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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는 Feb 01. 2022

유재석 같은 사람

그런데 흑화한.. 



왜, 주위에, 아니면 스쳐 지나간 사람 중에 그런 사람 한 명쯤은 있잖아요. 

유재석 같은 존재랄까. (유재석을 욕하려는 말은 아니에요) 더 극화된다면, 치인트의 유정 선배 같은? 


단순히 좋은 평판을 가졌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를 동경하는 것이 사회적인 약속인 것 처럼 굳게 느껴지기에, 차마 부정적인 말을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사람말이에요. 

모두가 자꾸만 아름답게 꾸민 기억 속으로 밀어 넣게 되는 그런 사람이요. 설령 그 사람이 아름답지 않은 길로 한 발자국 들어서도, 황급히 눈을 가리게 되는 그런 사람. 


저는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요. 처음에는 알지 못하거든요. 어떤 속을 가진 사람인지. 그런데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저에게는 도망칠 곳이 없어요. 엘리베이터의 사각지대에 쪼그려 앉아 서서히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고만 있는 기분이에요. 거울 속의, 거울 속의 거울 속의 눈동자들은 가만히 저를 쳐다보고만 있고요. 


억울해 미칠 것만 같아 주변 사람들에게 '저기... 그 000 있잖아요...' 라고 말을 꺼냈을 때, 아무런 미동도 없이, '아~ 000 좋은 분이지' 스러운 대답이 돌아올 때 말이죠. 수 만 번을 고민하고, 고민했던 먹먹한 감정들은 입천장에 꾹 눌러붙어서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그렇게 힘겹게 꿀꺽 삼키고, '아, 아니에요!' 하고 웃어보이고, 돌아설 때는요, 제가 너무 초라해지더라고요. 그리고 내 기분을 알아주지 못한 상대방에게 화가 나기도 해요. 겨우 용기를 낸 건데. 왜. 왜 내 눈을 읽지 못했을까. 왜 좀 더 나를 세밀하게 신경써주지 못했을까.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해요. 저기에서 내가 이상한 말을 꺼냈으면 이상해지는 것은 나였겠구나. 동경의 대상을, 따뜻한 시선의 대상을 내가 와르르 무너뜨리는 꼴이 될 수도 있었겠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합리화의 지경에 이르더라구요. 아, 내가 이상했나보다. 아, 내가 잘못봤나보다. 아, 내가 괜한 불안함에 왜곡된 시야로 바라본 것이겠구나. 나 설마 뒷담화를 까려고 한 거야? 미친. 

그러다가 어느새 사람을 믿지 못하는 나를 보게 돼요. 저 사람을 저렇게 좋아해주고, 칭송하는 저 수많은 사람들을 믿지 못하겠어. 착함이라는 단어는 실재하는 것일까?


최소한의 믿음을, 최소한의 삶을 이어나갈 기대를 만들어두고 싶어서 우리는 '착하게' 왜곡된 시선으로 유재석 같은 사람을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시선 속에 있는 당사자는 유리상자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을거에요. 그런데 만약, 그 당사자가 그 시선을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어떤 일을 해도 사람들은 '설마, 000가 그러겠어' 하며 시선을 거둘거야. 찝찝한 마음을 애써 꾹꾹 눌러 담은 채.  


오늘은 말이 참 두서가 없네요. (뉴스레터 시작 3일만에?!) 저는 때로 어떤 사건을 떠올리며 이런 글을 쓸 때는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관념적인 상념들을 관념적인 단어와 비유로 나타내려다보니 글이 두서가 없네요. 


그래도 오늘의 바람은 말이에요, 누구 한 명 쯤은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만약, 당신도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 손을 잡아주고 싶어요.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고요, 절대 다수가 왜곡된 시야를 가졌기 때문이에요.



막줄 홍보:

'메일리'에서 뉴스레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정해지지 않은 시간에, 저만의 생각과 저만의 기억을 제 언어로 담은 짤막한 뉴스레터를 보내드려요. 

제 뉴스레터는 딱히 정보도 없고, 인생 사는 것에도 큰 도움은 안될거에요. 

그래도 저는 '레터'라는 것에 충실하고 싶어요. '읽어야 하는데...'하는 부담감으로 매일 아침 꾸역꾸역 쌓인 뉴스가 아니라요. 

당신과 함께 하루 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제가 보내는 편지같은 존재로서 기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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