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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킴 Jan 09. 2023

필름으로 하는 여행: 뉴욕에서 태국으로

Project Film


    미국에서 몇십 년 유학과 일을 하다 보니 방학 혹은 휴가일 땐 너무나 당연히 인천행 항공권을 샀다.

그 당시 캘리포니아에서는 새벽 2시까지만 술집 운영이 가능했기에 철없는 대학시절에는 한국만 가면 새벽까지 법에 구애받지 않고 놀 수 있다는 거에 한국행을 손꼽아 기다렸다.

    대학교 졸업 후 치대를 다닐 때 우연히 나는 동기로부터 1980년도에 나온 낡은 캐논 필름 카메라를 구하게 되었고 그 이후 그 무거운 필카를 굳이 목에 메고 다니며 여행하는 곳곳마다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꽤 찍다 보니 어느덧 내가 사진 찍을 때 선호하는 대상이 생겼는데, 예쁜 것만 찍기보단 인위적이지 않은 날것의 모습, 형태의 도시, 건물, 사람 혹은 공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감성을 찍기 위해 한국 가는 날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어느덧 서른이 넘어 마침내 철이 들었는지 이제 나는 늙어가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하루라도 더 보기 위해 한국을 간다. 대략 10,000 km의 물리적인 거리와 일 년에 2-3주밖에 허용되지 않는 이 귀한 휴가를 사용해야 겨우 엄마 아빠와 직접 얼굴 마주 보며 밥 한 끼 먹을 수 있다는 게 참 애석하기만 하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여행에 굶주려 있어서였을까 처음으로 한국'만' 가는 게 싫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전까지는 딱히 별 생각이 없었다. 엄연히 말하면 한국은 내 '집' 혹은 '고향'이고 그러니 방학이나 휴가가 나면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이었다. 위에 이미 쓴 한국을 가고 싶어 했던 이유는 그저 메인이 아닌 사이드 일뿐이었다. 심적인 여유가 생겨서 인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올해는 한국만 가는 게 아니라 가보지 않은 나라도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동선과 효율성을 생각해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나라들을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제일 친한 대학교 친구는 나와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인데 당시 대학교 1학년때 진짜 재밌고 충격적인 영화가 있다며 같이 보았다. 다름 아닌 대니 보일 (Danny Boyle) 감독의 영화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 1996). 나는 내 인생의 첫 컬트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것이 진정한 영화인가!? 내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영화라는 정의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계기였다.

    보고 나서 엄청난 (좋은) 충격에 빠진 나는 대니 보일 감독의 매력에 빠져 그의 다른 작품들 여러 개를 보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쉘로우 (Shallow Grave, 1994)와 비치 (The Beach, 2000).


더 비치 포스터와 어린 디카프리오


    영화 비치의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방콕 여행 중 우연히 한 프랑스 커플을 만나 태국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환상의 파라다이스 섬을 찾아 떠나는 스릴러/미스터리 영화다. 극 중에 나오는 그 파라다이스 섬은 바로 태국의 국립공원이자 명소인 피피섬 (Phi Phi Island)이다. 워낙에 재밌게 본 영화라 나는 피피섬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피피섬에는 공항이 없기 때문에, 끄라비에서 배를 타고 45km 정도 가야 한다.

    그리하여 2022년도 여행목적지는 태국의 끄라비, 피피섬으로 정하게 됐다. 근데 생각해보니 태국에 그래도 처음 가보는 건데 방콕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방콕에서 이틀 그리고 끄라비에서 이틀 있기로 했다. 운 좋게도 때마침 태국에선 관광객 격리가 풀렸다.


    엑셀로 모든 여행 일정을 다 짜 놓고 교정과 선배 중 태국사람이 있어서 나의 계획을 말하던 중 피피섬보다는 홍섬이 진리라며 너무나 강력하게 추천했다. 시네필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피피섬을 가야 할지 고민했지만 마치 우리가 부산을 놀러 갈 때 해운대 보다는 광안리를 더 찾는 거처럼, 유명한 맛집보다는 로컬 동네 맛집이 더 맛있는 거처럼, 태국을 놀러 가는데 태국사람의 추천을 듣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목적지를 홍섬으로 결정했다.


Grainy Tuk Tuk (Portra 400, 35mm)


    첫 하루는 방콕 스쿰빗 (Sukhumvit) 거리에 숙소를 잡았다. 태국에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그 사이에 존재하는 태국 바이크 택시 뚝뚝 (Tuk Tuk)이 있다. 이름처럼 생김새도 귀엽다. 몇몇 드라이버분들은 한국말도 잘해서 한국어로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누가 보아도 나는 한국사람처럼 생겼나 보다.  



회색빛 방콕 (Portra 400, 35mm)
bangkok express (portra 400, 35mm)

    방콕에는 영화 중경살림(Chungking Express, 1994)에서 본듯한 낮은 건물들이 많았다. 열대야 지방이라 낡은 건물 틈새로 바쁘게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와 오토바이와 자동차 크락션 소리는 도시를 꽉꽉 메워찼다.

    방콕에서는 이틀밖에 안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관광은 많이 못하고 대신 맛있는 태국음식과 핫 스톤 마사지를 받았다.

    

    

for the very first time (iphone 13 pro)

   

    사실 나는 마사지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대로 된 마사지를 받아본 경험이 없기에 두려움이 컸다. 치과에 처음 온 어린아이가 두려움과 떨림으로 가득 찬 눈으로 치과의자, 기구, 치과 구석구석을 스캔하듯, 나도 소파 끝에 걸쳐 앉아 마사지샾을 탐색했다.

    경험하지 않은 두려움에 앞서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는데 그래도 방콕에 왔으니 제대로 된 마사지를 받고 가자라는 생각으로 핫스톤 마사지를 예약했다.

    내 인생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 1위가 교정 전문의가 된 거고 2위가 전애인과 헤어진 거였는데, 이번에 받은 핫 스톤 마사지는 전애인과의 헤어짐과 함께 공동 2위가 되었다.

   

the end is the beginning (iphone 13 pro)


     핫 스톤 마사지는 납작하고 부드러운 볼케이노 돌에 열을 입혀서 마사지하는 건데 섭씨 40-60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마사지사가 처음에는 돌을 만진 손으로만 마사지를 하고 근육이 어느 정도 풀어졌다 싶으면 돌을 직접 사용해서 마사지를 한다. 뜨뜻하고 부드러운 돌에 몸이 녹는 기분이었다.  

    마사지가 끝나면 신선한 망고와 따듯한 태국차가 대접되었다.

    마사지 안 받아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받아본 사람이 없다는 말은 진리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매일 태국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A window to heaven (Portra 400, 35mm)


    핫 스톤 마사지를 신나게 받은 뒤, 방콕에서 1-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끄라비에 도착했다. 끄라비 공항에서 예약한 숙소인 반얀트리 리조트까지는 차를 타고 대충 40분 정도 더 깊숙이 들어가야 했다.

    개인 풀이 있는 방으로 예약을 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앞에 넓고 시원한 바다와 수평선 너머로 동동 떠있는 귀여운 섬들이 보여 매일 황홀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우기가 시작할 때쯤 가서 조금 걱정되었지만 다행히도 비는 오지 않았고 날씨가 끝내줬다.



a day in Krabi (Portra 400, 35mm)


    끄라비에 있는 반얀트리 호텔은 완공한 지 얼마 안 되었다 (근 1-2년쯤?). 그래서 여러모로 시설들이 깨끗했고 제일 좋았던 거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던 것.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제한된 음식 셀렉션. 반얀트리 리조트 안에는 식당이 몇 없는 데,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끄라비 다운타운에서는 차를 타고 꽤 가야 하는 거리이고 리조트 근방에는 정말 그 아무것도 없다.



Palm and palm (Portra 400, 35mm)


미국 동부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들. 잎이 무척 새파랗고 넓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포트라 160과 포트라 400 필름이 특히 옅은 초록색과 파란색 계열의 색을 예쁘게 잘 잡는 거 같다. 저 날 날씨가 흐려서 쨍한 초록보다는 좀 더 촉촉한? 습한? 초록의 색감이 나온 거 같다.

greens (Portra 400, 35mm)


한지 하늘 (Portra 400, 35mm)


    끄라비에서 하룻밤 묶고 그다음 아침 드디어 대망의 홍섬투어 시작! 홍섬투어가는 아침에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써보겠다. 피피섬과 비슷하게 홍섬 또한 끄라비에서 한 2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있다. 홍섬은 사실 4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로컬 끄라비에서 운영하는 홍섬투어 패키지에는 1) 팍비아섬 (Koh Pakbia), 2) 라이라딩섬 (Ko Lao Lading), 3) 홍섬 (Koh Hong)으로 구성되어있어 홍섬이 마지막 데스티네이션이었다.



mulmi time (portra 400, 35mm)



    나는 멀미에 매우 취약한 사람이다. 어릴 때 비행기 착륙할 때 토하는 건 기본이며 한시 간이상 차를 타도 토를 달고 살았다... 다행히 나이가 들면서 비행기도 자주 타다 보니 나름 멀미로부터 졸업은 했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건 바로 배 멀미. 사실 우리가 탄 보트는 나쁘지 않은 중형 사이즈의 보트였다. 15-20명이 탈 수 있고 모터도 2개가 달려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미는 나를 가만히 놓아주지 않았다. 와이프의 손을 꼭 잡고 저기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음식생각을 안 하려고 애썼다.  



우리의 보트 (portra 400, 35mm)


보트 크루 (portra 400, 35mm)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보는 우리의 모습은 국적, 성별, 나이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 앞에 놓였을 때 나는 인간의 무력함을 몸소 체험한다. 이 깊고 넓은 거대한 바다, 자연 앞에 우리 인간은 그저 모래 한알 정도이지 않을 까. 그래서 무섭기도 하다. 마치 구약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의 존재같이.



hong special (portra 400, 35mm)



para dise (portra 400, 35mm)


    이번 태국에 와서 찍은 사진들 중에 두 번째로 마음에 드는 사진. 홍섬에는 360도 홍섬 뷰 포인트라는 계단이 있다. 대략 400-420개의 계단인데, 해수면으로부터 110미터 (360 ft) 정도의 높이이다. 처음 한 50개의 계단을 올라갔을 때 와이프는 너무 힘들다며 중도하차하셨다. 계단쯤이야 뭐 얼마나 힘들겠어하고 나는 정상을 향해 올라갔지만 이렇게 나는 한국을 못 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힘들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로 계단의 보폭은 짧되 계단의 높이는 꽤나 높았다. 두 번째로는 미친듯한 더위였다. 섭씨 30-33도였고 쨍한 햇빛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가 힘들었다. 가이드도 물 챙겨가고 중간중간에 쉬면서 가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몸은 무조건 가벼워한다며 물 따윈 필요 없다 폼 잡았지만 급 후회했다. 남의 나라에선 죽을 순 없겠다 싶어 엄청난 지구력과 힘을 발휘하여 정상에 도착했고 헥헥거리면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포트라 portra400보다 엑타 ektar100나 벨비아 velvia 50으로 찍었으면 왠지 더 컨트래스트가 강하고 쨍한 색감이 나왔을 거 같지만 포트라 400으로도 나름 괜찮게 나와서 만족스럽다. (윗사진 어딘가 그늘 아래 와이프는 망고 스무디를 마시며 쉬고 있다)




untitled (portra 400, 35mm)

    목숨 걸고 올라간 홍섬 뷰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는데 우연히 지나가는 배가 있어서 급하게 필름을 감고 포커스를 맞추고 셔터를 눌러서 사진이 어떻게 나올까 걱정 반 설렘 반이었는데 다행히 배가 지나가기 전에 찍혀고 컴포지션과 내가 원했던 푸르스름한 색감이 나와서 보면 기분이 좋은 사진.  



if Monet was in Thailand (portra 400, 35mm)

       


enter the hong (portra 400, 35mm)
enter the hong (portra 400, 35mm)


    수많은 관광객이 지나갔는데도 홍섬은 무척이나 깨끗했다. 알고 보니 홍섬은 태국의 국립공원이라서 술을 마실수가 없다고 한다. 취사는 가능하긴 한데 관광객들이 매너 있게 청소를 해서 쓰레기 보기가 매우 힘들다.

  


찬란한 여름방학 (portra 400, 35mm)
낭만 in the air (portra 400, 35mm)



palms (portra 400, 35mm)

    엘에이에서 몇 년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야자수를 많이 봤었는데 아무래도 기후가 남가주와 태국은 다르다 보니 야자수의 생김새도 좀 달랐다. 남가주, 엘에이의 야자수는 dry subtropical 기후인 뜨거운 열기와 기온이 낮은 밤, 겨울에도 꿋꿋이 살아야 한다. 태국의 야자수의 비해서 좀 더 트렁크가 두껍고 잎사귀가 많지는 않은 거 같다. 트로피컬 기후의 태국의 야자수는 좀 더 늘씬한 트렁크에  잎사귀가 훨씬 많고 코코넛들이 촘촘히 맺혀있다.


타이 시그니쳐 (portra 400, 35mm)


    태국의 휴양지를 상징하는 long tail boat. 저 보트 같은 경우에는 프라이빗 투어가 가능하고 원하는 섬으로 아일랜드 호핑 (island hopping)이 가능하다. 대신 나같이 멀미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멀리하는 게 좋다.



lover's rock (portra 400, 35mm)


끄라비 마지막 석양 (portra 400, 35mm)
끄라비 마지막 밤 (iphone 13 pro)


    끄라비에서 황홀한 2박 3일을 보내고 방콕으로 돌아왔다. 시간제약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계획을 바꿔서 그냥 태국 왕궁을 걷자는 생각에 왕궁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왕궁 근처에 있는 선착장을 발견했다. 되게 오래돼 보인 선착장이었는데 사진 찍을 겸 근처를 서성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배 나온 태국 아저씨가 갑작히 툭 하고 튀어나오셨고 영어로 두유 원트 뽀트 투어?라고 물어보셨다. 얼떨결에 우린 프라이빗 보트 투어를 했고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며 방콕 중앙에 흐르는 강 Chao Phraya위를 떠다니며 아주 편하게 주위에 있는 왕궁을 관광했다.



보일듯 말듯한 선착장으로 향하는 입구 (portra 400, 35mm)
thai quick (portra 400, 35mm)



river parking (Portra 400, 35mm)
맥주를 좋아한 선장님 (portra 400, 35mm)

    보트 선장님 위해서 맥주 한 캔 따다 줬더니 무척 좋아하셨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음주 운전하셨네.



green on green (portra 400, 35mm)
river village (portra 400, 35mm)
white and gold (portra 400, 35mm)


    말이 프라이빗 보트투어일 뿐, 사실 별거 아닌 프라이빗 보트 투어였다. 하지만 핫 스톤 마사지와 태국음식에 느꼈던 감동과는 다른 식으로 이번 태국에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었다. 방콕에서 묵었던 호텔 주위에는 높은 건물들과 스타벅스 및 여러 외국 체인점 식당과 카페가 수두룩 했다. 그 어느 대도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근데 보트투어에서 본 방콕은 매우 달랐다.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가듯 태국 서민들의 삶을 엿본 기분이었다. 그다지 튼튼해 보이지 않는 나무대 몇 개로 강 위에 위태롭게 지어진 집들. 그중 몇 채는 반쯤 무너져있기도 했다. 그런 위태로운 통나무집들 사이로 아이들은 웃통을 벗은 채 흙탕물로 범벅인 강물에서 신나게 수영을 했다. 그중 몇 명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 때 나도 모르게 재빨리 시선을 피했는 데 오히려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왜 나는 시선을 피하려 했던 걸까? 왜 아이들은 나를 반가워하는 걸까?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신나게 헤엄치며 놀던 아이들 옆에는 몇몇 아주머니들이 굽은 허리로 쭈그리고 앉아 흙탕물로 열심히 손빨래를 했다.

    위에 두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런 위태해 보이던 통나무집들에서부터 5미터 정도 지나가면 갑자기 호화스러운 집들이 등장 하기 시작했다. 집 밖 빨랫줄에 널려 놓은 회색빛의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찢어진 수건과 걸레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잎이 풍성한 식물들과 멋진 오브제가 집 마당에 나란히 서있었다. 태국의 빈부겹차를 느낄 수 있었다.


    흙탕물에서 수영하다가 날 향해 해맑게 손을 흔들던 소년들의 모습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나이가 들었나? 5년 전에 이 광경을 보았더라도 나는 같은 생각을 했었을 까? 이 소년들의 미래와 태국의 빈부겹차를 생각하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정과 씁쓸한 마음이 컸다.



palace over palace (portra 400, 35mm)
white wall (portra 400, 35mm)



shrine (portra 400, 35mm)
royal tuk tuk (portra 400, 35mm)


    태국의 왕궁은 우리나라 궁궐과 매우 다른 스타일이다. 흰색을 로열 컬러로 생각했던 거 같다. 모든 벽은 흰색이었고 왕궁의 탑도 흰색컬러가 많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의 궁궐은 대부분 각진 것보단 곡선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좀 더 부드럽고 우아한 이미지를 준다면, 태국 같은 경우는 날카로운 선과 각진 삼각형이 많아서 카리스마와 강함이 도드라진다.


juxtaposed (portra 400, 35mm)

    번지르르한 유리창으로 뒤덮인 호텔의 파사드 옆에 태풍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위태한 집들. 몇몇 집들은 에어컨이 없어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관광이 주 산업인 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just leave it (portra 400, 35mm)

    가장 태국스러운 것 중 하나는 바로 뭉치고 뭉친 케이블. 바쁘게 돌아가는 방콕을 걷다 고개를 위로 올리면 도대체 몇 개의 케이블이 엉킨 걸까 싶은 케이블 뭉치가 흔하게 있다.


fruity to go (portra 400, 35mm)

    


태국 포장마차 (portra 400, 35mm)
알록달록 바구니 (portra 400, 35mm)
태국 포장마차 2 (portra 400, 35mm)


    우리나라의 포장마차와는 다른 바이브의 태국 포장마차. 여러 색깔의 열대과일처럼 통통 튀는 색깔의 플라스틱 바구니들이 참 귀여웠다. 쨍한 색깔의 바구니 구멍 틈새로 삐져나오는 고수와 배추들이 분위기를 더 태국스럽게 만들었다. 오토바이 타고 출근하시던 아저씨도 마스크를 뚫고 오는 냄새에 못 이겨 오토바이를 결국 세우셨다. 근데 신기했던 건 미국에 그 누구나 냉장고에 꼭 있는 바로 그 쓰리라차 소스가 없었다는 것!


   

elephants in room (iphone 13 pro)


    나는 불필요한 기념품을 잘 안 사는 타입인데 맥시멀리스트인 와이프는 손에 닿는 거리에 귀여운 물건이 있으면 열에 아홉 바로 장바구니에 담는 스타일이다. 끄라비 다운타운 기프트 샾에서 이 자그마한 코끼리 나무조각을 사네 마네 한 10분 동안 꽤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

    귀엽게 생긴 코끼리를 갖고 싶어 하는 귀여운 와이프를 보니 그래 살 거면 두 개 사자 혼자보단 둘이자나 라며 결국 두 개를 사게 되었다. 미국에 도착해서 짐 풀자마자 코끼리를 스피커 위에 올려놨는데 꽤 괜찮아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꼭 부모님 모시고 끄라비를 가고 싶다.





References:

https://theplaylist.net/alex-garland-beach-20180223/

https://www.amazon.com/Beach-Movie-Poster-Inches-Guillaume/dp/B004UX7RCM

https://www.backpackerswanderlust.com/krabi-to-koh-phi-phi/   

https://en.wikipedia.org/wiki/Stone_mas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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