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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영 May 19. 2020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양육방식

 여러분은 서로 정말 다른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답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정반대인 저희 엄마와 아빠가 벌써 30년 가까이 함께하고 계시거든요.


 제가 보기에 두 분의 공통점이라곤 오직 정치 성향뿐이에요. 아, 그리고 세월이 흘러갈수록 점점 닮아지는 얼굴도요.(친구들이 가끔 제 가족사진을 보며 두 분이 남매처럼 닮았다며 놀라곤 합니다.)


 우선 저희 엄마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이렇습니다.

:공감 능력 높음, 화 잘 안 냄, 감성적, 충동적, 청소 싫어함, 모임 등 노는 자리 좋아함, 다양한 옷 색깔


 반면, 아빠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이렇지요.

:공감 잘 못함, 다혈질, 이성적, 현실적, 청소 중요시, 혼술파, 오로지 파랑 옷


 이렇게 정반대의 삶을 사는 두 분은 자식을 양육하는 방식도 극명하게 다릅니다.


 한 예로, 오늘은 제가 실수로 유리잔을 깼습니다. 쨍그랑- 소리가 나자마자 저는 아빠가 주변에 있는지 확인했어요. 유리잔을 깨면 한참 잔소리를 들어야 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방에 계시던 아빠가 어떻게 소리를 들으셨는지 득달같이 달려오셨어요.


 “에이 이런, 아빠가 항상 유리잔을 조심하라고 그랬잖아! 냅둬 그냥! 아빠가 치울 테니까 밟지 말고 저리 가 있어!”라고 소리치신 아빠는 유리 잔해를 치우시며 끊임없이 ‘유리잔은 깨지니까 쓰면 안 된다, 테이블 가장자리에 잔을 놓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냐, 유리조각이 얼마나 멀리 퍼져서 위험한데 너는 그걸 깨뜨리냐’며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제가 한 실수를 아빠가 치우시게 할 수 없어서 같이 정리하는 와중에 엄마가 저희 두 사람 옆을 지나치며 “둘이 뭐해?”라고 물으셨어요. 저는 “엄마, 내가 실수로 유리잔을 깨뜨렸어. 산 지 이틀밖에 안된 건데 속상해.”라고 답했고, 이에 엄마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거야. 하나를 깨뜨렸으니 조만간 더 예쁜 게 들어올 거야.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라며 쿨하게 말하셨습니다.


 


 츤데레처럼 언성을 높이시면서도 위험하다며 저 대신 잔해를 직접 치우시려는 아빠와, 직접 도와주지는 않지만 위로와 공감을 해주시는 엄마는 정말 다르죠. 서로 다른 점 때문에 두 분이 싸우는 경우도 잦지만, 자식 입장에선 오히려 다양한 방면으로 충족하게 채워질 수 있었어요. 치킨도 먹고 싶고 피자도 먹고 싶을 때 둘 다 주문한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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