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영화
숨 고르기가 필요한 순간마다 윌 스미스가 나오는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장면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영화 자체는 잔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급박하고 절박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숨을 고른다. 주저앉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멈추지 않고 달려나가는 주인공의 뒷 모습에서 나는 큰 숨을 쉬고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는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스트레스의 이해와 관리라는 과목을 수강하던 어느날 이었다. 영화에는 어둡고 슬픈 배경 음악과 절망적이고 급박한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되는 주인공의 최선과 성취는 마치 달리기 경주를 보는 것 같은 스릴과 쾌감을 안겨주었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주인공은 잘 팔리지 않는 의료기기 판매원으로 매일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아내도 집을 떠나고 공과금과 주차 벌금조차 내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주인공에게 남은 것은 어린 아들과 팔리지 않는 의료기기 한 대 뿐이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증권 중개인과의 대화를 통해 ‘나도 수학은 잘했는데..’하고 자신을 돌아봤고, 직접 증권회사 본사에 찾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절실함으로 면접관들을 설득해 무급 인턴 자리를 얻어 단 한명 정규직에 채용되기 위한 인생을 시작한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남은 한 대의 의료기기를 팔다가 아들이 탄 버스를 놓쳐 아들을 잃어버릴까봐 숨이 차도록 뛰는 장면,
노숙자 센터에서 겨우 겨우 불 빛을 찾아 시험 공부를 위한 책을 펴 들었으나 소등시간이 되어 온 세상이 되어 버린 장면.
하루 종일 TV만 틀어 두고 아들은 방치된다는 알면서도 골목 탁아소에 사정사정 하여 아이를 맡기고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달리는 장면.
무료 노숙자 센터로 최선을 다해 달려갔지만 바로 앞에서 줄이 끊겨 잠잘 곳이 막막해져 한없이 아들을 업고 길거리를 걷는 장면.
영화 곳곳에 도사리는 절망과 슬픔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온 세상엔 어둠만 남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책임감, 활력, 유연성, 유머, 창의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아주 튼튼한 스프링, 기량이 최고에 다다른 스포츠 선수 같아서 어둠과 명확하게 대비되는 빛을 내고 있다.
지하철 역에서 한참 아들과 앉아 있다가 화장실에서 잘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은 아들에게 ‘우리 잘 곳이 없어.“하고 슬픈 표정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타임머신을 탔어. 이곳은 공룡시대야. 공룡이 쫒아온다.” 하고 아이와 함께 화장실이 정말 동굴이라도 된 듯 신문지를 깔았고, 아들은 아버지와의 놀이를 즐겼다. 그리고 즐거운 상상 놀이를 깨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문 밖에서 사람들이 화장실을 부술 듯이 두드렸다. 주인공은 말없이 문을 손과 발로 붙잡고 버텼다.
“괜찮아. 아빠 여기 있어. 무서워하지마.”
“오늘 밤은 여기서 자야해. 하지만 아빠 여기 있어.”
이 장면은 두려울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자주 내 머리 속을 스친다.
불안안 현실 앞에서도 아이의 세계를 지켜주려는 마음, 그러면서도 현실을 놓지 않고 이겨내려는 마음 그 영화 속 장면 속에서 고귀하게 피어오르는 인간의 존엄과 가능성, 어둠을 비추는 희망을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