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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넛츠피 Jan 24. 2023

할머니가 만들어준 돈보따리

돈과 나의 이야기 3화


옆집에 살던 인영이는 정말 예뻤다.

지금 생각해봐도 인영이는 참 눈도 크고 예쁘고 야무졌다. 예쁜 인영이네 엄마아빠는 여유가 있으신 편이라 인영이가 원하는 건 뭐든 사주는 편이었다. 그래서일까 인영이한테는 항상 신기한 물건이 많았다.


 반대로 나는 생계로 바쁜 엄마아빠 대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컸지만 어린마음에 나는 항상 인영이가 부러웠다. 젊은 엄마의 손길이 닿은 인영이는 내게 패셔니스타였다.


한 날은 인영이가 맨날 들고다니던 분홍색 보조가방에 100원짜리와 500원짜리를 가득 넣고서 나에게 자랑을 했다.


“ 언니 이거봐, 나 돈이 진짜 많아~ 엄마가 잔뜩 넣어줬어! 나 아이스크림 사먹으러갈거야 내가 사줄게 슈퍼가자!”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까지 예뻤던 인영이는 집앞에 언덕길을 내려가 내게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얻어먹는 상황이라 눈치가 보였는지 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쭈쭈바, 소다맛 도깨비 방망이를 집었다.

나도 마음껏 콘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이 가득 들어있는 보조가방이 필요했다.


 인영이가 사준 쭈쭈바를 들고 괜히 풀이 잔뜩 죽어 집으로 들어가 할머니 앞에 서자마자 괜히 우수수 눈물이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앙”

“에엥? 이거시 뭔일이여!?” 할머니가  놀란 토끼눈으로 왜 우느냐고 물었다.


“으아아아앙 할머니 나도 인영이 처럼 돈들어있는 보조가방이 갖고 싶어!!”


“보조가방!?!? 그거시 뭔디!?!?


“으아아아아아앙 할머니 인영이는 가방에 돈이 엄청 나게 많아서 맛있는것도 사먹고 먹고싶은거 다 사먹어”

“도오온!?!? 인영이가 뭔 돈이 그렇게 많길래 그려!”

“인영이네 엄마가 인영이 가방에 동전이 잔뜩 넣어줬어..”

“ 그거 부러워서 그려? “


울지말라고 소리를 한번 지른 할머니는 한숨을 푹- 쉬었다


“너도 혀! 할머니가 만들어 줄랑께”


하더니 할머니는 할머니가 화투 치려고 모아둔 저금통을 깨서 내 남색과 흰색으로 조합된 캡모자 모양의 보조가방에 부어주었다.


“ 너도 혀! 할매가 인영이꺼 맨치 만들었응께

쓸데없이 기죽어서 울고 댕기지말어”


그 이후로 나는 할머니덕분에 인영이가 슈퍼에 가자고하면 나도 당당하게 보조가방을 메고 가서 맛있는 과자를 사먹을 수 있었다.


 내 보조가방은 노인정에서 화투치는 용으로 모아두었던 할머니의 저금통을 깬 것이라 (대부분 10원,50원짜리) 인영이의 보조가방처럼 슈퍼에서 계산이 빠르지는 못했지만…

나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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