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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빠 이야기 7

태현

by 넛츠피

웬수같아도 핏줄이었다. 형에게 갔다. 괜히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멋쩍었다. 돈얘길 꺼내야 했으니 그랬다.

괜히 부엌에 있는 형수에게 말을 걸었다가 공부하고 있는 조카들과 놀기도 하고 어슬렁거렸다. 일종의 연막작전이었다.

하루가 지났다. 이른 아침 동이 완전히 트기 전에 형에게 말해야했다.

아침수저를 놓을 때쯤 엽현은 용기를 냈다.

“형님 저 부사관에 지원하려는디 올해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하는디…지는 중핵교 뿐이 안나왔잖아유, 근디 운전면허를 따믄 지원할수가 있다네유… 운전면허학원비만 좀 주시면 안돼유?’


인현은 말이 끝나기도 전부터 우락부락 한숨을 쉬며 줄 돈이 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어머니 모시는데 얼마나 많은돈이 드는지 아냐며 침을 튀기며 타박했다. “그럴 돈 없응께, 니 알아서 혀라”

듣고있던 나를 낳은 어머니도 모든 것을 형에게 일임한듯 모른척을 했다.


집을 나왔다. 푹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도와주지 않을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으나 현실로 마주하니 더욱 갑갑하고 슬펐다.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아렸다.

“부사관은 무신…”

집과 더더욱 멀어진 것은 아마 그때부터였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형에게 일임하였고 형은 본인이 최우선이었다. 그 틈에 태현이 비집고 들어가 앉을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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