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커리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될 수 있나요?
마케터와 기획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종종 들어왔다. 두 직무는 다르지만, 본질은 제품을 유저에게 팔아야 한다는 목표는 같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모두 하는 경우도 많고, 회사마다 직무 정의가 달라서 더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일해보면 두 직군이 시작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마케터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고, 기획자는 무엇을 만들지부터 고민한다. 같은 제품을 놓고도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각자의 매력이 있는 직무라고 생각한다.
어느 패션 커머스에서 새로운 브랜드 제휴 상품을 론칭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획자는 "어떤 브랜드와 제휴할까?", "상품 카테고리는 어떻게 구성할까?", "결제 프로세스는 어떻게 설계할까?"를 주로 고민한다. 사용자가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고, 받는 전체 경험을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마케터는 그 다음 단계에서 출발한다. "이 제휴 상품을 어떻게 알릴까?", "타겟 고객은 누구고, 어떤 메시지가 먹힐까?", "인스타그램 광고를 돌릴까, 인플루언서 협업을 할까?"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홍보해서 매출을 만들어낼지가 마케터의 주요 고민이다. 실제로 한 뷰티 플랫폼에서 신규 브랜드를 입점시킬 때, 기획자는 상품 상세 페이지 구조와 리뷰 시스템을 설계했지만, 마케터는 론칭 이벤트 기획과 SNS 캠페인 전략을 짰다.
쉽게 말하면 기획자는 '창조'를 하고, 마케터는 '가공'을 한다. 기획자는 없던 것을 만들어내고, 마케터는 있는 것을 매력적으로 포장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한다. 둘 다 제품의 성공에 필수적이지만, 일하는 방식과 집중하는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
어느 구독형 음원 서비스에서 가족 요금제를 추가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획자는 "가족 구성원을 몇 명까지 등록할 수 있게 할까?", "각자 플레이리스트는 어떻게 관리하지?", "결제 권한은 누구에게 줄까?"처럼 실제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한다. 사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세세한 플로우를 고민한다.
마케터는 다른 질문을 한다. "가족 요금제를 누구에게 팔아야 할까?", "20대 1인 가구보다 30-40대 자녀가 있는 가정이 타겟 아닐까?", "경쟁사 대비 우리 가격이 경쟁력 있나?" 시장 분석과 고객 세그먼트, 메시징 전략을 짜는 게 마케터의 역할이다. 실제로 한 동영상 플랫폼에서 프리미엄 요금제를 출시할 때, 기획자는 화질 옵션과 동시 접속 기능을 설계했고, 마케터는 '영화 마니아'와 '가족 사용자' 두 타겟을 나눠 각기 다른 광고 소재를 만들었다.
기획자는 사용자 니즈를 파악해서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마케터는 만들어진 기능이 어떤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로, 어떤 채널을 통해 전달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기획자가 '무엇'을 만들었다면, 마케터는 그걸 '어떻게' 알릴지 결정하는 거다.
어느 배달 앱에서 새로운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획자는 "무료배달 혜택을 어떻게 적용할까?", "쿠폰은 자동 지급할까 수동 다운로드로 할까?", "멤버십 가입 플로우는 몇 단계로 구성할까?"를 설계한다. 사용자가 앱에서 직접 경험하는 모든 인터랙션을 책임진다.
마케터는 "이 멤버십을 어떻게 포지셔닝할까?"를 고민한다. "가성비를 강조할까, 프리미엄을 강조할까?", "첫 달 무료 이벤트를 할까?", "TV 광고와 유튜브 광고 중 어디에 예산을 더 쓸까?" 사용자들이 앱을 열기 전, 그 멤버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게 만들지가 핵심이다. 실제로 한 O2O 서비스에서 프리미엄 멤버십을 론칭할 때, 기획자는 등급별 혜택 차등 로직을 설계했지만, 마케터는 "당신을 위한 특별한 대우"라는 메시지로 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획자는 제품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만들고, 마케터는 제품 밖에서 사람들이 그 제품을 어떻게 인식하게 할지 만든다. 기획자가 만든 좋은 기능도 마케터의 커뮤니케이션 없이는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고, 마케터가 아무리 멋진 메시지를 만들어도 기획자가 설계한 실제 경험이 별로면 고객은 떠난다. 결국 둘이 잘 협력해야 제품이 성공한다.
마케터와 기획자는 같은 제품을 놓고도 완전히 다른 일을 한다. 물론 두 직무는 서로 완전한 공생관계라고 생각한다. 기획자는 사용자들이 실제로 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마케터는 그걸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알린다는 차이만 존재한다. 만약 기획자에서 마케터로, 또는 마케터에서 기획자로 전환을 고민한다면, 내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리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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