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가 훤하네요, 요즘 좋은 무슨 일이라도 있나 보군요.’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왠지 밝아 보이면 좋은 마음을 담아 그렇게 말을 주고받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는 덩달아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혹은 지하철 같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엘 가면 나는 무심결에 스쳐가는 눈길로 그들을 하나하나 탐색하는 조금은 괴상한 취미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얼굴 모습과 표정 속에서 그들의 마음 상태나 평소의 성격을 읽어보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나의 생각이 족집게 도사처럼 꼭 맞아떨어지는 않겠지만 얼굴색과 표정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얼굴이 마음을 전하는 통로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유난히 풀이 죽어 있는 얼굴에선 그 사람의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고 연민의 감정이 생깁니다.
칙칙한 얼굴의 톤과 쳐질 대로 쳐져있는 것 같은 얼굴 근육은 그(그녀)를 한층 겉늙어 보이게 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건조한 얼굴빛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우스운 일이 없어도 그냥 밝은 표정으로 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만 한 것인지, 아직 세상의 근심에 절어 있지 않은 아이들의 웃음기 묻은 얼굴이 그나마 반갑게 느껴질 정도로 밝은 얼굴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얼굴의 밝고 어둡고 하는 것은 바로 표정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저절로, 혹은 의도적으로라도 밝은 표정은 가꾸어져야 한다는 것일 텐데, 모두가 좋은 일도 없는데 뭐 하러 힘들게 표정을 가꾸어야 하느냐.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의 표정은 밝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삶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의 얼굴에서도 희망과 평화의 빛이 강하게 발산됩니다.
마음이 밝아져서 얼굴에서도 저절로 형형한 빛이 감도는 것입니다.
영혼이 맑아서 우러나오는 얼굴빛은 부유층의 사람들처럼 잘 먹어서 기름진 얼굴의 빛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의 얼굴에는 펄(pearl)이 들어간 화장품으로 빛을 낸 여인들의 얼굴빛과는 감히 비교도 안될 만큼 영롱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의 발길이 머물게 하며, 보는 이의 가슴이 뛰게 하면서도 왠지 숙연해지게 하는 거룩한 빛의 이끌림이 있습니다.
가만히 스스로의 영혼을 돌아보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작용하게 하는 파워 있는 빛입니다.
빛이 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떤 강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기운을 전해 받고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마음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염려하며 수시로 안색을 살피곤 합니다.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클수록 얼굴 표정과 색깔 그리고 윤기가 나는 정도 등을 쉽게 파악하고는 안 좋은 느낌이 들면 그를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 주어야만 할 것 같아 마음에 안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얼굴의 빛은 그렇게 사람의 현재 상태를 잘 알려주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플 때뿐만 아니라 영혼이 아프거나 외로워할 때에도 우리의 얼굴에서는 빛이 사라지게 됩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의 피부는 화사하고 투명한 색깔과 톤을 가집니다.
눈동자는 맑고 밝아서 모든 것이 그대로 투영되는 듯합니다.
곧 눈물이 이슬방울처럼 똑똑 떨어질 듯이 언제나 촉촉합니다.
거기에 자연스럽고 화사한 미소가 곁들여져 좋은 에너지가 발산됩니다.
그러한 이치들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일들로 인해 괴롭거나 힘이 들면 병도 나고 희망도 사라져 마음에 어두움이 깃들게 됩니다.
그리고는 그 어두움에 자신을 그대로 방치해 두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영혼이 슬픔과 괴로움으로 찌들고 마음이 어둠 속에 갇히면 자연히 얼굴에서도 빛이 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혼의 소리에 늘 귀 기울이는 사람은 자신의 영혼을 어둠 속에 머물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빛의 세계 속으로 이끌어내려는 강한 마음이 작용해서 밝은 것들이 있는 곳과 밝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위로를 받고 치유를 받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영혼이 알려주는 대로 따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맑은 영혼은 밝은 곳에 머물고자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밝아지라고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으며,
그것은 귀 기울이는 자에게만 들리는 생명의 소리입니다.
빛은 곧 생명이므로 빛이 있는 영혼은 살아있는 영혼인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력이 있는 영혼의 빛이 얼굴을 통해 그대로 투영되는 것입니다.
또한 밝은 얼굴이 외부의 빛을 흡수해서 거꾸로 영혼을 밝아지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빛이 없는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이런저런 병이 많습니다.
희망이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빛이 없는 것인 만큼, 자신의 몸을 돌보고 싶은 마음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밝은 기운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안 좋은 일만 생기게 합니다.
우주에 떠도는 어두운 기운을 끌어 모아 빛이 없는 즉, 죽음과도 같은 삶을 살게 되면서도,
그러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거기에서 빠져나오려는 의지도 갖지 않습니다.
내가 살아온 동안 나를 사로잡을 만큼의 밝은 얼굴을 지닌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에서 내린 어떤 아가씨 때문에 나는 그 버스를 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더 오래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버스를 타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던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화사해서 마치 내가 꿈꾸던 선녀를 직접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잠시 황홀함에 도취되었다가 곧 현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녀가 뿜어내는 아름다운 빛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녀는 내가 가끔 예쁘기로 유명한 연예인을 보았을 때와는 너무도 다른,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은 혼란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녀에게 나는 아무 말도 붙이지 못했습니다. 망연자실하게 그녀를 떠나보내면서도 야릇한 흥분이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걸어가는 발걸음도 가벼운 그녀는 뒷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사람에게 그런 얼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그 사람보다 더 밝은 사람은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또 한 번, 환하고 강렬한 빛을 발하는 사람 하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사랑의 마음을 주었고 밝고 온화한 미소로 따뜻한 기운을 전해주고자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을 보면서 예전에 그녀에게서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빛의 근원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과 평화가 그의 마음 안에 가득했기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운 빛이 날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도 멀리 떠나고 곁에 없지만 예전의 그녀와는 다르게 나에게 빛의 여운을 남겨 주었기에 나는 그 빛을 불씨로 삼아 나의 마음에도 사랑과 평화의 불꽃을 지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의 마음에도 사랑과 평화로움이 잦아들고 영혼까지 밝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를 진정 닮고 싶어 집니다. 내가 가진 작은 것이나마 다른 사람과 세상을 비추는 도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빛은 그렇게 해서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인가 봅니다.
권력도 부유함도 없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그 어떤 카리스마를 지닌 것처럼 좌중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들은 진심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사람의 영혼을 공명 시키는 힘을 본인도 모르게 가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들은 한 결 같이 얼굴에서 빛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올바른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맑은 향기가 나는 영혼을 지녔기에 빛으로 사람들을 이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에서도 빛이 나고 윤기가 흐릅니다. 그래서 감추려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고 맙니다.
빛은 감추어지지 않고 드러나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연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럽고 고귀해 보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지켜보며 그 빛나는 사랑을 잘 보듬어 주고 싶어 집니다.
우리의 삶이 항상 기쁠 수는 없지만 어둠이 깃들지 못하도록 마음 밭을 잘 가꾸며 스스로 빛을 발하는 사람들이 되어봅시다.
평화로운 마음과 사랑을 간직해서 저절로 빛이 나는 우리가 되어봅시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며 마음에 예쁜 사랑 하나 키우고 간직하면 어떨까요.
그 <누군가>는 가족일 수도 있고 애인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존경하는 어떤 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얼굴에서도 빛이 나게 될 것입니다.
빛이 나는 얼굴은 나이가 들어도 주름마저 아름답게 보이게 해 줄 것입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을 할 때의 모습도 아름답게 만들어 자태가 고운 사람으로 빛이 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빛이 나는 사람이 많을수록 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빨리 도래할 것입니다.
수많은 전구들로 아름다운 빛을 내는 크리스마스 나무처럼,
우리의 세포 하나하나 마다 꼬마전구를 달아 놓고 어둠을 밝히는 빛의 나무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