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나의 이야기 4화
2002년 4강 진출 월드컵 시즌이 지나고
이불공장을 운영하는 엄마 아빠가 가장 바쁜 추운 겨울이 왔다.
이 시절 엄마아빠는 정말 몸을 갈아 넣어 돈을 벌었다.
나는 학교일과를 마치고 쿰쿰한 지하냄새와 우우우우웅 기계소리가 나는 공장에 들리곤 했다.
오후 서너시 남짓, 차가운 공장바닥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는시간
엄마아빠랑 간식을 나눠먹고
6시즈음 보습학원에 다녀오는길이면 복도식아파트 통로를 타고 칙지직치지직 엄마의 밥짓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에 그날따라 유독 큰소리로 집 전화가 힘차게 울렸다.
“여보세요?”
“응~딸래미구나~영호오빠네 아줌마야~! 엄마 혹시 집에 계시니??”
“네 엄마계세요. 잠시만요!”
“엄마!! 영호오빠 아줌마야!! 아줌마가 좀 바꿔달래!”
.
“여보세요?”
옛날에 살던 곳에 옆집 아주머니의 전화였다.
“ 응~ 무슨일이야 애아부지 아직 안와서 밥하고 있어“
“응”
“그래??
통화를 마치고 엄마는 무슨일인지 부쩍 생각이 많아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알겠어~ 한번 애아빠랑 얘기해보고 전화줄게 언니, 내일 전화할게~”
아빠까지 귀가한 식사시간
“형민아빠, 아까 영호네서 전화가 왔어 미아리에 뭐 재개발하는 곳이 있다는데 같이 투자를 하자고 하던데“
“투자??”
“단독주택을 공동주택으로 전환해서 지분을 나눠서 투자하는거래요. 그거 하면 아파트 분양권이 나온다는데 우리도 하는게 어때요?”
“아니 이정도 살면 됐지 무슨 투자를 하고 뭐하고를 해, 그거 하면 우리 이사도 가야하고 신경써야할게 한두개가 아니야“
“아니 그래도…애들크면 지금집은 너무 좁아서 30평대로 넓혀서 이사도 가야하는데,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잖아요“
엄마는 투자하자! vs 아빠는 무슨 투자냐 있는 거나 잘 지키자!
그날 밤 식사시간내내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엄마아빠는 식사를 마치고 영호오빠네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자세한 설명을 듣던 아빠도 꽤나 솔깃한 제안이었던지
아빠는 그날 이후 공장일에 더해 이곳저곳 정신없이 무엇인가 알아보러 다니기 바빴다.
그리고 어느날 엄마랑 아빠는 지하 이불공장 한켠에 우리가 살 집을 짓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