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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틸드 Jan 06. 2022

조직을 만든다면 어떤 게 가장 먼저 필요할까?

누틸드 다큐(1) 존재의 이유 & 함께할 동료 찾기


캡틴 데이나가 직접 쓰는 누틸드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10개월의 여정을 3편에 걸쳐 전달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조직을 만들며 첫 번째 필수 준비물이었던 미션을 정하고 동료를 모으는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함께 데이나가 느낀 조직 빌딩의 진짜 의미를 전달합니다.





누틸드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   

누구나 ‘훌륭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누틸드는 3개월 일하고 한 달은 쉰다. 늘 가진 것을 소진해 인사이트를 주는 업이라 매번 시간을 갖고 채우지 않으면 서비스 퀄리티가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10월, 방학을 맞았다. 사업자를 내고 신규 파트너사 세 곳과 함께한 첫 분기를 불태운 직후였다.


분기 중에는 꿀 같은 방학만 생각했건만 정작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 우리 미션을 한번 더 디벨롭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나를 기다렸다. 신규 크루들도 들어올 예정이었고, 새로운 고객사도 있었고, 다음 분기를 위해 심지어 다음 분기 대기표를 뽑은 잠재 고객들도 있던 상황.


시간이 지나면 더 명확하고 고민할 게 없어질 줄 알았는데, 첫 분기를 끝내고 나서 보니 이제는 더 단단한 조직의 모양새를 갖춰야 했던 것이다. 그러기엔 나의 이유가 아닌, ‘누틸드’의 존재 이유로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기에, 시작점은 역시 나를 더 고찰하는 것부터였다. 한번 더 내가 왜 이 일을 이렇게 좋아하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갈 때 얼마나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지, 얼마나 즐거운지를 안다.

조직문화 일이 즐거웠던 것은 그 시너지를 만드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호의적이지 않은 조직환경만 경험했기에 고용주에게 불신을 가진 구성원과 시너지를 내는데 뜻이 없는 경영자들을 만날 때면 누틸드 일은 그저 홍보를 돕는 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까.
주변에 나와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과 왜 다르게 생각할까.


그 지점을 계속 생각했다.  


결국 여러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직접 조직으로 내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가 그 차이를 만든다는 것.


경험하면 자동적으로 믿게 된다.
그리고 믿는 사람은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원할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믿는 걸까.



Great teams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훌륭한 조직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우리는 더 나은 관계와 방법으로 일할 수 있다.




문자로는 당연한 얘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믿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모든 일에서 좀 더 나은 팀을 만들고 싶고, 좀 더 나은 팀 안에서 일하고 싶고, 그런 훌륭한 조직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정말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떻게 당연하게 되는 것인지가 포인트다. 들여다보니 그들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대부분이었던 것. 따라서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경험하는 사람을 늘리자.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에 함께하는 모두가 쉽고 자신 있게 훌륭한 조직의 시너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그래서 충분히 내가, 우리 조직이 훌륭한 팀으로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 그렇게 알고 나면 돌아가지 못하는 그 관점을 전파하는 것.


그게 우리 존재 이유였다. 그렇게 새로운 미션이 탄생했다.




물론 훌륭한 조직이라는 건 이데아 같은 얘기일 것이다. 절대적으로 훌륭한 조직이란 걸 정형화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훌륭한 조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각자만의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함께 그들만의 방법을 찾고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게 하고자 한다.



그 도전의 첫 번째 연구 과제는 ‘채용’이다.

’훌륭한 팀의 채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를 탐구한다. 그 중심에는 고용주와 구성원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채용 브랜드, 즉 고용주로서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에 가장 먼저 포커스한 이유다.


다행히, 시장의 니즈는 10개월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비스와 유저를 고민하는 일은 전문이지만, 조직을 만드는 일에는 초보인 경영자. 기존 HR역량은 뛰어나지만 관점을 바꿔 ‘우리다움’을 브랜딩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은 HR팀. 그들은 하나 같이 이 분야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 주요했다. 이후 조직문화/HR을 구성하는 다른 분야로도 연구 과제를 하나씩 늘려나가보고자 한다.  


우리는 그들을 실천하게 한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친절하게 경험시킨다. 함께 손에 흙을 묻히며 물고기를 직접 잡는 경험을 만든다. 양적인 성과를 단기적으로 내는 게 아니라, 정말 이 조직이 훌륭한 팀에 지속 가능하게 가까워질 방법이 무엇일지 진심으로 고민한다.


성장 단계와 니즈에 맞게 도움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채용 브랜드 빌딩 서비스, 조직문화 파운데이션 만들기, 채용 경험 디자인 서비스, 관점을 훈련하는 실무 현안 코칭 등 조직 니즈에 맞춰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데이터 기반의 채용 브랜드 전략 빌딩은 정말 수요가 높은 서비스.


철학과 실무가 중요한 HR 분야와 추상적이게 느껴지는 브랜딩 영역에서 정량적인 근거를 통해 결과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라는 평을 받았다. 따라서 이런 방식들을 통해 각 조직에 최적화된 ‘우리다움’의 무기를 하나씩 갖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매력을 조직 성과에 도움이 되도록 발굴해주는 것. 확신을 가지고 우리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



사업자를 내고 첫 3개월을 보내며
이것이 누틸드가 가장 잘하는 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임을,

우리는 알게 됐다.







돌아보니 창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

나와 함께 하고자 하는 동료가 있나요?



누틸드는 nu(new) + tilde(물결표 ~) 를 합쳐 만든 우리의 이름이다. 끝없는 망망대해와 파란 물결을 상상하고 만든 건 아니었고, 그냥 어떤 의미든 쉽게 붙일 수 있도록 이미 편견이 잡혀있지 않은 게 뭐가 있을까 하다 문장부호부터 뒤지기 시작한 것뿐이다.  


하지만 꿈보다 해몽들이 더 좋았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 가지 상상들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새로운 물결표, 붙여놓고 보니 new wave로 읽히기도 해서, ‘조직에 대한 새로운 흐름을 던질 거야’ 같은 가열찬 말도 내뱉어볼 수 있었다.

3개월 일하고 한 달 쉬는 루틴도 한 텀의 항해와 닮은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바다의 물결이 연상되는 여러 아이덴티티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은 크루, 팀을 가리키는 말은 선실을 뜻하는 캐빈. 조직문화를 처음 배웠을 때 배운 이론처럼, 조직을 정의하는 데 필요한 인공물을 하나씩 만들어낸 것이다.


문화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것임을 배웠다.


그중에서도 조직에서 부르는 호칭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 번도 대표가 될 거라 상상해본 적 없는 나에게 CEO나 대표라는 직함은 몸을 배배 꼬게 했다.


리더가 되려고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단지 내가 먼저 이뤄내고 싶다고 생각한 일이고, 내 일로부터 시작된 비즈니스이기에 리딩 할 수밖에 없는 것뿐이니까. 그 정도 무게감이면 좋을 것 같았다.  


바다를 한창 상상하던 나는 항해 기간 동안 방향을 제시하고 선원들의 성장과 안녕을 책임지는 선장의 역할이 그럴듯해 보였다.


그래서 대표 대신 캡틴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아우 오글거려. 처음에는 모두 흐흐흐라는 웃음과 함께 부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꽤나 역할극에 진심이다. 어느 곳에서나 당당히 ‘캡틴 데이나입니다’고 나를 소개하게 된 것 보면.  


하지만 캡틴은 혼자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함께하고자 하는 크루가 모집되는 것이 항해를 나갈 수 있는 선결 조건이다. 작은 돛단배 같았던 첫 미션을 만든 뒤, 나는 크루 모집을 시작했다. 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나씩 나열했고 각 롤에 맞는 주변 인물들을 떠올렸다.


사전 준비가 꽤나 철저했기에 하나 둘 떠올릴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만남을 요청했다. 그렇게 1기 크루로 3명이 모였고 감동적 이게도 그들은 누틸드를 ‘우리 조직’이라 불렀다. 이게 내가 누틸드를 지금도 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람을 모으셨어요?”



크루들과 일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자주 보이게 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냥 필요해서 제안했고 고맙게도 함께 해주겠다고 했어요.”라고 답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첫 멤버를 모을 때 썼던 나름의 방법은 있었다.

  


1. 우선 전제가 있다. 이미 좋은 평판, 기억을 남겼어야 한다. 그것도 없다면 호기심이라도...

2. 만나기 전, 상대가 본업에서 갈증을 느낄만한 예상 지점과 누틸드가 필요로 한 일 & 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전략을 짜서 간다.   

3. 밥을 무조건 산다! (이게 가장 핵심이었다고 얘기하는 크루들…)  

4. IR이라고 생각하고 설득력 있는 고용주 피칭을 한다.  



이 전략 아닌 전략으로 크루뿐만 아니라, 크루들을 코칭해줄 현업 전문가로 업계에서 후덜덜한 경력을 가지신 피드배커도 3명이나 합류하게 만들었다. 감사하게도 “데이나랑 일해보고 싶었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임해주셨다는 것. 물론 늘 인성이 좋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편이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돌아보면, 나와 함께 항해를 떠나고자 했던 크루가 존재했기에
작지만 사업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시작해볼 수 있었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캡틴이 되어야만 알 수 있는

조직 빌딩의 진짜 모습


캡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조직 만드는 법 정도는 대충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변에는 창업자 지인들이 많고, 대표님과 같은 눈높이에서 일하는 조직문화 업을 해왔었으니까. 심지어 공부한답시고 매일 본 것들이 조직 관련 책들뿐이었다.


하지만 웬걸. 실제는 달랐다. 나는 벌거숭이마냥 아는 게 없는 원숭이같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익숙하지 않은 일인데도 처음부터 잘해야 하는 일만 가득했던 것.


힘겨웠지만, 이렇게 의미 있고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선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분기 동료들 몰래 몇 번은 울었다. 그 책임감의 무게를 감당하는게 얼마나 어렵던지.


그때마다 내가 만났던 모든 대표님과 리더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왔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실제로 지난 분기를 마치고 나를 스쳐가주신 리더분들에게 감사 인사 투어를 했다는. ‘망나니같았던 사회초년생 데이나를 어떻게 그렇게 잘 이끌어주셨나요'라고 물어보기도ㅎㅎ



결국 조직을 시작한다는 건, 사업자나 법인 등록을 하는 게 아니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팔릴 제품을 만들어 계약을 해내고, 우리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선포하며, 그걸로 가슴 뛰는 동료들을 모으는 일이다.

그리고 방향을 기다리는 고객과 동료들을 위해 나도 알 수 없는 미래 계획을 계속 세워내야 하는 일.

결국 진하게 리더가 되는 일이다.


나처럼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조직을 만드실까.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생기는 스타트업과 스몰 브랜드를 보면 ‘저게 다 조직이네'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장님들은 저보다 당연히 더 뛰어나실 테지만 그래도 그중에 나 같은 우당탕탕하는 초보 캡틴들이 있다면, 하는 마음에서 세 편의 글을 썼다.


지난 1편의 조직 탄생기부터 시작해 다음 편 누틸드 초기 문화를 만든 기록이 이어질 예정.


누틸드가 우당탕탕하며 초기 조직을 세팅했던 기록이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우리에겐 다큐멘터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조직을 만들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될만한 질문으로 마무리를 할까 한다.   


1)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기에 이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나요?  
2) 내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함께 하고자 할 사람들이 있나요? 그들은 리더에게 무얼 기대할까요?   





- 글 : 누틸드 캡틴 & 채용 브랜드 빌더 데이나

- 디자인 : 디자이너 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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