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현 현자
현자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맞선이라니, 엄마는 현자를 토끼털 공장에 취업시켰을 때처럼 들이밀며 결혼시키려 하고 있었다.
‘오늘 맞선 보는 총각이랑 결혼 혀, 술도 담배도 안 하고 엄청나게 착실허다니께’
‘엄마 무슨 얼굴도 안 봤는데 결혼을 하라 하는거여‘
엄마 손에 마지못해 붙들려 나온 현자는 죽상을 한 채로 다방 가죽소파 구석에 엉덩이만 걸치고 있었다.
딸랑하는 종소리와 함께 여자 둘에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엄마 또래의 여자 둘, 그리고 못생기고 키 작은 남자 하나.
현자의 앞에 앉기 전까지 현자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저 남자만은 아니길… 제발….
웬걸, 아니길 바랐던 마음을 와장창 깨며 엄마와 현자의 건너편 자리에 셋이 걸어와 앉았다.
170도 안되어보이는 키에 입은 툭 튀어나와서는… 으악 이렇게나 못생긴 남자라니,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더 최악인 것은 엄마 눈빛에서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겠다는 확신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서로 인사들 좀 하세요. 이쪽은 신태인에 사는 착실한 총각 김엽현, 이 처자는 내촌댁네 딸 강현자예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셔요’
남자쪽은 엄마가 아닌 큰형수와 함께 왔다고 했다. 큰형수가 현자의 엄마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걸로 보아 큰형과 나이차이가 제법나는 모양이었다.
어른들은 맞선 보는 두 남녀의 마음은 신경도 쓰지 않는지 곧바로 결혼을 논의했다.
‘저쪽 군산 쪽에 신혼살림 차릴 집한칸 있어라’
정순의 눈이 번뜩였다. 술도 담배도 안 하는데 집까지 있다니 그야말로 완벽한 신랑감이라 생각했고 엽현은 조그맣고 눈이 땡그란 현자가 마음에 쏙 든 듯한 내색이었다.
‘미자네 통해서 다시 연락드릴게유’
‘예, 뭐 집도 있겠다 걱정할 거 있가니유, 후딱후딱 살림 차려버립시다잉‘
현자는 집에 오는 내내 엉엉 울었다.
‘엄마 그 남자 너무 못생겼고 키도 작고 결혼하기 싫당께’
‘남자 얼굴뜯어먹고 사는것도 아닌디, 집도 있다는디 그냥 시집가라 가시내야’
날선목소리로 정순은 말했다.
현자가 아무리 울어대도 결혼에 대한 정순의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