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 먹고 첫 자동차를 구매하고 애지중지 아끼던 차에 기스라도 났다치면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처음으로 찾게 되는 정보의 창구가 있다. 바로 자동차 동호회 카페다. 국내의 자동차 카페는 보통 차종별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있는데 자그만치 4천개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차가 출시될 때는 물론이고, 연식이 바뀔 때라던지, 펫네임(Pet name)이 바뀐 차가 출시됐을 때도 카페들이 속속 개설된다.
특별히 자동차 카페라서 유난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카페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다보면 다양한 소비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커뮤니티 모임을 위한 모임장소 대여는 기본이고 규모가 큰 카페에는 공연장 대관료도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카페는 특히나 자동차 관련 서비스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 카페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업체 직원들이 차량용품, 세차장, 정비업체 광고가 쏟아진다. 정보를 가장한 위장광고를 요령껏 걸러내는 것은 운영진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경우도 많다.
다만 광고도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귀한 정보가 되는 법. 돋보이고자 하는 '인싸'라면 단연코 주목해야 하는 분야는 튜닝인데, 부러움을 살만큼 돈도 많이 들고 이미 멤버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커뮤니티에서 효과 만점인 투자가 아닐 수 없다. 혹시라도 개성 넘치고 새로운 스타일의 튜닝 차량을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했다치면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TV시리즈 '카 마스터 : 튜닝의 신'의 Gotham Garage는 예술 경지의 튜닝을 통해 돈을 불리는 자동차 브로커 회사다. 폐차 직전의 녹이 쓴 자동차를 헐값에 사들여 미국 감성의 튜닝을 해주면 프리미엄 붙여 팔 수 있다. 기존 자동차의 모델명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꿔주는 튜닝 마술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은 양산체계가 대세인 국내 자동차 업계의 Value Chain이 어쩌면 비스포크 전문 테일러샵같은 맞춤형 제작으로 다양성이 증가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어쨌든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녹슨 프레임을 절단하고 선글라스도 쓰지 않은 채 노련하게 용접을 하는 Gotham Garage의 직원들이 적지않게 당황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각종 편의기능이 적용된 독일산 Smart를 개조하면서 차량 내부공간에 빡빡히 들어찬 와이어들 때문이었다. 아마 와이어를 따라 흐르는 전류와 시그널을 잡아내는 섬세함보다는 힘 좋아보이는 엔진을 감싸고 있는 매끈한 샤시를 종이장 다루듯 절단하고 구부리는 과감함이 DNA에 포함된 것이 아닐까? 미대륙 이주민들에게 주어진 환경을 개척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들 말이다.
한가지 더 재미있었던 점은 엔지니어 콘스탄스가 보이쉬한 매력으로 은근히 시선을 사로 잡는다. Gotham Garage의 엔진 전문가로 핵심적인 작업을 도맡고는 하는데 엔지니어링 실력만큼이나 트랜스포머 첫편의 아이콘이었던 메간 폭스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이미지로 남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잘은 모르겠지만 미국의 자동차 애호가들이 자동차와 찰떡같이 어울린다고 생각할 것 같은 이 여성 엔지니어는 모델도 겸업하고 있다고 하니 신의 한수와 같은 캐스팅이라고 하겠다.
반전 매력의 엔진 전문가 콘스탄틴
Gotham Garage에서 그래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리더 마크 사장님인데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사막을 누빌 것 같은 전형적인 서부 아메리칸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미국인들이 정말 선호할 것 같은 감성의 차를 만들어내는데 선수다. 그래서 수익성이 좋은 튜닝 전문업체의 오너이자 최고경영자로 회사와 팀의 모든 경영방침을 정하는 의사결정자이긴 하지만 그만의 결정적인 한방은 다른 무엇보다 튜닝 디자이너로서의 감성인 듯 하다. 평생에 한번 볼듯말듯한 색감의 페인트를 칠하자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며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떤 애호가에게 고가에 팔린 것을 보면 역시 Gotham Garage의 핵심경쟁력은 그만의 디자인 감각이 아닌가 싶다.
물론 팀에서 탄생하는 모든 디자인이 마크의 손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마크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미국 감성의 디자인에는 일가견이 있으며 마크가 직접 챙기기에는 손이 너무 달리거나 굳이 리더가 챙기기에 거래금액이 그리 크지 않은 차량의 경우는 차체 스탬핑을 담당하는 토니를 불러 방향만 공유하고 지휘를 맡긴다. Gotham Garage의 디테일 담당인 토니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업을 리드해서 튜닝을 완성하는데 이렇게 제작된 차량은 당장 급한 현금을 마련하는데 활용되거나 대박상품이 될 튜닝 대상으로 물색된 차량을 구매하는데 사용된다.
위에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Gotham Garage의 사업모델은 고객의 차량을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로 제작하고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는 단순한 튜닝 사업이 아니다. 폐차장의 차량들이 큰 돈을 벌기 위한 차량과 푼돈을 위한 차량들이 분류되고 나면 오너 경영인인 마크의 머리 속에 세워진 경영계획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튜닝이 필요한 차량을 물색하고 멋스럽게 튜닝하고 이를 살만한 고객을 찾아 판매해 프리미엄 남기는 브로커 업체다. 대상 물건을 레버리지하기 위해 튜닝이라는 전문성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일 뿐.
그래서 팀에는 튜닝의 성과로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도록 거래를 성사시키는 영업 및 거래 전문가인 숀 파일럿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숀은 어릴적 아버지의 자동차 공장에서의 경험에서 축적해온 상당한 자동차 정비지식을 기반으로 훌륭한 입담과 인맥을 활용하며 Gotham Garage에 실질적인 수입을 안기는데, 꽤나 아날로그적인 매칭 시스템을 애호하는 옛날 업무 스타일이긴 하지만 거래가 성사되어 지불한 금액을 보면 오너 경영인 마크 이하 Gotham Garage의 엔지니어 모두가 더운 날씨에 작업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동안 에어컨이 달린 사무실에서 편히 일해도 용서가 당연스런 이유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무실 근무만 해도 용서받은 숀
서두에 Gotham Garage가 단순 튜닝업체가 아니라 자동차 브로커 회사라고 이야기했던 이유는 바로 숀의 역량으로 성사된 거래로 자동차 튜닝의 가치가 레버리지되기 때문이었다. 흔해빠진 녹슨 자동차를 구해서 튜닝을 하고나면 조금은 더 시장가치가 높은 자동차와 트래이드되고, 이 차를 또 튜닝을 해서 시장에 내놓으면 Gotham Garage의 워크베이에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클래식카를 올릴 수 있는 시드머니로 활용된다. 물론 사짜가 하는 브로커업과 다른 점은 자동차 전문지식으로 바탕으로 기존 차량의 가치를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점인 듯 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앞으로 공유경제는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로 인해 차량을 소유하는 비중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반대로, 차량을 소유하는 그룹내에서는 소유자의 개성을 나타내고 커스터마이징을 하고자 하는 수요 역시 증가해 튜닝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노후 디젤차량의 LPG전환이라든지 전기모터로 전환하는 정책수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튜닝산업을 시장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동향에 따라 산업계의 변화 요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해 보인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에프터마켓에서 튜닝시장의 규모가 굉장한데, 단순히 외관과 편의기능을 테일러링하는 수준에서 발전해 성능 자체를 향상시키는 퍼포먼스 튜닝 산업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어 드래프트를 즐기는 일본 아마추어 레이서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춰주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래의 글로벌 자동차 산업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3D프린트같은 혁신기술을 접목한 튜닝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때 기업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기업이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