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

<딸 바보가 썼어> 시리즈 8화

by 유이한나무

“ 아빠 나빠! ”

“ 엄마 나빠! ”

“ 열음이 나빠! ”


나빠!


내 딸 은조가 자신의 감정이

화/실망/억울 등의 감정에 이르렀을 때

‘흥!’과 더불어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저럴 때면...


둘째 녀석보다는 훨씬 더 말을 알아듣는다고.

엄마 아빠의 생각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제 자신의 마음보다 먼저 헤아릴 줄 알 거라고.


엄마 아빠는, 아니 정확히 아빠인 내가 훨씬 더 자주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빠는..

그 순간의 은조의 마음을 읽어주기보다,

이후의 상황에 대한 은조의 마음의 깊이가 드러날 수 있음을 믿고 무조건적 편들기를 해주기보다,


앞 뒤 상황에 대한 설명이 뒷받침된 어른의 대화를 하려 한다.

아이와 어른의 대화를..


지금 생각해 보면,

대화.. 도 아니다.


어른의 사고를 기대한,

훈계질을 했던 거다.




설 연휴,

조금 이르게 양가 방문을 마쳐

설 당일과 그 다음 날인 오늘을,

여느 연휴 때와는 다르게 보냈다.


하루/놀이동산 - 오후부터 밤 시간까지...

하루/대형 가구매장 - 오후 내내...


그동안의 우리집 주말 프로그램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과감하고 생산적인 일정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잘 보냈다고 자부한 이틀을 보내고

내일을 위해 편한 잠자리만 잘 챙기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잘 놀았던(?)

은조가 열이 난다.

끙끙댄다. 뒤척인다.


오랜만에 아픈 이 녀석을 곁에 앉아

어루만지고 있자니


이게 무슨 일인가..

(참 치사하지만 자주 접하는 경우다)

지난 이틀,

아니 더 많은 날들 속 은조의

‘나빠!’ 타임이 떠오르며,

그 나쁨은 오롯이 아빠, 내 것이었음을 깨닫고 인정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내가 가진 많은 기준 중에 하나,

제일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


“ 누군가를 외롭게 만드는 일 ”

“ 누군가 외로움에 처했는데 외면하는 일 ”


이다.


아빠 나는,

내 딸 은조를...


많이, 자주, 농도 짙게...

외롭게 한 거다.


(거절감 못 견디는)

아빠의 손을 뿌리쳤다고...

아빠가 싫다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고...

(어른의 대화밖에 모르는)

아빠에게 대들었다고...

한 번 말하면 안 듣는다고...

좋은 말로 하면 기어오른다고...




딸 바보, 가장 편한 친구

... 이길 꿈만 꾸는 아빠는,

그렇게

딸, 은조를 꽤 많이, 자주, 농도 짙게

외롭게 했던 거다.



“ 나빠! ”



아빠, 나는 나빴었다.


오늘 밤,

언제나 그랬듯

한 없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잠든 은조를 안고 쓰다듬는다.





매거진의 이전글너랑 나랑 산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