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호텔 스코가포스의 Skogafoss Pride
“여기 호텔 스코가포스 맞나요?”
붉은 머리칼 여직원은 큰 눈을 껌뻑였다. 너무 물 흐르듯 말했나. 오히려 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또박또박 다시 말해야겠다.
“여.기. 호.텔. 스.코.가.포.스 맞.나.요?”
그제야 알아듣는다. 아니, 내 발음이 문제가 아니라, 왜 그걸 묻는지 궁금하였단다. 호텔 입구 간판에도 쓰여있고, 종업원 뒤에도 쓰여있는데.
사실, 예약 확인서를 제출은 두 번째다. 옆 건물 호텔 스코다에 가서 스코가포스 예약 확인서를 들이밀었다가 퇴짜 맞았다. 휴점 3개월 째라는 주인장에게 문 앞 Closed를 유심히 보라는 주의도 받았다. 꼭 들어갈 땐 안보이던 게 나갈 땐 보인다.
서너 평 남짓 작은 방이었다. 사이즈는 우리나라 모텔 정도. 가격은 별 서너 개 호텔 정도. 다만 세로 스트라이프 벽지가 방을 높아 보이게 해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침대 발 밑에 둔 24l 캐리어 2개를 펼쳐두기 전까진 말이다. 명색이 신혼여행인데 화려한 숙소에서 지내야 하는 건 아니냐는 생각은 현실 앞에서 고개를 수그렸다. 그런 호텔은 1박에 4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겨울철 비수기에도 말이다. 이 지역 숙소는 다섯 달 전 이미 만실이었다. 이거만해도 어딘가. 잡은게 용했다.
카드 키를 받으며 들었던 저녁 식사시간을 기억해냈다. 시간 외엔 레스토랑을 운영하지 않으니 주의하라는 조언과 함께. 편한 옷으로 갈아입을 틈 없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호텔 로비 좌측 통로와 연결되어있었다. 입구를 제외한 벽면 모두 접이식 유리문이었다. 대낮엔 스코가포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겠다.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인지라 밖은 컴컴했다.
메뉴판은 복잡한 수학 문제 같았다. 요리 명도 생소하였지만, 하단에 적힌 사진 없는 설명도 생소했다. 따옴표가 있었다. “Fisherman’s Favourite”와 “Skogafoss Pride”라니. 따옴표만 믿고 주문했다. 아내는 한국서 경험한 비린 양고기에 어부들이 좋아한다는 Cod(대구)를 선택했고, 나는 스코가포스 자랑거리라는 Lamb leg을 택했다.
‘헉’ 소리가 절로 났다. 예상한 양 다릿살 대신 양다리(Lamb leg)가 나왔다. 구운 양파와 으깬 감자 포테이토 퓌레(puree) 위에 고이 얹힌 채. 조심스레 다릿살을 나이프로 잘라내었다. 마블링 훌륭한 투뿔(A++) 소고기보다 연했다. 양파와 포테이토 퓌레를 다릿살과 함께 먹어 보았다. 비린내 대신 독특한 양 육즙 향이 입안에 퍼졌다. 쫀득하기는 막 나온 족발 저리 가라였다. 입이 호강했다. 스코가포스 자랑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었다. 함께 나온 대구(Cod) 요리도 훌륭했다. 생선 살은 흐트러짐 없었다. 간도 적절히 배어있었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함께 나온 순무(turnip)와 샐러드는 단백 아삭함을 더했다. 바다와 육지의 만남. 훌륭했다.
한 접시 요리에 행복감을 느껴본 적도 정말 오랜만이다. 값비싼 레스토랑도 만족감 없던 요즘이었는데. 다 먹으면 자리 뜨기 바빴는데. 오늘만큼은 자리에 남아 천천히 배를 쓰다듬었다. 신혼여행 와서 고생만 시켰는데. 오래간만에 어깨가 으쓱했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두 접시 5만 원이었지만 어디서 이런 걸 먹어볼 수 있겠는가. 여기니깐 가능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