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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콘텐츠로 넘쳐나는 인스타그램의 현재

2025년 8월 6일 수요일의 기록

by 그라데이션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인플루언서들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AI 생성 콘텐츠를 자주 만난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너무 자연스럽고 정교해서 진짜 사람이 만든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한 차이점들이 있다.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이 조금씩 다르거나, 배경의 디테일이 부자연스럽거나, 텍스트의 톤이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특히 외국인 모델을 내세운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 계정들 중에 AI 생성 콘텐츠가 많다. 완벽한 얼굴, 완벽한 몸매, 완벽한 배경으로 이루어진 사진들이 매일 업로드된다.


최근에는 아예 AI 인플루언서라고 공개하는 계정들도 늘어나고 있다. 릴라 머신, 루 두 마갈랑 같은 AI 모델들이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실제 인간처럼 일상을 공유하고, 브랜드 협찬을 받고, 팬들과 소통한다. 댓글 응답도 AI가 자동으로 처리한다. 사람들은 이게 AI인 줄 알면서도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누른다.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와 똑같이 마케팅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AI로 콘텐츠 찍어내며

돈 버는 시대가 왔다?


"월 1000만 원 자동 수익" 광고와 AI 콘텐츠 사이에는 명확한 연결고리가 있다. 이런 광고들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AI 도구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수익화를 다룬다. "ChatGPT로 블로그 100개 만들어서 광고수익 올리기", "미드저니로 NFT 아트 대량 생산하기", "AI 영상 제작으로 유튜브 채널 자동화하기" 같은 방법론들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번 시스템을 구축해 두면 AI가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고,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수익화가 정말 지속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초기에는 AI 콘텐츠의 품질이 낮아서 쉽게 구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당히 정교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창의성이나 독창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비슷한 패턴의 콘텐츠가 반복되고,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AI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이런 한계들도 점차 해결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AI 콘텐츠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까지

AI가 대신 만드는 것들


AI 콘텐츠 제작의 종류와 수익화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텍스트 분야에서는 ChatGPT나 Claude 같은 도구로 블로그 포스트, 소셜미디어 캡션, 이메일 뉴스레터를 자동 생성한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SEO에 최적화된 글을 수십 개씩 만들어준다. 이미지 분야에서는 Midjourney, DALL-E, Stable Diffusion으로 일러스트, 사진, 디자인을 생성한다. 스톡 사진 판매, NFT 아트, 상품 디자인 등으로 수익화한다. 동영상 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Runway, Pika Labs 같은 도구로 짧은 영상을 만들고, AI 아바타로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제작한다.


수익화 방식도 전통적인 광고수익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 디지털 상품 판매, 컨설팅, 교육 콘텐츠 판매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AI 콘텐츠 제작법"을 가르치는 교육 비즈니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AI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고 수강료를 받는 구조다. 이런 메타 비즈니스가 실제 AI 콘텐츠 제작보다 더 수익성이 높을 수도 있다. 결국 AI 도구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수익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



창작의 진정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거리


진짜 창작자와 AI 창작자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예전에는 창작자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편집했다. 하지만 이제는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아이디어는 사람이 내고 실행은 AI가 하는 협업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의 진정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애매하다. AI가 90% 만들고 사람이 10% 수정한 콘텐츠는 누구의 작품인가. 반대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고 AI가 구현한 콘텐츠는 어떻게 봐야 할까.


더 복잡한 문제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AI를 활용해서 만든 콘텐츠인데도 마치 자신이 직접 만든 것처럼 발표하는 창작자들이 있다. 이것이 속임수인지 아니면 새로운 창작 방식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혼란스럽다. 어떤 콘텐츠가 AI 도움을 받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진정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AI 활용 여부를 명시하는 것이 윤리적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각자 판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AI 홍수 시대,

진짜 사람이 만든 콘텐츠의 가치


앞으로 AI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에 미칠 영향은 클 것 같다. 일단 콘텐츠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AI가 24시간 쉬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으니까 공급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콘텐츠 자체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진다. 대신 개인의 브랜드나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역설적으로 진짜 사람이 만든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 AI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 담긴 콘텐츠가 더 소중해질 수 있다. 실제로 "AI 프리" 라벨을 붙이는 콘텐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기농 식품처럼 인간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강조하는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결국 콘텐츠의 품질과 가치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다.


AI가 만든 콘텐츠로 넘쳐나는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창작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결국 사람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콘텐츠의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 속에서 창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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