16년 플래투닝 챌린지가 개최되어 트럭 및 버스 업계에서 볼보만큼이나 유명한 SCANIA나 볼보, 다임러 등이 커넥티비티 기반 군집주행 기술의 위상을 겨루었던 기회가 있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완벽한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두 차량에는 반자율주행격인 운전 보조기능을 작동하고 이동을 시작하면 뒤를 따르는 2~3대의 차량들이 주변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군집주행을 시작한다. 후미차량에서는 자체 센서로 위험을 감지해 회피해야 하는 시간보다 선두차량에서 미리 감지된 위험을 로컬 커넥티비티로 전달받아 실재 회피해야 하는 시점까지 몇 초 간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 또한 선두 차량 및 앞 차량에서 경감시킨 공기저항으로 인해 후미 차량에선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는데, 다임러 벤츠에서는 대형 상용차에 적용된 하이웨이 파일럿 커넥트(Highway Pilot Connect) 기능으로 플래투닝 주행을 했을 때 연비 및 온실가스 배출이 약 5% 정도 개선된다고 했고, 대형 상용 브랜드 SCANIA는 선두 포함 4개 차량 플래투닝 가정시 약 7%의 연비 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온보드 시스템의 악성코드
세 번째로 단시간에, 그것도 5G도 아닌, 인공위성의 통신속도를 통해 수천 대의 차량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한데 그것들 중에 가장 유력한 조건은 사전에 차량의 온보드 컴퓨터 시스템에 심긴 악성코드다. 한 보안전문가는분노의 질주가 눈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DDoS 공격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는데 이 기술은 해커가 '미리' 준비한 좀비 PC를 통해 해킹 대상에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켜 무력화시키는 원리이다.
왜 미리 심어진 악성코드가 중요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차량의 정보처리 체계를 살펴보자면,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커넥티트 카라고 해서 온보드 컴퓨터 시스템 내에서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제어부가 외부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인포테인먼트 및 온보드 진단으로부터 게이트웨이로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아 악성코드가 없이 단시간에 수천 대를 해킹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15년 7월 화이트 햇 해커 찰리 멀러와 크리스밸리섹이 크라이슬러의 커넥티트 카 Jeep 체로키를, 같은 해 8월 케빈 마하페이와 마크 로저스가 모델 S를 해킹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대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화처럼 찰나에 해킹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일 온보드 컴퓨터 시스템에 악성코드가 미리 심어져 있었다면 보다 짧은 시간 안에 게이트웨이를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리 인포테인먼트 업그레이드나 온보드 진단을 위해 외부망 접속시 숨어 들어간 악성코드는 사이퍼가 인공위성에서 송신한 간단한 명령만으로 내부에서 DDoS 공격을 진행해 게이트웨이를 무력화시키고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제어부를 장악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특히나 OTA(Over-the-Air) 기능이 없어 실시간 데이터 통신이 어려운 커넥티비티 레벨이 낮은 차량들의 경우, 카센터에서 연결시킨 온보드 진단 도구 등을 통해 악성코드가 온보드 컴퓨터 시스템에 잠입해 똬리를 틀고 있다가 잠시나마 데이터 통신이 허락되는 순간 알고리즘이 작동해 첨단차량을 '좀비카'로 전락시키는 게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그래서 혹자는 나날이 발전하는 새로운 공격방법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OTA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보안패치를 최신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를 반증하듯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서 사이퍼는 OTA가 제공되는 차량이라면 필요 없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이 적용되지 않은 차량을 도구로 악용해 '좀비카' 테러를 자행한다.
이렇듯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커넥티비티는 일종의 디지털 디바이스 역할을 해주는 차량과 외부를 연결하는 통신 네트워크가 기반이 되어야만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 첨단 차량이 해킹으로 인해 또는 본질적 결함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를 다룬 많은 영화들에 비해 기술적 개연성이 충분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다른 자동차 영화 또는 다른 분노의 질주 시리즈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