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앞에서 사랑을 다시 배우기 위해 만난 들릴라
사실 저는 마무리가 참 어려운 사람입니다.
글도, 관계도, 감정도, 일도 끝맺음이 참 어렵습니다.
미루다 못다 쓴 여러 가지 글의 파편들과 해야 할 일 목록, 이미 이사한 동네 가게 전화번호까지..
자주 삶의 흔적에 치여 삽니다.
그러나 짧지만 어느새 처음 계획했던 13편의 브런치 첫 연재작을 마무리하고자 책상에 앉으니
글을 쓰기도 전에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행복함이 밀려옵니다.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남편과의 관계에서 불안형의 애착유형이었다고 고백하는 아내로서
먼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배우고 쓰기 시작했던 처음 글의 제목은
<회피형 남편과 다시 사는 법>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내적인 공간은 정말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구성요소 중 하나로 애착이론을 정립한 보울비는
'애착'을 주 양육자와 영아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감이라 했지요.
자신이 어떤 애착 유형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했어요.
초기에 형성된 자신과 타인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에
요즘에는 성인 애착 유형으로 확장되어 소개되고 있죠.
불안과 회피의 두 축으로 보통 4 유형을 산출하며
자기 긍정. 타인 긍정. 타인과의 친밀을 즐기지만 혼자 있어도 편안한가? - 안정형
자기부정. 타인 긍정. 버림받을까 두려워 집착하거나 의존하는가?-집착 의존형
자기 긍정. 타인 부정.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며 친밀을 부담스러워하는가?-회피형
자기부정. 타인 부정. 관계 불안과 회피가 공존하는가- 혼란형
으로 나뉩니다.
이 성인 애착 유형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관계 맺는 대상에 따라 변화할 수 있죠.
자신의 속마음을 잘 말해주지 않고,
갈등은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으며
해결이 아닌 피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 같은 남편..
그런 남편에게 애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박하기도 하고,
속상함과 막막함
두려움과 불안에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몰라 울던 아내..
불안형의 애착유형을 가진 아내 그 사람이 접니다.
날마다 힘든 날만 있던 것도 아니었고,
때로는 사랑했고, 때로는 함께 웃었지만,
우는 날에는 웃던 날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이 슬픔이 전부인 것만 같았습니다.
저의 결혼 9년 차
남편이 그동안 큰 두려움에 숨겨두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가정은 대혼란에 빠졌었습니다.
어떻게든 원인을 알고 해결하고자 재빠르게 추격하고
두려움에 어쩔 수 없이 도망가야만 하는 상황을 보내고
제 안에 남편을 보내기로 했어요.
'가 버려! 내 인생에 더 이상 나타나지 말아 줘!'
그에게 쏟아부었던 마음에게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크게 부풀려 책임지고자 하니 강함의 날개가 쫘악 펼쳐졌습니다.
그렇게 그를 향한 의존을 벗어버리고 추격을 멈추니
그러자 남편의 진짜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너를 잃어버릴까 봐, 가족을 잃을까 봐.. 소중한 것을 잃을 게 두려웠어.
그래서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잃어버릴까 봐..'
도망하던 진짜 그의 속 마음을 알게 되고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제 마음 또한 그에게 완전한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결혼 생활 중에
나 홀로 참고, 나 홀로 울었는 줄 알았던 그 시간에
그 또한 얼마나 견디고, 얼마나 괴로웠을지가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미움 대신 사랑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의존 대신 책임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먼저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서 그에게 흘려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분노가 연민으로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 또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결혼 10년 차..
회피형 남편을 조리하는 방법을 그동안 여기저기서 열심히 배워 적은 내용은
<회피형 남편과 다시 사는 법>이 아닌
<들릴라의 유혹 노트>라는 제목으로 풀어지게 되었습니다.
남편을 잘 조리해 비밀까지 캐낸 성경 속 인물 '들릴라'를 저의 스승님으로 모셔왔습니다.
삼손과 들릴라가 성경 속 인물이기는 하지만 사실 성경에서 갖고 있는 캐릭터 그대로는 아닙니다.
성경 속 들릴라는 사실 훨씬 잘 삐집니다. 삼손도 단지 인간적인 연약함 때문에 무너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 과하게 애썼던 과거의 저와 정 반대로 자신만의 당당함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와 다른 인물을 찾다 보니 삼손을 유혹한 들릴라라는 인물이 제게 크게 다가왔습니다.
관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배우며 느꼈던 제게 부족한 면, 배우고 싶고 바뀌고 싶은 점을 들릴라의 입을 통해 말하고, 저의 삶에 적용하고자 글을 쓰면서도 애썼습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말하기보다 가만히 들여다보라'는 들릴라의 말을 이해는 하지만, 불편한 것이 있으면 즉각 말하고 해결하고 싶은 내적 욕구와 삶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죠..
그러나 이 글을 쓰는 과정 속에 내내
자신을 긍정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다양하고도 좋은 롤 모델들을 주변에서 가득 만났습니다.
또 감정코칭, 긍정훈육법, 아들러상담, 신구약성경읽기, 내러티브치료, 전자책작가수업, 성격심리학, 부모효율성훈련, 검사지를활용한집단상담 등등 여러 배움의 기회가 끊임없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히 한해를 치유의 해로 이끄신 주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합니다.
분노가 올라올 때면, 십자가에서 보이신 그 사랑을 날마다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몇천 년 뒤로 찾아와 나를 만나준 고마운 스승,
내 사랑 들릴라에게도..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결코 비극은 아니었던 삶을 산 삼손에게도..
고마움과 사랑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계속 배우고 따르기를 선택하는 분들을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가야 할 길이 참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