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다해 글쓰기를 끓이는 시간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떡국, 등산, 자화상, 건반

by 몽글포실냔냐

정성을 다한 글쓰기는 인생의 성장을 가져다 준다.

글쓰기는 한 그릇 먹으면 한 살 더 먹는 떡국과 같다.

딱딱한 흰 가래떡, 사골 육수.. 처음엔 그게 전부다.

하지만 가래떡을 송송 썰고, 오래 우린 육수에 담그고, 계란 지단을 부치고, 파와 김을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는 시간을 기다리면 정성을 다한 떡국 한 그릇이 완성된다.

“떡국 한 그릇 먹고 한 살 더 먹거라.”

글 한편 정성을 다해 끓여 내면 한 살 더 먹은 기분이 든다.


글쓰기의 시작은 늘 힘들다. 마치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산을 오르기는 저 꼭대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 시작이 가장 어렵다.

‘뒷동산이라도 올라가 볼까? 아 내일..’

그 어려운 시작을 이겨내고 산 아래에서 몇걸음 걷다 보면 벌써 숨이 차다. 하지만 숨이 차는 처음을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맥박이 아무렇지 않아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정상까지 오르면 상쾌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다. ‘야호~ 정상이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순간은 학교 백일장이었다.

주어진 주제에 맞게 한 줄, 한 문장을 쓰려고 머리를 쥐어 짰다.

글쓰기의 시작, 첫 문장. 그 한 문장을 쓰는 건 왜 그렇게 어려울까?

아마도 완벽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잘 쓰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 저 꼭대기의 까마득한 마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 글쓰기는 자꾸 멀어져만 간다.

하지만 아무 생각을 다 내던지고 그냥 한 걸음 내딛으면 자동으로 써진다. 그냥 걷는다..

지겹고도 숨이 차는 걸음을 그냥 걷다가 보면 맥박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어느새 정상을 눈앞에 두게 되는 것처럼, 글쓰기도 끝이 있다.

그리고 완성 하고 나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와! 무언가를 만들어 냈구나.”


글쓰기는 수줍은 사람에게,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나를 그려주는 자화상이 된다.

일기조차 부끄러워 나만의 일기장도 없었던 나는 늘 말도, 글도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계속 글을 썼다.

노트 귀퉁이에도, 메모지에도 때론 핸드폰 문자로도,

어디에든, 어떻게든.

생각의 파편들을 모으면 그 자체로 내가 된다. 피카소의 자화상처럼 눈, 코, 입, 귀 모두 따로따로 놀지만 고정된 모습이 아닌 해석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입체적인 내가 좋다. 나를 잘 몰랐다가도 글이 보여주는 자화상으로 나를 알게 된다.


표현해야 할 것 같은 충동, 써야 할 것 같은 충동이 올라오는 이유는 바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모래알 같이 작은 존재라 할지라도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나도 여기 있다고..여기 살아있다고..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처럼 아기처럼 글이라는 건반을 마구 두드려도 본다.

그리고 도레도레도를 배워 손가락 하나하나를 다뤄보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은 도레미 도레미를 연주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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