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프로젝트 OP.GG 채용 브랜딩을 시작으로
캡틴 데이나가 직접 쓰는 누틸드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10개월의 여정을 3편에 걸쳐 전달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1호 프로젝트였던 OP.GG 채용 브랜딩의 결과를 통해 누틸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후 조직을 만들기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2일. 어쩌다 요청받은 외주 프로젝트가 시작이 됐다. 전 직장에서 가장 재밌었고 잘했던 일을 제안받은 바람에 혹하고 넘어가버린 것이다. 직접 프리워커임을 선언하기도 전에 그렇게 얼레벌레 독립 노동자 신분을 얻었다. (참고 글: 독립 노동자의 시작, 가장 잘하고 싶은 일)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던 것 중 하나, 나의 첫 클라이언트는 오피지지(OP.GG)다. 7개월 차 백수가 얻을 수 있던 행운치고는 조상이 덕을 많이 쌓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대박인 셈.
혹시 게이머가 아니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피지지는 글로벌 게임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주요 서비스로는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글로벌 유명 게임의 전적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트래픽이 절반이 넘고, 월간 5,500만 유저가 방문하며 전 세계적으로 게이머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서비스다. 자랑스럽게도 국내 스타트업인 게 포인트.
하지만 그들도 고민은 있었다. 올해 초 당시, 서비스 유명세에 비해 채용 시장 내 직장으로서 브랜드는 인지도가 다소 높지 않았다. 또한 과거와 달리 시니어 인력 채용에 집중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말, 프리랜서 신분으로 오피지지 조직 내부와 TF팀을 꾸렸다.
내 미션은 하나였다.
오피지지팀 채용력에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줄 채용 브랜드를 함께 빌딩하는 것.
설득력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위해 나는 처음부터 데이터 기반의 근거를 찾길 원했다. 논문과 아티클, 여러 책을 통해 프레임워크 및 분석 기법을 정의했다. 창업자를 포함한 리더십 4명 1:1 인터뷰, FG 구성원 1:1 인터뷰 그리고 60여명 전사 서베이 등으로 전략의 재료를 발굴해갔다.
그를 통해 고용주로서의 내외부 평판이 어디에 와있는지, 핵심인재들과 리더십이 생각하는 차이는 무엇인지. 하나로 통일된 '오피지지다움'을 방해하고 있는 지점들을 찾아냈다.
채용 브랜딩 근거의 퍼즐이 하나씩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시장의 사업적, 채용적 경쟁자들도 이해해야 했다. 초등학교 때 스타크래프트 이후 게임에는 정말 문외한이었는데, 낯선 온라인 게임 및 e스포츠 시장을 공부해야 했던 것이다. 전혀 알지 못했던 산업 내에서 경쟁사뿐만 아니라 채용 브랜드 지향점이 될 수 있는 레퍼런스들을 매일 같이 공부했다. 그만큼 백수의 모터를 달구기에 충분한, 챌린징 한 과제였다.
그렇게 첫 프로젝트의 뜨거웠던 3개월이 지나고
그 결과, 대표님과 HR팀에게 전달한 산출물은 이랬다.
물론 분석 근거의 대부분은 파트너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고 누틸드만의 엣지인 프레임워크와 분석기법 또한 공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본 프로젝트의 종착지였던 오피지지의 새로운 채용 브랜딩 에셋을 통해 느낌까지는 엿볼 수 있기에 1호 산출물을 함께 보려고 한다.
누틸드가 제안하는 채용 브랜드 빌딩의 중심 축은 늘 핵심인재다.
채용 브랜드를 관리하는 목적이 바로 핵심인재와 같은 잠재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유입하기 위함이며, 핵심인재들이 이탈하지 않고 계속 근속하게 만들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조직에 진입했던 이유와 근속하는 이유를 모르고 산출했던 기존 내외부 채용 브랜드 메세지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인지하는 게 가장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다.
오피지지도 마찬가지였다. 핵심인재가 오피지지를 직장으로 만족하는 이유에는 기존에 어필해오던 유연하고 자율적인 환경도 있겠지만(정말 유연하다), '글로벌 유저가 쓰는 Top 서비스를 만드는 자부심'이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요인이었다.
또한 그들은 오피지지 서비스의 열성적인 팬이기에 열성 유저들만큼이나 브랜드와 서비스에 애착과 기대가 컸다.
마지막으로 발견한 핵심인재의 게이머 아이덴티티는 또 다른 핵심 코어였다.
게이머 핵심인재가 게이머 커뮤니티를 위하는
글로벌 서비스를 만드는 곳에 있다는 것.
우리는 그런 게이머들이 모인 곳이라는 것.
그걸 조직의 메세지로 느끼게 해 준다면, 내부 핵심인재의 이탈률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잠재 핵심인재의 마음도 쉽게 얻어낼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게이머의 희열에 주목했다. 게이머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와 패배.
즉, 게임의 Winner가 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순간 중 하나 일 것이다. 이 승패의 개념은 게이머들이 사는 세상을 다른 세상과 구분 지으며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명확한 승패가 주어지는 것은 삶의 다양한 영역과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Top 서비스의 일원이라는 자부심과 게이머의 아이덴티티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Key Message를 뽑았다.
우리는 게임 데이터 시장의 Winner라는 것.
당신이 이 시장에서 이기고 싶다면 합류할 팀은 바로
오피지지라는 이 드림팀이라는 것이다.
프로젝트 이후 오피지지는 채용 광고, 채용 페이지 등 모든 채용 콘텐츠의 가장 핵심적인 문장으로 이 메세지를 썼다.
이렇게 누틸드의 모태가 된 1호 프로젝트를 통해 오피지지다운 채용 브랜드 세계가 시작됐고, 지금은 자체적으로 더 멋지게 발전시켜 나가고 계신다.
시작에 필요한 관점과 방법론, 무기를 만들어드린 제 3의 동료는 매우 뿌듯할 뿐.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내재화를 목표로 했기에 더욱 그렇다.
(HR팀이 이제는 직접 채용 브랜드를 주제로 타운홀도 하신다고(!))
운이 좋게도 1호 프로젝트를 하던 당시, 소문을 들으신 여러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궁금해하며 먼저 연락을 주셨다. 원래부터 주요 고객일 거라 생각한 스타트업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대기업, 중견기업도 요청을 주는 게 신기했다. 구성원과 지원자가 어려운 건 다 마찬가지구나. 채용 브랜드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고민이었다.
아직 소개서도 없고, 제안서도 없고, 1호 결괏값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나뵙긴 했지만 계약 요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설명해드린 프로젝트 안내만으로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나를 믿어주셨다.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딛은 1인 프리랜서에게는 정말 좋은 상황. 처음에는 당연히 신이 났다. 하지만 요청 건수가 하나둘 쌓이다 보니 고민 또한 깊어졌다.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랴. 여러 러브콜에 응답하랴.
처음부터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에 매일 같이 새로운 수요를 접할 때마다 머리는 복잡해졌다.
모든 것에 압도되어 있는 그때. 벌써 다섯 번째 창업을 하고 있는 창업 선배이자 전직 VC였던 남편이 오랜만에 단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데이나가 돈 많이 벌려고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어영부영 가다간 당연히 보수가 높은 곳부터 줄 세우는 것 밖에 답이 없지 않을까? 데이나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왜 이 일을 하는지가 명확해야 할 것 같아.."
데이나는 왜 이 일을 하는데?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건데?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쉬는 시간 동안 그걸 정해봐
그 말에 힘 입어 (등 떠밀려?) '개인 워크샵'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제주 디앤디파트먼트 1인실을 5일간 예약하고, 거의 하루 종일 나가지를 않았다. 책을 보고, 영상을 보고, 메모를 하며 생각만 했다.
나는 왜 이 일이 하고 싶을까. 내 진심은 뭘까.
체크아웃을 하는 날, 나는 다행히 겨우 찾은 답을 손에 쥐고 있었다. 오랜 기간 한 질문만 고민했기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결론이 나오자마자 방향은 선명해지더라.
이렇게 '왜'를 찾자마자 신기하게도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제는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됐으니까.
또 하나의 깨달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은 내가 유명해지고, 혼자 잘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건 재미도 없을뿐더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이 아니었다.
분명 더 나은 실행을 위해서는 동료들이 필요했다.
한 번도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인생의 선택지,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렇게 올해 6월, 3명의 크루와 함께 누틸드가 탄생했다.
첫 번째 분기였지만 감사하게도 신규 고객사 3곳을 유치하며 출발선을 통과했다. 다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 프로젝트 요청을 많이 거절해야 했다. 누틸드의 존재 이유에 공감하고 문제 해결 방법에 진심으로 동의한 회사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함께한 세 곳, 뷰티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랩, 당시 소프트웨어 창작 플랫폼을 제공했던 레드브릭(구 위즈스쿨), 또한 당시 블록체인 기반 보안 솔루션을 주로 제공했던 수호아이오와 함께 하기로 한건, 정말 심사숙고해 선정한 결과다.
아트랩과는 오피지지와 같은 채용 브랜드 빌딩 프로젝트를 시도했고, 수호아이오는 미션/비전, 핵심가치인 조직문화 파운데이션을 함께 만들었고, 레드브릭과는 현안을 코칭해드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수호아이오처럼 파운데이션을 함께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수호아이오 프로젝트 요청이 조금 특별했는데, 직접 누틸드 서비스를 만들어내셨기 때문.
당시는 60명 내외 오피지지 팀을 대상에 맞는 서비스가 유일했던 터라 조직문화 기반이 세팅되어 있지 않은 초기 조직에는 드릴 게 없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하지만 박지수 대표님은 본인 팀처럼 초기 조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많은 스타트업에게 정말 좋을 거라며 수호와 파일럿을 해보자며 역제안을 해주셨고, 묘하게 설득이 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다른 잠재 고객이었던 레드브릭 또한 새로운 조직문화 기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두 조직을 통해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잠재 고객의 니즈를 통해 우리의 가능성을 조금 더 확장해볼 수 있었다.
웨딩북 때 조직문화 기반을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봤던 경험을 살려 프로그램을 짰고, 긴밀한 인터뷰와 과제를 드리는 코스를 만들었다. 그 덕에 누틸드는 창업자와 1:1으로 조직문화 기반을 만드는 역량까지 쌓을 수 있었다. 물론 운 좋게 두 조직 모두 거의 피봇팅에 가까운 변화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만나게 된 것도 정말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렇게 수호아이오는 새로운 사업 방향성에 맞는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를 갖게 됐고, 레드브릭도 마찬가지.
심지어 위즈스쿨의 새로운 사명, 레드브릭은 누틸드와 함께 만든 미션과, 비전에 걸맞는 이름을 갖기 위해 바꾸신 결과다 :)
3명의 크루와 3명의 현업 전문가 피드배커와 함께하며
'혼자' 시작한 작은 일이 '우리'가 하는 일로 성장했고
채용 브랜드와 조직문화 가이드는 창업자와 경영진, HR팀이 도와줬으면 하는 전문 분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누틸드가 제공하는 본질을 묻는 질문, 데이터 분석, 프레임 워크, 그리고 브랜딩 전략 기획의 효과를 파트너사의 만족도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즐거운 것은 여러 조직의 '우리다움'을 함께 만들어 세상에 내놓을 기회를 가진 것.
그 기쁨을 함께 나눌 크루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조직을 나왔지만 조직 이야기만큼 즐거운 것이 없었던 백수는
크루와 파트너사의 도움으로 돌다리를 하나씩 놓았고, 그렇게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결국 "어떻게 이렇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어요?"라는 거창한 질문에
"저한테는 재밌는 일인데 도와줄 곳이 있어서요"가 충분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 글 : 누틸드 캡틴 & 채용 브랜드 빌더 데이나
- 디자인 : 디자이너 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