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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넛츠피 Jan 17. 2023

초등학생이 사치를 부려버렸다!

돈과 나의 이야기 1화 - 달고나 FLEX


나의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이다.


우리 집은 당시 4천만 원을 대출받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입주했다.

나의 부모는 군산에서 무일푼으로 상경해 평일에는 전쟁 같은 출퇴근을, 일주일이 끝나는 토요일 퇴근길엔 시장에 들러 바닥에 떨어진 배춧잎을 주어 시래깃국을 푹푹 삶아 먹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지독하게 살아낸 덕에 서울 끝자락에 나와 오빠에게 방을 하나씩 내어주고 침대도 하나씩 채워주는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엄마는 이사오기 전에 살던 동네에 가자고 했다.

워낙 허물없이 인심이 좋은 시절이었고 엄마도 마음이 워낙 좋은 사람이었던 터라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가 왔다고 모두 모여 반갑게 반겨주셨다.

동네 아줌마들이 전부 모여 빌라 앞 평상에서 과일을 나눠먹었다.


‘딸내미 국민학교 들어간다며 벌써 그리 컸다고?’

‘아이고야 이제 시집가도 쓰겠다’


마주치는 아주머니들마다 내게 초등학교 입학 축하한다며 학용품 사는데 보태 쓰라고 천 원씩 오천 원씩 용돈을 건네주셨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엄마는 그날 인심 좋은 아줌마들이 용돈을 주실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날 동네 아줌마들이 주시는 용돈을 차곡차곡 내 애착 보조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조가방에 있는 돈을 전부 세어봤다. 정확히 3만 8천 원. 엄마랑 아빠는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부자라고 부러워했다.




얼마 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엄마는 내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엄마한테 말하고 그 보조가방에서 꺼내서 사게끔 했다. 학교에서 사인펜이 필요하다거나 색종이가 필요하면, 엄마는 함께 문방구에 가서 가격을 비교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 보조가방 속의 돈을 꺼내 값을 치르게끔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보조가방에 있던 돈 중 사인펜을 사는데 쓴 금액과 보조가방에 남아있는 금액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돈은 내가 꼭 필요하고 반드시 하고 싶은 것에 쓰는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가끔 나는 그 보조가방에서 300원씩 꺼내 뽑기를 사 먹기도 했다. 학교 앞에는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를 만드는 기계가 있었다. 300원을 넣으면 설탕이 나오고, 설탕을 불에 녹이다 보면 또 시간에 맞춰 소다가 나온다. 소다가 나오면 재빠르게 나무 막대기로 휘휘 저어 부풀어 오른 뽑기를 꺼내기 위해 국자로 탁! 치고서 누르개로 꾹 누른다. 정말 별다른 스킬 없이도 맛있는 뽑기가 완성된다. 달달하니 그게 얼마나 맛있는지, 엄마에게 300원을 꺼내 달고나를 사 먹는 것을 허락받는 날엔 4교시가 끝나는 시간까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300원을 쪼물딱 대며 하교시간에 뽑기를 해 먹는 시간만 생각했다. 당시 뽑기는 내게 최고의 사치였다.


달고나 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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