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나를 웃게 하는 너의 한마디
“넌 성선설을 믿어? 아니야. 사람은 모두 악해. 난 성악설이야.”
그는 문득 진지하게 이런 말을 꺼냈다. 해병대 출신, 베테랑 형사.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들여다본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시체가 뭔 줄 알아? 아기 시체야.”
“가방 문 좀 잘 닫고 다녀. 소매치기 당하기 딱 좋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늘 현실적이고, 차갑고, 때로는 무거웠다. 어두운 진흙탕 속에서 진실을 끄집어내는 직업 탓일까. 호수를 함께 산책하다가도 불현듯 물에 빠져 죽은 사건 이야기를 꺼내며 굳은 표정으로 잠시 말을 멈추곤 했다.
하지만 그와의 시간은 결코 무겁기만 하지 않았다.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수줍은 표정으로 건네는 모습, 아침마다 두유를 양손에 들고 나를 기다리다 환하게 웃던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 같았다. 무엇보다 그가 건네는 진지한 농담들은 나를 늘 웃게 만들었다. 스스로는 “나한테 웃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라며 머쓱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는 웃기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이었다. 웃을 상황이 아닐 때조차 갑자기 상황을 우습게 비틀어내는 능력, 그것에 나는 반했다.
그는 2년 전, 나와 블랙코미디 같은 한 편의 시간을 찍어낸 뒤 내 덕분에 형사과에서 파출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하루는 다크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우리 파출소에 매일 같이 찾아오시는 미친 할머니가 있어. 오늘 또 시비 걸고 혼잣말하길래,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름을 물었지. ‘할머니 이름이 뭐여유?’ ‘광녀.’ 계속 다시 물어봐도 ‘광녀’래. 그래서 장난하시나 싶어서 다시 물었지.
‘할머니 성함 세 글자로 말씀해 보세요.’ 그러자 ‘광녀라니까 김광녀’… 결국 진짜 성함이 ‘광녀’였던 거야. 아니, 옛날에 누가 이름을 그렇게 지었대. 나참.”
그의 이야기를 듣다 웃음이 멈추기도 전에, 그는 또다시 진지한 얼굴로 아이의 티셔츠를 가리켰다.
“혹시 마이클 조던 알아? 나이키에서 협업해 브랜드를 만든 농구 황제였지. 어릴 때는 잠도 안 자고 농구만 했대. 그래서 그의 엄마가 친구들에게 늘 이렇게 물었지. ‘마이클 졸던~?’
자꾸 친구들에게 마이클 졸았냐고 물어보는 엄마에게 화가난 마이클 조던은 화가 나서 돌맹이를 뻥 찼는데 돌맹이가 굴러가질 않는거야. 그래서 마이클 조던이 ‘너 뭐야?’하고 돌에게 물었더니 돌이 뭐라고 대답했게? ‘나이끼 에요’”
순간의 침묵 뒤, 터져 나오는 웃음. 그의 삶은 만만치 않지만 그 속에서 던져지는 농담이 참 좋다. 삶의 무게를 잊게 하는 가벼운 농담. 어둠과 빛을 동시에 품고 있는 아이러니한 농담. 그리고 나는 그가 정말 웃기고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