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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Jan 27. 2024

경제고도 운항을 모니터에서 확인하다

운항경비 1% 절감은 수입 10% 증가

  1978년 미국 카터 대통령이 서명한 항공규제완화법(Airline Deregulation Act)은  이듬해인 1979년 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되었다. 미국은 항공규제완화법을 통해 민간항공의 가격, 노선 그리고 신규 항공사의 시장진입에 대한 정부 규제를 제거하였다. 오늘날 글로벌 항공자유화*의 초석이 된 법안이다. 


*항공자유화(Open Skies)는 노선, 공급, 가격설정에 관한 항공사의 상업적 결정에 정부의 간섭을 제거하여 항공사가 자유재량으로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하며 더 효율적인 항공운송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는 이러한 항공자유화의 전략적 기회를 활용하여 일본 및 동남아시장에 진입하고 시장수요의 규모 확대에 기여해왔다. 


  항공사의 시장진입이 자유로워지면서 미국 항공사의 서울 취항 러시가 시작되었다. 서울-미국 노선에 외항사의 시장진입이 늘어나고 수요 유치를 위한 서비스 경쟁과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 서비스 경쟁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가격 경쟁으로 수입이 감소하면서 미국 노선의 적자 상황이 연출되었다. 수요 유치를 위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 노선은 만석인 상황에서도 적자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인 비상경영(Contingency plan)에 돌입했다. 특히 ‘운항경비 1% 절감은 수입 10% 증가’*의 슬로건을 내세워 조종사에게도 경제고도(Optimum altitude) 운항을 통해 비상 경영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항공 50년사 ‘하늘길에 꿈을 담다’ 


  IVAO Documentation Library(2023)에 따르면, 조종사는 운항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항공기의 연료 효율성이 높은 고도를 유지하여 비행하는데 이 고도를 경제고도라 한다. 경제고도는 최대 연비를 낼 수 있는 고도로 중량과 속도에 따라 달라지며 중량이 줄어들면 경제고도는 높아진다. 즉, 항공기가 운항 중 연료를 소모하여 중량이 줄어들면 그에 따라 최대의 연비를 낼 수 있는 경제고도가 높아지는 원리다. 조종사는 적절한 시기에 단계 상승(Step climbs)을 통해 연비 향상을 도모한다고 설명한다. 


  단계 상승은 비행기가 경제고도보다 약 2,000피트까지 상승하여 수평 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료가 소모되고 무게가 감소함에 따라 경제고도는 비행기의 현재 고도보다 다시 2,000피트 높은 지점까지 증가한다. 현대의 모든 제트기에는 비행관리시스템(FMS, Flight Management System)에  단계 상승 옵션이 있어서 조종사는 경로를 따라 상승을 계획하고 그에 따른 연료 소비 이점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연말과 새해를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12월 30일 뉴욕으로 향했다. 인천에서 뉴욕까지 13시간을 비행하는 먼 길이지만 아들을 응원하러 가는 길은 즐겁다. 비행 중에 먹는 3번의 기내식은 시간 보내기에 좋다. 기내에서 먹는 음식은 맛있다. 나는 그렇다. 그런데 기내식이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주)헤럴드 매거진 REAL FOODS(2019)가 독일 연구기관 프라운호퍼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일정 고도의 기압에서는 미각이 일부 마비돼 단맛과 짠맛의 강도가 30% 정도 낮아져  많은 사람이 맛없다고 느낀단다. 기내식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지상에서보다 간을 훨씬 달고 짜게 했을 것이라고 한다. 


  뉴욕에서 돌아오는 길은 더 멀다. 인천까지 비행시간이 15시간 5분이다. 갈 때보다 2시간 5분이 더 걸린다.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을 마주하며 비행하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더 길다. 지금은 항공기 제작 기술의 발달로 항공기의 항속거리가 늘어났다. A350-900ULR(Ultra Long Range)과 A350-1000 항공기는 비행 거리가 15,349km인 싱가포르-뉴욕 노선과 16,618km인 뉴욕-홍콩 노선을 직항 운항한다. 이들 항공기는 한 번에 16~18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비행 거리가 11,115km인 뉴욕-인천 노선 역시 A350이 운항한다. 


  새해 1월 4일 뉴욕에서 돌아오는 OZ221편은 JFK공항에서 11시 30분 출발했다. 나는 이륙 후 모니터의 에어쇼에 집중했다. 경제고도 운항을 위한 단계 상승을 수행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모니터에는 이륙 후 순항 고도가 10,972m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비행시간 10시간 시점에 순항 고도가 11,582m로 변경되었다. 610m가  상승했다. 이는 순항 고도가 정확히 2,000피트 상승한 것이다. 연료가 소모되고 무게가 감소하면서 경제고도가 현재 고도보다 2,000피트 높은 지점까지 상승한다는 단계 상승을  모니터에서 육안으로 직접 확인했다. 15시간 5분 비행 중 모니터에는 한 번의 단계 상승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뉴욕-인천 노선에서 단계 상승을 통한 경제고도 운항을 수행하고 있었다. 


  IVAO Documentation Library(2023)에 따르면, 보잉 B747은 일반적으로 1년 동안 약 34,000톤의 연료를 사용하는데 항공기가 순항 중에 단계 상승하지 않고 일정 고도를 유지하면 항공기는 경제고도로 비행하는 것에 비해 연료 소모가 10% 증가한다고 한다. 이는 B747을  운항하는 조종사가 경제 고도로 비행하면 연간 3,400톤의  연료를 절감한다는 의미다. 일반 상업용 항공기의 경제고도 운항이 회사의 수익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이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조종사의 경제고도 운항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실질적으로 유효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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