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
태현 그렇게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다. 학교에서 손꼽게 공부를 잘했지만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그 위에 돈이 있어야 했고,
돈이 없으면 부모라도 온전히 곁에 있었어야 했다. 매일 태현은 동네에 품을 팔러 다니기 바빴다. 공부를 더하고 싶은 열망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열망을 품는 것을 멈춘 것은 공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한 날은 고구마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비가 온 다음날은 쓰러진 벼를 세웠다.
“태현이 그러지 말고, 부사관 준비라도 해보는 것이 어뗘? “ 스무살을 채워갈 때쯤 사촌 매형의 권유였다.
부사관은 중졸인 태현도 지원이 가능했다. 태현은 희망에 찼다. 중학교 성적도 우수하겠다. 자격조건은 충분했다. 직업을 갖게 된다니…!!
밥도 줄 것이고, 옷도 줄 것이며, 잘 곳도 제공될 것이니, 태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장이 될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태현은 부사관을 모집공고가 떴다는 소식을 듣고 부사관에 지원하기 위해 보병사단으로 향했다. 사단 앞 공고문을 보고 또 한 번 좌절하게 했다.
“77년도 부사관 모집요강‘……….’ 자격요건 고등학교졸업…‘
희망을 가진 것 자체가 쓸데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세상의 벽이 너무 힘들었다.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태현이 지원하려는 해 갑자기 고졸로 자격요건이 상향되었다. 태현이 느낀 좌절은 온전히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아득하던 순간 태현의 눈에 몇 단어가 더 들어왔다.
‘고등학교 졸업 또는 운전면허자격증이 있는 자..’
다시 희망의 끈을 잡아보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