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꽃길이라고

<8장 아름다움 - 다윗과 아비가일>

by 유이한나무

내 삶에 말씀 쓰기를 기록할 때면 늘 제목 붙이는 일이 제일 어렵다.

오늘의 제목,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하나님과 그렇게 친밀할 수가 없던 다윗이 한순간

분노한 자아를 견뎌내지 못하고 있을 때,

다윗의 아름다움을 회복시킨 아름다운 아비가일.


사무엘 상을 살펴보았을 때,

다윗은 광야 생활을 하던 시절, 자신의 수하 무리들과

광야에 자주 출몰하던 도둑 때로부터 인근의 사람들을 지키고 도운 것을 알 수 있다.

무법 천지인 광야에 다윗은 일종의 법과 질서를 들여놓은 셈이었다.


양털 깎는 시기가 도래하고, 양모를 거두어들이는 시기,

먹을 것이 많은 잔칫상이 벌어지는 곳.

인근 주변에서 광야에 사는 이웃으로 있던 다윗은

몇 사람을 보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요청한다.


나발.

부유한 목축업자이자 아비가일의 남편인 그는

다윗이 보낸 사람들, 즉 다윗을 주인에게서 도망친 종 취급, 도둑 때 취급을 하며

다윗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것처럼 말한다.


다윗은 분노에 휩싸였다.

이성을 잃고 말았으며, 곧 또 다른 사울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위험한 상황을 이미 감지한 아비가일

나귀에 짐을 잔뜩 사서 다윗을 만나기 위해 떠나 그를 만난다.

그 앞에 공손히 꿇어앉아 말한다.


"부디, 제발 간청하오니 참아 주십시오. 이것은 이스라엘의 왕자가 하실 만한 행동이 못됩니다.

당신이 누구인가를 잊지 마십시오. 하나님의 기름부음, 하나님의 자비를 잊지 마십시오. 원한을 풀기 위해 싸우려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여호와를 위해 싸워야 할 분이 아니십니까?"


"어느 누가 당신의 앞길을 막으려 한다 하더라도, 어느 누가 일어나 당신을 해하려 한다 하더라도, 당신의 생명은 당신이 섬기시는 주 하나님이 생명 보자기에 싸서 보존하실 것이요, 당신의 적들의 목숨은 주님이 물매로 던지듯이 던져 버리실 것입니다."



아비가일은 하나님이 다윗 안에서 일하신 모습을 증언한다.


놀랍게도, 믿을 수 없게도, 다윗은 멈추어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귀를 기울인다.

어느샌가 아비가일은 다윗 안의 하나님을 불러일으켜 주고 있으며, 다윗은 그녀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둔다.




나발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영성이 아니다.

어리석은 자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영성이 아니다.

어리석은 자라는 사실이 파악되었으면 그다음에 우리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진척시켜야 한다.

다윗은 바로 그렇게 했다.



시작은 좋았다가 곧 도중에 탈선하는 일은 영성 생활에 일어나는 가장 흔한 일이다.

난파당한 배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에라도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난다.

아이나 친구 혹은 낯선 사람, 구름이나 노래 혹은 향기.


바로 아비가일이다.


삶이라는 것 자체가 꽃길만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인정할 일.

그렇다면 영성의 삶, 영성 생활이라는 건 사실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다행이며 놀라운 은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영성 생활이든 그저 살아가는 삶이든

수많은 위기와 위험 중에 있게 되지만 그만큼, 또는 그 이상의 아비가일을 도처에 세워 두시는 하나님이

나와 당신의 왕, 주인, 아버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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