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by 유영

인간이란 너무나 가볍다 못해 순식간에 날아가버릴 존재이기에, 스스로를 묶어둘 수 있는 무거움을 선택했다. 그들은 성별도, 직업도, 이념도, 꿈도, 그리고 우리의 존재조차 아무것도 아닌 백지 위에서 그저 무언갈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 위에 새겨진 우리의 행적은 하나의 키치가 되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고, 그 역사 또한 새로운 키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흐름은 오직 한 번뿐이다. 그렇기에 그것은 무의미하고, 너무나 가볍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이 그 해답일까. 그것마저도 하나의 키치는 아니었을까. 우리를 심연으로 계속 잡아당기는 수많은 관념들을 양파 껍질처럼 한 개씩 까다보면 나올 최후의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아서, 모든 의미를 내포하는 그는,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인간일까. 인간의 양가성이 과연 본질일지, 덧칠된 하나의 무게추일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단어들이 지닌 무게의 중압감에 눌려버리는 기분이 든다. 긍정도 부정도 없는 카레닌의 모습에서 우리가 발견한 단서처럼, 보르헤스가 시력을 잃고도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었던 이유, 베케트가 자신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자 했던 이유는 어쩌면 그러한 무게로부터 벗어난 원초적인 자신으로 돌아가고 했던 것은 아닐까. 오로지 있는 그대로를 왜곡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때로 인간은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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