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웃고 있다
부부가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나선다.
아파트 출구 건너편에 널찍한 오피스텔 건축 부지가 눈에 들어온다.
몇 년째 공터로 비어 있다.
언제쯤 건물이 올라가려나.
음. 아파트 정문 앞으로 높은 오피스텔 건물이 올라가면 조망 프리미엄은 사라지겠군.
넓은 공터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둘러쳐져 있는 녹색의 가설 펜스(Fence)에 플래카드(Placard)가 걸려 있다.
"000 아파트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훼손하는 고층 오피스텔의 건축을 결사 반대한다."
펜스 바로 안쪽에서 길이 막혀 나오지 못하는 예닐곱 마리의 오리 가족이 밖을 내다 보고 있다.
"날씨도 추운데 저놈들 옷도 안 입고 춥지도 않나?"
아파트 출구에서 우회전 하며 아내에게 말을 건다.
"쟤들 입고 있는 것이 오리털 파카야."
아내가 대답한다.
나는 지금도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