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와 가방 사이

지금 내 가방에 있는 것들

by 몽글포실냔냐

나는 가방보다 주머니를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가방 대신 주머니에 연필과 지우개를 넣고 학교에 갔으니까. 필통과 가방은 자주 잃어버렸지만, 주머니 속에 넣은 물건은 잘 잊어버리지 않았다.

지금도 두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만큼만 들고 밖에 나선다. 가방은 텅 빈 채로 두다가, 꼭 필요할 때 그때그때 물건을 담는다.



시 낭송 수업이 있는 날. 내 가방에는 볼펜, 시 노트, 양산이 전부다.

수업에 오신 여사님들의 가방은 다르다. 함께 나누어 먹을 간식, 가지런히 정리된 필통, 작은 거울과 생수통까지. 가방 안은 나와 타인을 위한 배려로 가득 차 있다. 그 넉넉함을 바라보며, 나의 가벼운 가방이 순간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빈 가방은 또 빈 가방대로의 자유가 있다.

가방을 잃어버려도 ‘음 핸드폰과 지갑이 주머니에 있으니 어디 한번 가방을 찾아볼까? 어딘가 있겠지..’ 하고 조금 여유를 부릴 수 있다.

부족함에도 넘치는 배려와 도움을 받으며 세상은 믿을만하다는 신뢰는 쌓여간다.

“아유, 볼펜이 더 이상 안나오네?” 하는 순간 “볼펜 빌려드려요?”,

“물티슈가 없는데 이를 어쩌지?” 하는 순간, “여기 있어요.”

“그건 저기 가봐요” 하는 도움의 손길이 언제나 찾아온다.

가벼운 가방에는 감사할 것 더욱 넘치게 담겨진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도라에몽의 주머니 같은 가방을 꿈꾼다.

열면 뭐든 나오고, 필요한 것을 꺼내어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마법 같은 가방 말이다.

내 주머니와 가방이 언젠가 그렇게 누군가를 위한 넉넉한 보따리가 되기를, 나도 조금씩 닮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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