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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한나무 Oct 16. 2021

현장미팅

<Restart up>#3

© nevenkrcmarek, 출처 Unsplash


최근 인테리어 공정의 일정을 정할 때 거의 주말은 잡지 않는다. 간혹 도배 또는 필름처럼 소음 발생이 거의 없는 공정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일정이 없기에 아무리 속칭 막노동 판이라 부를 수도 있는 인테리어 공사현장이지만 주 5일제 근무가 가능하고 실현되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 오전 10시 현장미팅이 있어 출근을 했다. 최초 계약 전 상담, 계약 후 자재 미팅과 현장미팅이 진행되는데 이는 대부분 사무실의 주 업무로서 대장 형님이 직접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후 공정의 디테일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관리자로서 현장미팅에 꼭 참여해야 관리가 수월해짐을 알고 난 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현장미팅은 어떻게 해서든 참여하려 한다. 


현장미팅에서는 철거할 부분, 거실 천장 우물 간접 등 박스 등 새로운 레이아웃 설정 여부, 싱크대 구조, 붙박이장 설치 여부, 전기 배선 및 조명을 주로 소비자와 함께 상의 및 논의하게 되는데 이 자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논의된 내용이 전부 전달받는다 하더라도 아직 인린이(인테리어+어린이)로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기에 미팅 자리에서 직접 확인 및 현장메모 등을 남겨 놓게 된다. 


이렇게 현장미팅을 마치고 나면 사전 준비사항의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어 공정의 시작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현장은 그리 오래된 아파트가 아니기에 조금은 공사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번의 현장미팅에 참여해 보았다. 그런데 이번 현장미팅에서는 다시 한번 인린이의 열정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대장 형님이 각 실별 조명 관련해서는 직접 소비자와 미팅을 진행해 보라고 맡겨 주셨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 내 위치에서 가질 수 있는 정보의 불확실성으로 자신 있는 미팅을 진행하기가 조금은 머뭇거려졌다. 그 애매한 지점은 이렇다. 


소비자는 각 조명별 조도와 추가 설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기에 제시해 줘야 하는데, 대장 형님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뭔가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조명의 추가 설치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지점이나 스위치, 즉 켜고 끄는 것을 각각 달리하고 싶어 할 경우, 기존 배선이 부족할(1구 스위치 방을 2구로 나누길 원하는) 경우 배선을 추가할 수 있는 방법은 있으나 공사 견적 내 전기공사의 견적이 어떻게 잡혀 있는지 모르기에 가능 여부를 쉽게 대답해 줄 수 없다.  전기 공정뿐만이 아닌 전 공정이 기본 견적 내에서 진행 가능한 공사의 정도가 있는데, 전기 같은 경우 배선을 요청할(요청 개수가 많을수록 더) 경우나 콘센트의 추가 설치(옹벽을 까내야 하면 더욱) 등이 그렇다.  


또한 기존 조명을 재사용하거나 새롭게 조명 레이아웃을 제시해 줘야 하는데, 현재 우리 업체가 밀고 있는 주력 레이아웃 외에 소비자가 사진 등을 통해 하고 싶어 하는 레이아웃을 조합해 적절하게 정리해 주는 일을 생각보다는 자신감 있게 이뤄내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인테리어 일을 시작한 이래 처음부터 생각하고 꽤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인테리어 업체의 직원의 수준을 넘어 대표자로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기 위한 역량을 쌓기 위해서는 전체 공정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것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그것만도 신경 쓸게 많다는 핑계의 한계를 넘어서 매일 조금씩 진전시켜야 하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 공정별 견적을 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 한 문장에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물품에 가격을 매기는 일이라 볼 수 있는데, 이미 가격이 정해져 있어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물품 또한 장을 볼 경우 무엇 하나를 더 사고 빼는 일은 너무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인테리어는 최초 미팅을 통해 대략의 견적을 잡을 수 있으나 현장미팅과 자재 미팅을 통해서 추가되고 제외되는 사항이 어떻게 견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머뭇거림이 없는 소비자 응대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나 인린이는 개인적 노력으로 쌓은 배움의 지식을 가지고 대장 형님을 좀 귀찮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의 종류, 가격 및 각 현장별 견적의 내용과 그 세부 구성은 어떠한지 자주 캐물어야 한다. 


매일 되뇌는 생각이 있다. 나 혼자서 진행하는 현장미팅과 자재 미팅의 시점을 하루빨리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한 공사현장의 처음과 끝을 오롯이 다 감당해 낼 수 있을 때, 그만큼의 역량이 쌓였을 때 직원으로서의 나의 처우는 올라갈 것이다. 인테리어 현장은 대표가 최대한 현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수 있게 직원이 그 역할을 해줘야 더 많은 일을 추진할 수 있다.  


나도 자유로이 현장을 관리 및 지휘하고, 우리 대장 형님도 조금 자유롭게 해줄 날을 기다린다. 곧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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