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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받는 푸시와 문자, 정말 사용자들은 반응할까?

2025년 8월 5일 화요일의 기록

by 그라데이션

출근길 지하철에서 확인하는

수 십 개의 알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폰을 확인하면 30개가 넘는 알림이 쌓여 있다. 특히 9시에서 10시 사이 시간대에만 20개가 넘는 알림이 온다. 쿠팡, 11번가, 배달의민족, 각종 뉴스앱까지 거의 모든 앱이 메시지를 보내온다. 처음에는 "언제 이렇게 많은 마케팅 동의를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앱을 설치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체크했던 마케팅 수신동의들이 쌓인 결과였다. 회원가입할 때 "전체 동의"를 누르면 마케팅 수신도 함께 동의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개별적으로 선택하기에는 귀찮아서 그냥 전체 동의를 누르게 된다.


특히 할인 혜택이나 쿠폰과 연동된 경우가 많다. "마케팅 수신에 동의하시면 10% 할인 쿠폰을 드려요"라는 식으로 유인한다. 그 순간에는 할인받고 싶어서 동의하지만, 이후에 매일 오는 마케팅 메시지는 예상하지 못한다. 결국 내가 허용한 것들이지만, 실제로는 의도하지 않게 동의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침마다 알림 폭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마케팅 동의를 철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각 앱마다 설정을 찾아서 해제하기에는 번거롭다. 그래서 대부분 그냥 알림만 지우고 넘어가게 된다.




하루 3개 이상 안 보내기,

CTR 낮으면 발송 중단하기


회사에서 푸시 발송할 때는 여러 안전장치들을 걸어둔다고 한다. 특히 이전 회사에서는 "푸시레드"라는 정책을 걸어두고 사용자들의 피로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발송 빈도 제한이다. 아무리 마케팅 효과가 좋아도 하루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보내면 사용자가 앱을 삭제하거나 알림을 차단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는 하루 3개 이상 보내지 않거나, 일주일에 총 몇 개까지만 보내는 등의 규칙을 만들어둔다. 또한 사용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CTR(클릭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메시지의 발송을 중단하거나, 발송 대상을 조정한다.


시간대별 발송 효과도 분석해서 최적의 타이밍을 찾는다. A/B 테스트를 통해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시간에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파악한다. 사용자 그룹별로 다른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활성 사용자에게는 신상품이나 프로모션 정보를, 비활성 사용자에게는 재방문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또한 개인화된 메시지가 일반적인 메시지보다 효과가 좋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구매 이력이나 관심사를 반영한 맞춤형 알림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이런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마케팅 효과는 최대화하면서 사용자의 피로감은 최소화하려고 한다.




거부하기 어렵게 만드는

UI/UX의 비밀


마케팅 수신동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내는 전략들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앱을 설치할 때나 회원가입할 때 마케팅 동의를 받는 과정을 보면 심리학적 기법들이 많이 사용된다. 일단 동의 버튼이 거부 버튼보다 눈에 띄게 디자인되어 있다. 색상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 "동의함"은 파란색 강조 버튼이고, "동의하지 않음"은 회색 텍스트로 작게 표시되어 있다. 사용자가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동의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또한 전체 동의와 개별 동의를 섞어서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전체 동의를 누르면 마케팅 수신도 함께 동의가 되는 구조다. 개별적으로 선택하려면 여러 번 클릭해야 하니까 귀찮아서 그냥 전체 동의를 누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사용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다크패턴들이 일반화되어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의도하지 않게 마케팅 메시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마케팅 수신 동의자들에게 매일 아침 알림이 발송되는 것이다.




클릭률 0.1%라도 보내는 이유


과연 사용자들이 그 알림에 정말 반응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매일 30개씩 오는 알림을 다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한 번에 지우거나 아예 무시한다. 그런데도 계속 보내는 이유가 뭘까. 마케팅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클릭률이 0.1%라도 보낸다고 한다. 100만 명에게 보내면 1000명이 클릭한다는 계산이다. 이 중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더 낮지만, 그래도 매출이 발생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논리다.


특히 마케팅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보면 푸시 알림은 상당히 효율적인 수단이다. 이메일이나 문자 발송에 비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한 번 설정해 두면 자동으로 발송되고, 개별 발송 비용도 거의 없다. 그러니까 반응률이 낮아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직접적인 클릭이나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나 리마인드 효과는 있다고 본다. 사용자가 의식적으로 무시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는 브랜드명이나 상품명이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많으면

무시당하는 알림의 역설


푸시 피로감과 효과적인 알림 타이밍 사이에는 딜레마가 있다. 너무 많은 알림을 보내면 사용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앱을 삭제하거나 알림을 차단한다. 하지만 적게 보내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마케터들도 이런 딜레마를 알고 있지만 명확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 각 회사가 개별적으로는 최적화된 전략을 사용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용자에게 과도한 알림 부담을 주게 되는 구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푸시 알림 자체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알림을 아예 끄거나 앱을 삭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알림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필요한 알림과 마케팅 알림을 구분해서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변화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알림의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개인화된 추천이나 정말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서 보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양적 접근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매일 아침 알림 폭격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메시지는 왜 클릭하게 될까


무시하게 되는 알림들과 그래도 눌러보게 되는 알림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먼저 개인화된 메시지는 클릭할 확률이 높다. "김○○님만을 위한 특별 할인"이나 "최근 보신 상품이 할인 중입니다" 같은 메시지는 나를 위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 "모든 고객 대상 특가"나 "전 상품 할인" 같은 일반적인 메시지는 무시하기 쉽다. 시간제한이 있는 메시지도 효과적이다. "2시간 후 마감"이나 "오늘만 특가" 같은 긴급성을 강조한 메시지는 클릭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가 매일 오면 신뢰성이 떨어진다.


구체적인 혜택을 명시한 메시지도 관심을 끈다. "50% 할인"이나 "무료배송"처럼 명확한 이익이 보이는 메시지는 클릭률이 높다. 반면 "특별한 혜택이 기다리고 있어요" 같은 모호한 메시지는 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내가 실제로 관심 있어하거나 필요한 카테고리의 상품 알림은 확인해 보게 된다. 최근에 운동용품을 검색했다면 관련 할인 정보에 관심을 갖는 식이다. 반대로 전혀 관심 없는 카테고리의 알림은 바로 지워버린다. 결국 개인화와 관련성이 핵심인 것 같다. 나와 상관없는 일반적인 메시지보다는 나의 상황과 관심사에 맞는 메시지가 훨씬 효과적이다.


결국 마케팅 메시지가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유용한 정보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알림 피로감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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