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7일 목요일의 기록
5년간 여러 상사들과 일하면서 경력별로 다른 스타일과 강점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배우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5년 차 상사에게서는 실무 감각과 현실적 판단력을 배웠다. 이분은 아직 현장에서 직접 일한 경험이 생생해서 실무진의 어려움을 잘 이해했던 것 같다. "이 기능은 개발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라고 하면 "그럼 이렇게 단계적으로 나눠서 진행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무리한 일정을 강요하거나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았다.
특히 기획 업무에서 실무진과 경영진 사이의 통역사 역할을 잘했다. 위에서 내려오는 요구사항을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형태로 바꿔서 전달했다. "임원진이 이런 의도로 말씀하신 것 같으니 우리는 이렇게 접근해 보자"는 식으로 맥락을 설명해 줬다. 덕분에 팀원들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또한 실무 경험이 풍부해서 구체적인 조언을 많이 해줬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식의 실용적인 팁들이 실제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직 상급자로서의 권위보다는 선배로서의 친근함이 더 강해서 질문하기도 쉬웠다.
기억에 남는 10년 차 상사에게서는 균형감과 팀 매니지먼트 스킬을 배웠다. 이분은 실무 역량과 관리 역량을 모두 갖춘 상태였다. 필요할 때는 직접 뛰어들어 실무를 도와주기도 하고, 동시에 팀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도 잘 해냈다. 특히 팀원들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을 파악해서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소통했다. 디테일하게 관리받는 것을 선호하는 팀원에게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주고, 자율성을 원하는 팀원에게는 큰 방향만 제시하고 맡겼다.
갈등 상황을 조율하는 능력도 인상적이었다. 개발팀과 디자인팀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양쪽의 입장을 듣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했다. "개발 난이도와 사용자 경험을 모두 고려하면 이 방향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논리적으로 설득했다. 또한 팀원들의 성장을 챙기면서도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는 균형감이 있었다. 개인의 커리어 목표와 프로젝트의 필요를 연결해서 업무를 배분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라고 제안하는 방식이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15년 차 이상의 상사에게서는 전략적 사고와 조직 내 영향력을 배웠다. 이분은 단순히 주어진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회사 전체의 방향성을 고려해서 판단했다. "이 기능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서비스 정체성과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더 큰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렸다. 경쟁사 동향, 시장 트렌드, 회사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프로젝트 방향을 설정했다. 이런 전략적 사고가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우리도 더 넓은 시야로 업무를 바라보게 되었다.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과 네트워킹 능력도 뛰어났다.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 필요할 때 적절한 사람을 찾아서 연결해 줬다. "마케팅팀 OO님과 이야기해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사내 인맥을 활용해서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또한 위쪽으로의 보고와 커뮤니케이션도 전략적으로 했다. 임원진의 관심사와 우선순위를 파악해서 우리 팀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어필했다. 덕분에 팀이 더 많은 리소스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략적 사고에만 매몰되지 않고 실무 디테일도 챙겼다. 중요한 부분은 직접 확인하고, 필요하면 세부사항까지 관여했다.
경력별로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관찰하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5년 차는 아직 실무진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쉽다. 비슷한 고민을 했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 10년 차는 실무와 관리 업무를 모두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균형감을 갖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디테일하게 관리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자율성을 줘야 하는지 알게 된다. 15년 차는 조직 전체를 보는 시야가 생기기 때문에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된다. 개별 프로젝트보다는 회사 전체의 성공을 고려해서 판단한다.
하지만 경력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상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력이 쌓이면서 현장 감각을 잃거나, 권위적이 되거나, 실무진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봤다. 좋은 상사들의 공통점은 경력이 쌓여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했는데"라고 하면서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회사와 내 삶을 구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함께 일했을 때 도움이 되는 동료이자 누군가에게 롤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은 당연히 존재한다.
내가 상사가 되었을 때 닮고 싶은 모습들을 정리해 봤다. 먼저 5년 차인 지금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기억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동료가 되고 싶다. 10년 차가 되었을 때는 균형감과 갈등 조율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팀원들 각자의 특성을 파악해서 맞춤형으로 소통하고, 갈등 상황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 15년 차가 되었을 때는, 단순히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팀을 이끌고 싶다. 그렇게 저 리더를 따랐을 때 우리 팀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도록 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분들의 공통점이었던 겸손함과 지속적인 학습 자세를 유지하고 싶다.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팀원들로부터도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싶다. 또한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실력과 인격으로 인정받는 상사가 되고 싶다. "상사라서 따라야 한다"가 아니라 "저 사람이라서 따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모습들을 지금부터 조금씩 실천해 나가면서 준비하고 있다.
5년간 만난 상사들을 통해 리더십은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경력과 상황에 따라 다른 스타일이 필요하고, 각자의 강점을 살려서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상사가 될 텐데, 그때는 이분들에게서 배운 좋은 점들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한 상사는 없지만, 계속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만큼은 꼭 가지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