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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프리 Jul 11. 2020

유당불내증을 겪는 삶을 아는가?

유당불내증 겪는 분들 힘내세요!


국내에 나처럼 유당불내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유 회사에서는 소화가 잘되는 우유라며 판매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대한민국 국민 2명 중 1명은 유당불내증이라는 CF를 내놓기도 했다.


그럼 유당불내증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유당불내증이란 소장의 유당분해효소가 결핍되어 있어 분해 및 흡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설사, 가스 등에 의해 장이 팽만에 지고 복통 등의 증상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교 때 우유 배급을 받으면 거의 매일 가방에 넣고 집에 가다 우유가 터져 책이며 가방이며 우유 비린내로 진동했던 게 생각이 난다.


아마 어릴 때 한 번씩은 다 겪었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유에 대한 최악의 기억을 말하라고 한다면 한 가지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


키가 작았던 나는 매번 앞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 날의 기억도 나는 맨 앞에 앉아 있었다.


점심시간 담임선생님이 컴퓨터 책상이었던 내 맞은편에 앉아 밥을 드셨다.


나이가 꽤 있으셨던 담임선생님은 밥을 몇 술 뜨시더니 갑자기 우유를 꺼내 드셨다.


나는 어리둥절한 마음에 밥을 먹으며 선생님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차라리 보지를 말 것을….


선생님은 우유를 뜯더니 그대로 밥에 넣어 말아 드셨다.


개인 취향이고 밥에 우유를 말아먹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우유를 싫어하던 어린 나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나에게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 우유라는 이유 때문인지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역해졌다.


그 날 나는 더는 밥을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선생님은 나에게 남기면 안 된다고 훈육을 하셨지만 나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화장실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 우유 말고 치즈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어릴 때 체다 치즈를 새 모이처럼 조금만 먹었을 뿐인데 바로 구토한 적이 있었다.


그전부터 우유나 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고 설사, 복통, 구토 등을 겪어야 했기에 나는 엄마에게 가서 물어보았다.


"어릴 때부터 우유나 치즈를 계속 먹으면 이런 증상이 나아진다고 하는데 난 어릴 때 안 먹였어?"


내 말에 엄마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먹였지. 그거 얼마나 한다고 안 먹였겠어. 근데 조금만 먹여도 바로 토하니까 더는 안 먹인 거지."


키가 크고 싶어 억지로 우유를 먹었던 나는 엄마의 말에 이렇게 생각했다.


`그럼 그냥 안 먹어야지. 먹으면 아프기만 하고.`


하지만 우유, 치즈와 같은 유제품 등을 먹지 않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10대 때 내 주변 친구들은 햄버거와 피자를 참 좋아했다.


특히 학교가 끝나고 출출할 때 햄버거만 한 것이 없다며 매번 나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


이때 나는 햄버거에 치즈를 빼달라고 하면 빼서 준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내가 매번 치즈를 빼고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이 조금 귀찮고 특별히 햄버거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기에 친구들이 졸라서 가야 할 때가 아니라면 발걸음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피자는 좋아했던 나는 피자를 먹을 때마다 위가 팽만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피자는 마다치 않고 먹었다.


하지만 매번 찾아오는 고통에 결국 피자도 많이 찾지 않게 되었다.


어릴 때와 비교했을 때 현재 다양한 외국 음식들이 국내에 들어오게 된 것 같다.


그만큼 치즈나 우유가 들어간 음식들 또한 많아졌다.


자칫 모르고 먹게 된다면 짧으면 몇 시간 길게는 몇 주 지속하는 고통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의심되는 음식이 있다면 최대한 확인하고 먹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일부러 먼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우유나 치즈를 먹으면 알레르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런 나에게 친오빠나 다른 주변사람 몇 명이 한마디를 했다.


"그냥 그건 트라우마인 거야. 나도 어릴 땐 그런 일들을 겪었지만 계속 먹으며 극복했어. 너도 계속 먹어봐. 그건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거야."


그때마다 나는 화가 났다.


처음부터 먹고 싶지 않아서 먹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며 만약 먹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먹으면 아프고 힘들어질 뿐인데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편식을 한다.


저마다의 이유도 있다.


식감이 별로라서, 물컹해서, 향이 싫어서 등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들어왔을 이야기다.


"편식은 안 좋은 거다. 편식하지 말아라."


골고루 먹는 것이 몸에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몸이 힘들 정도로 안 좋다면 편식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과연 편식을 하지 않을까?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나부터 내가 겪지 않은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 그림 작가 : Bom

- 글 작가 : 지비냥


- 냥프리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nyan.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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