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그것을 위한 원칙

<인테리어 시동걸기 3화>

by 유이한나무
47398.jpg

© andrewlloydgordon, 출처 OGQ


인테리어는 보통 신축보다는 구축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이 대부분이에요. 리모델링을 한다는 건 뜯고(낡은 것들 철거) 그림을 그리고(어떤 구조로 변경하고 싶은지) 붙이고(만들거나 제품을 가지고 설치, 시공) 하는 일이에요. 각 과정에 그것들을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해내주실 작업자 분들이 계시는 거죠. 사실 그냥 대충 보면 그저 작은 실내 공사판처럼 보일 수 있지만요.


각각의 작은 실내 공사판에서 참 다양한 상황과 이야기들이 생겨요.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한 번에 마무리되는 현장은 없어요. 소통의 오류, 시공의 불량, 고객의 변심, 현장상태의 변수 등이 그 이유인데 이로 인해 생기는 각 당사자간의 불편함과 스트레스는 늘 존재하게 마련이에요. 고객으로든 업자로든 인테리어를 경험한 분들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입장에서 우선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독립에 앞서 원칙을 세우려 생각해 봤어요. 나의 사업체를 지키고, 나를 지키기 위한 원칙을 세우려 해요. 아주 이기적인 원칙을 세울 생각이었죠. 그런데 생각을 거듭할수록 나와 내 사업체를 지키는 일은 고객과 함께 일하는 작업자분들을 함께 지키지 않고서는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가늠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저의 일에 대한 원칙은 아래와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더 견고해지기도 하겠죠.




리버디자인의 업무 원칙
고객과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인테리어


업무 강령

친절과 실력은 기본이다.

고객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결과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묻고 파악한다.

고객이 원하는 바에 대한 구현 가능성 여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킨다.

고객에 앞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마감 품질에 대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더 나은 시공, 마감을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실행한다.

고객이 걱정하는 바를 확실히 해결한다.





중심을 잡아야 했기에 원칙을 세웠어요. 사람이 살면서 가족, 학교, 직장,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관계에 정말 다양한 경우가 있을 텐데 그에 못지않게 정말 다양한 성향과 기준을 경험할 수 있는 게 인테리어 현장과 과정이거든요.


단열이 너무너무 중요하신 고객님

그래서 단열의 모든 과정을 중계받고 싶으신 고객님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이렇게 하더라며 직접 시공 방향을 지시하려는 고객님(작업자 분들께 실례가 되는 일이기도 함)

정말 고급져 보이게 하고 싶은 고객님, 그러나 예산의 부족으로 서비스를 과도하게 요구하시는 고객님

인테리어 예산 전체를 우리에게 주시는 줄 아는 고객님(고객님의 집을 고치는데 드는 비용인데)

내가 레퍼런스로 찾아본 가구 형태는 이런 게 아니라며 다시 제작해 달라는 고객님

천정 목공공사와 벽 목공을 새로 하지 않았는데, 수평과 수직이 왜 안 맞냐는 고객님

견적에 들어있지 않은 항목에 대해 왜 안 해주냐는 고객님

처음부터 요청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런 건 알아서 미리 말해줘야 하지 않냐는 고객님

인테리어는 해야 하는데, 아무 구상이 없이 그냥 상담에 오신 고객님

인테리어를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건물 짓는 걸로 인식하고 계신 고객님

공사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 우리에게 책임을 물어오시는 고객님

그 외..



고객님과의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것들 외에 현장상태의 변수라는 것들도 있는데, 이건 정말 예상을 할 수 없는 것들이라, 생길 때마다 참 난감하고, 견적 외 비용이 누수가 생기고, 또 다른 관계 속에서의 원활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일들이 생기는데 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요.


위아래 세대를 포함 주변 세대의 소음에 대한 민원은 기본

그래서 공사중단을 요청해 오거나 어떻게 해야 하냐면 전화를 끊지 않으시는 이웃분들

서비스로 교체해 주기로 한 베란다 수도꼭지를 해체하는데, 벽 배관을 잡아주던 벽면 콘크리트가 터져서 부서지는 일

정해진 시간을 칼 같이 단속하는 아파트 관리실과 경비원분들

이동 동선이 지저분하다며 청소 또는 돈을 요구해 오시는 미화원 분들

공사 중 발생하는 진동에 의해 자신의 집 조명이 떨어졌다거나 욕실 타일에 금이 갔다며 조치를 요청하는 경우

왜 하필 우리 공사기간 중에 윗집 베란다로부터 누수가 발생하는 건지..



그래서 위 원칙이 얼마나 나의 중심을 바로 잡아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5년이 주는 나름의 노하우가 녹아 있고, 근거가 있는 원칙이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양한 상황을 쭉 쓰고 보니 또다시 부담을 먼저 끌어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하지만 지나온 길을 보면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갔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확실한 건 하나 알겠더라고요.


나의 수고 여부가 고객과 나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요.

좀 더 쉽게 가고, 쉬려 하면 그만큼의 문제점이 생긴다는 것을요.

기본에 충실하고 좀 더 신경 쓸수록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을요.




토요일 연재
이전 02화Why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