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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Mar 28. 2024

Big 2의 합병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

노선의 독과점 현상

  Big 2의 합병을 노선의 독과점 현상, 소비자 편익의 훼손, 인천공항의 집중화 현상, 그리고 국가의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훼손의 네 가지 관점에서  조명한다. 


  첫째, 노선의 독과점 현상이다. 

  

  “독점은 악이다.” 80세를 눈앞에 둔 이나모리 가즈오가  2010년 2월 1일 JAL의 회장직을 맡아 JAL의 재건을 지휘한 것도 “독점은 악”이라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항공업계 대기업이 ANA 하나만 남아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독점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 그는 JAL과 ANA, 이렇게 2개의 항공사로 건전한 경쟁을 만드는 길을 어떻게 해서든 지켰다. 


  2010년 JAL의 부채 총액은 20조 5천억 원이다. 2022년 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총액은 12조 7,397억 원이다. 2023년 상반기에 13조 732억 원으로 3,335억 원이 늘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부채나 우발채무의 가능성이 존재하여  부채 총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2010년 JAL의 모습이  2023년 아시아나항공의 모습과 닮았지만, 서로 가는 길은  다르다. 하나는 경쟁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독점의 길이다. 


  그럼, 어떤 노선에서 독과점 현상이 두드러지는지 보자. 

  

  국적 LCC의 주력 노선인 일본과 동남아 항공시장은 독과점의 우려가 다른 지역 대비 크지 않다. 물론 현재의 시점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후 Big 2의 합병이 성사되고 시장의 경쟁구도가 대한항공그룹과 독립 LCC의 이분 구도로 전개되면 상황이 빠른 속도로 다르게 전개될지도 모른다. 일본은 국적 LCC의 운송점유비가 55.3%에 달하고 동남아는 34.2%여서 이미 국적 FSC의 운송점유비를 상회한다. 


  그러나 장거리인 미주와 유럽, 그리고 단거리인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장거리 저비용 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가 미주의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그리고 유럽의 프랑크푸르트를 운항한다. 티웨이항공 역시 향후 장거리 운항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LCC가 장거리 운항에서 성공한 사례는 찾아 보기 힘들다. LCC의 효시인 미국의 사우스웨스트나 유럽 최대 LCC인 라이언에어도 장거리인 대서양횡단 노선은 운항하지 않는다. 그들은 거대한 국내시장과 역내시장을 운항하는 것과 국제선은 일부 근거리 관광목적지만 운항한다. 사우스 웨스트항공은 국제선으로 인근 자메이카와 쿠바, 아이티, 도미니카를 운항한다. 미국과 유럽 장거리 노선에서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의 성공적인 진입과 정착을 기원하지만 이들의  장거리 운항 적응력과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기준 미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72.1%를 점유했다. 자국민은 자국의 항공사를 선호하는 성향을 감안하면 합병 이후 미주 노선은 대한항공그룹이 100% 완전독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분간 대한항공은 전략적으로 에어프레미아의 미국 노선 운항이 실제로 성공하는 것을 보여야 하며 또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유럽은 국적 FSC가 49.1%, 국적 LCC가 6.1%를 차지하여  국적항공사가 55.2%를 차지한다. 국적항공사의 운송점유비  55.2%를 국적항공사만 기준으로 놓고 계산하면 합병 이후 유럽노선은 대한항공그룹이 88.9%를 점유한다. 우리는 유럽을 운항하는 국적항공사 중에 대한항공그룹의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는 유럽 여행을 하기 쉽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경쟁하던 시기의 소비자 혜택도 사라진다. 


  그럼, 단거리인 중국은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 노선에서 서로 경쟁하던 대한항공의 운송점유비 21.3%와 아시아나항공의 운송점유비 21.2%가 합병 이후 더해져 42.5%가 된다. 우리 국민이 자주 찾는 단거리 노선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던 두 항공사가 하나가 되었다. 선택권이 소멸했다. 여기에 국적 LCC의 점유비 9.1% 중에서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점유율 3.2%를 빼내 더하면 대한항공그룹의 운송점유비는 45.7%로 늘어난다. 이를 국적항공사만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대한항공그룹의 점유비는 88.6%로 늘어난다. 중국 노선 역시 자국민을 대상으로 심각한 독과점 체제가 형성된다. 


  우리가 국적항공사를 이용하여 해외 여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대한항공그룹은 미주와 유럽, 그리고 중국 노선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미주는 100%, 유럽은 88.9%, 중국은 88.6%를 독점한다. 미주, 유럽, 중국 노선에서 국적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그룹에 맞설 경쟁사가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미주와 유럽, 그리고 중국 노선은 우리의 항공 당국이 경쟁요인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이들 노선에서 대한항공그룹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는 여행하기 쉽지 않다. 특정 노선에  이러한 독과점이 형성되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항공운송은 대형 항공사의 시장지배적 영향을 받아 통제적 성장 기조가 유지되며 그 연관 산업의 성장 역시 제약을 받는다. 항공운송은 항공 그 자체의 성장보다도 관광, 제조업, 외국인직접투자(FDI), 그리고 서비스 부문을 포함한 수출 및 여타 경제 분야의 성장을 지원하여 국가 전체 GDP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우리는 독과점을 적극적으로 해소하여 항공사 간 경쟁을 통해 제공되는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고 또 관광과 교역을 촉진하여 전체 GDP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럼, 미주와 유럽, 그리고 중국 노선에 경쟁요인을 투입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미주와 유럽 장거리 노선은 에어프레미아 등 장거리 저비용 항공사가 Big 2의 합병에 의한 경쟁 소멸을 차단하고 보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합병  이전 아시아나항공이 했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 그리고  중국은 한·중 항공자유화협정을 체결하여 대한항공그룹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국적 LCC의 시장진입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항공자유화협정에서 양 체약국 항공사는 양국 간의 모든 노선에 대한 진입, 운항 횟수, 공급력 결정이 자유롭다. 항공자유화는 경쟁을 촉진하여 항공료가 낮아진다. 시장 규모는 커지고 항공사의 효율성이 증가한다. 자유로운 경쟁환경에서 항공사는 소비자 혜택을 증진한다. 아울러 항공 부문  그 자체보다 GDP 성장에 훨씬 더 기여가 큰 국제 관광과 교역, 그리고 기타 관련 산업을 촉진한다. 


  주목해야 할 주요 성장시장 중 하나는 중국 지방도시의 중산층 수요다. 지방도시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면서  중국 지방도시의 해외관광이 호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낮은 가격을 제공하는 LCC를 선호한다. 해외관광을 위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의 허브공항으로 이동하여 대형 항공사의 자리를 채우는 데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지방도시-지방도시 간 직항로 개설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중국관광아카데미(2016)에 따르면, 중국 해외여행자의 절반은 2선, 3선 지방도시의 출발이다. 여객 수요의 빠른 성장은 개발을 완료한 중국의 동부 해안지역보다 지방도시에서  이루어진다. 해외 여행수요가 지방도시에서 최종 목적지로  바로 가게 되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주요 허브 공항의 수용력 부족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한·중 지 방도시 간 항공자유화협정을 체결하여 양국 간 지방도시를 서로 연결하면 허브공항의 집중화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지방도시의 관광잠재력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중 지방도시 간 항공자유화는 2019년 12월 국토부가 국적항공사 경쟁력 강화방안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이제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위에서 Big 2의 합병으로 독과점이 우려되는 미주, 유럽, 중국 노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미주, 유럽노선에서 는 아시아나를 대신할 장거리 저비용 항공사의 지원을 통해  시장경쟁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 노선에서는 한·중 항공자유화협정 체결을 통해 양국의 지방도시와 지방도시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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