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가장 친절한 사람이다

친절에 대한 생각

by 몽글포실냔냐

브런치 작가 수업에서 글쓰기 주제를 받았다. “나는 나에게 얼마나 친절한가.”
질문은 단순했지만, 쉽게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사전에서 ‘친절’을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친근하고 다정함.’ 누군가를 대하려면 얼굴을 마주보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나를 마주하는 일은 참 쑥스럽고 어색하다.

밥을 먹을 때 “뭐 먹고 싶어?”,

길을 걸을 때 “거기 웅덩이야, 안쪽 길로 가자.”
옷을 입을 때 “그거 참 잘 어울린다. 이건 어때?”,
차를 마실 때 “오늘 기분 어때? 무슨 일 없었어?”
만약 이런 말을 나 자신에게 건넬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나에게 친절한 것일까?

그 물음은 한동안 내 안에 머물렀다.


그러다 우연히 부모교육 수업의 한 장면에서 그 답이 조금은 풀리기 시작했다.

“현재 아이들의 소속감, 존중감, 능력감, 중요감을 어떤 방식으로 채워주고 있는지 기록해 볼까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나 자신이 떠올랐다.
나는 나에게 소속감을 주고 있는가?
나를 존중하고 있는가?
나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가?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가?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생각해온 ‘나를 향한 친절’은 너무 좁은 의미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른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작은 선물을 사주거나, 나를 위한 여유를 허락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육아의 한가운데서 나는 종종 나를 잃어버렸다고 느꼈다.
아이를 돌보느라 이름이 지워지고,
시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슬픔을 곱씹던 날도 많았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육아를 비롯한 타인을 향한 돌봄의 시간을 나를 잃어버림이 아닌,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확장하는 시간으로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에세이를 써서 다른 부모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곁의 사람을 돕는 사람, 좋은 것을 발견하면 함께 나누며 공동체를 세우는 사람들.


그렇다.

나에게 친절하다는 것은 단지 나를 위한 선물을 주는 일만이 아니다. 타인과 연결되며, 그 속에서 내 능력을 확인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일이구나.
그것이야말로 깊은 친절일 수 있구나.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친절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친절이 언제나 타인을 세우는 친절이었을까?
때로는 존중감과 능력감을 해치지는 않았을까?
나의 감정과 요구를 돌보지 못한,
과한 친절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발견한다.
안 그런 척하지만,
사실 나는 나에게 매우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주저하고 망설이는 나를 나는 늘 기다려주고,
오래 걸려도 결국 내가 원하는 길로 가도록 나는 나에게 허락해주었다.

나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다.
알고보면 나는 나에게 가장 친절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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