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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김나영 Apr 27. 2021

32 < 별을 담은 마음 >

어린 시절, 여름의 더위를 식히려고 시골집에 놀러 가면,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즐겁게 하고 나서 후식으로 수박 한 통을 배불리 나누어먹습니다. 그리고는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추억이 가끔씩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맑은 날, 밤하늘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처음에 별로 많이 보이지 않던 별들이 자꾸만 많아집니다. 숨어 있던 별이 새록새록 나타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은 원래 있던 별인데 어둠 속에서 명암 반응이 높아져, 멀리서 아주 작게 빛나는 별 조차도 하나둘씩 나의 시야로 들어오게 되어서 점점 더 많아지는 것으로 여겨졌었던 것이겠지요. 

어린아이일수록 낮에는 별들이 잠을 자러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밤이 되면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압니다. 별은 언제나 제 위치에서 빛나고 있는데, 다만 낮에는 더욱 강한 햇빛에 가려질 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그런 것이 바로 순수한 아이들에게 동화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 무수히 많은 별을 헤아리며 별만큼 많은 나의 미래의 날들을 예쁘게 수놓으려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렇게 맑은 꿈을 꿀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습니다.

하나, 둘, 별을 세다가 어디선가 나타나, 또 알 수 없는 저 먼 곳 어딘가로 떨어져 내리는 별똥별을 보게 되면,

마치 UFO를 보기라도 한 것처럼 신기함에 마음이 들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밤이 무섭지 않고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빛나는 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별을 세면서, 저 별은 나의 별, 또 저 별은 너의 별, 하며 누구누구의 별이라 연관 짓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와 더불어 별에 특별한 이름 붙이기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저 별은 정의의 여신이고 저 별은 사랑의 수호신이고,

또 저 별은 평화의 사도 등등으로 명명했습니다. 

내 맘대로 아무 별에나 그런 이름을 붙이며 그 별을 바라보면,

정말로 그러하다는 듯 순간적으로 더욱 강한 빛을 발하곤 했습니다.

그때부터의 습관 때문인지 아직도 나는,

나를 정의롭게 하고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게 하며,

평화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수호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런 별들에게 기도를 할 때도 있습니다.

별들에게 마음을 보내고 또 별들의 기운을 느끼는 것입니다.


멀리 있어서 작아 보일 뿐이지만, 실제로 모든 별들이 우리의 지구라는 별의 크기 못지않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어느 별에서는 나와 닮은 존재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상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별들은 또한 강한 생명력을 발산하고 에너지를 우주 곳곳으로 퍼뜨리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다 보면 저절로 별들에게서 어떤 기운을 전해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밤이 되어 해와 잠시 멀어져 있게 된다 해도 해를 대신하여 별빛을 받으며 별들로부터 에너지를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언니는 정말로 별이 너무나 좋아서 천문학자의 꿈을 꾸었고 대학의 전공도 천문학을 택할 정도였습니다. 나는 언니가 그렇게 착할 수 있는 것이 별을 닮아서라는 것을 일찍이 알아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보아 온 나의 언니는 이기심이나 자신의 욕심은 도무지 없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나보다 훨씬 명석하고 끈기 있으며 지혜로운데도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것은 아무것도 챙기려 하질 않는 것이 때로는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나의 언니에 대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언니 자신도 알지 못합니다. 그녀는 칭찬하는 말에 대해서도 익숙해하지 않을 만큼 마음이 겸허합니다. 나는 언니를 보며 별과 연관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빛의 영롱함 속에서 맑은 영혼을 가꾸었을 것이고 우주의 광활함을 느끼며 자신의 존재의 미약함을 또한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나 제자리에서 제 몸을 태워 빛을 발하는 별을 닮아가게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가 별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사실은 모두 하나의 생명을 지닌 행성들입니다. 생성되고 성장하고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며 나름대로의 생명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의 어느 공간에서는 새로운 별들이 수없이 생성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도대체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 것이기에 그 많은 행성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펼쳐져 있을 수 있는 것일까요. 알고 있는 모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가늠해 보려고 하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그리고 그 넓은 우주 속에 있는 수많은 은하계들 중에 속해 있는 태양계, 그리고 그 속의 지구라는 별에서 살고 있는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작고 왜소한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될 뿐입니다.

<우주>의 광대함과 <나>의 극미함이 너무도 대조적인 차이를 느끼게 하며 그 순간, 우주를 창조한 하느님을 생각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어느 종교에 몸담고 있던지 또 어떤 신을 믿고 있던지,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에 대한 경외심이 생기는 것에 대해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어집니다.


그런데 그토록 광대함을 지닌 존재와 내가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면 나라는 존재가 덩달아 얼마나 크게 변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느껴보십시오. 이 세상 그 무엇이 부러워지겠습니까. 

나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주는 존재가 어떤 종교의 지도자도 아니고 정계의 힘이 있는 유력한 그 누구도 아닌, 그보다 훨씬 더 위대한 힘을 지닌 존재이며, 그가 바로 나의 후원자이고 나의 배경이 되어준다고 믿어 보십시오. 그러면 더욱 큰마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존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열고 그 절대적인 파워와 에너지를 지닌 조물주를 느끼려고 영혼에 별빛으로 불을 밝히십시오.

그러면 그가 우리에게 쓰라고 허락한 영적인 어떤 에너지가 한순간에 나의 곁에 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별은 지구처럼 둥근 모양을 가진 행성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별을 그릴 때면 언제나 빛이 퍼져나가는 듯한, 불가사리의 모양으로 그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밝은 빛이 확산되어가는 것을 연상하게 됩니다. 어쩌면 별이라는 것 자체보다 스펙트라(빛의 분광)가 주는 빛의 찬란한 확산에 더 의미를 두기에, 우리의 마음은 늘 별에 대한 신비롭고 영롱한 환상을 지니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음 가득 별을 하나 담고서 찬란하고 환하게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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