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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Dec 27. 2023

젊은 나의 김포공항 스케치

1989~91년 김포공항 

  나는 1988년 12월 4일 금호그룹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입사서류 제출 마감일이 언제인 줄도 모르고 다니던 친구 송성모는 내 전화를 받고 마감일에서야 부랴부랴 서류를 제출했다. 그나 나나 지금처럼 입사 경쟁이 치열했으면 십중팔구 떨어졌을 것이다. 그랬으면 지금쯤 나는 긴 머리에 노래를 짓거나 글을 쓰고 있을 것이고, 그는 영등포나 종로에서 작지 않은 규모의 호프집을 하며 어릴 적 시골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입사를 했다.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용산 데이콤센터에서 항공 예약·운송 관련 여객 서비스 시스템(Passenger Service System) 교육을 받았다. 우리 둘은 교육장 바로 옆 월 15만 원짜리 하숙집에 기거하며 교육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신입의 꿈을 키웠다. 4주 교육을 마치고 이듬해 1월 그룹 입사 동기 200명 중 66명이 아시아나항공에 배치되었다. 나는 고교 후배인 윤상봉, 필리핀에서 유학한 박성한, 그리고 훗날 중국 지점장 근무 중에 괴한의 공격을 받은 이강타 등과 함께 김포공항 여객 운송업무에 투입되었다. 일손이 부족해 우리는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김포공항에 입성했다.


  공항의 운송업무는 발권, 체크인, 출발, 도착 카운터 업무로 구분한다. 발권 카운터는 항공사의 시내 발권사무소(Ticketing office)나 대리점의 발권과는 달리 할인 가격을 적용하지 않는다. IATA 공시가격(Published fare)을 일괄 적용한다. 공시가격이란 국제항공운송협회인 IATA가 공시하는 운임으로 정상운임(Normal fare)이라고도 한다. IATA는 특정 양 도시를 운항하는 정기 항공 노선에 이러한 표준운임을 책정하고 세계 항공사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 공시가격은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항공사는 자체적으로 할인율을 적용하여 시장의 경쟁상황에 맞는 판매가격을 운영한다. 하지만 공항의 발권 카운터는 IATA의 공시가격으로만 판매한다. 지금이야 여행자가 어디에 있든지 모바일을 통해 싼 가격을 찾아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그때는 실물 항공권을 구매해서 공항에 와야 했다. 국제선의 경우 시내에서 할인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매하지 않고 공항에 나오면 공항에서 두 배, 세 배 더 비싼 공시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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