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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택 Apr 06. 2024

Big2의 합병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2)

소비자 편익의 훼손

  둘째, 소비자 편익의 훼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서로 경쟁하는 노선에서 자사 항공편의 탑승률을 올리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다. 마일리지 추가 제공 등 각종 유인책을 써서 수요 선점에 나선다. 비수기에 항공기 좌석이 비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면 대한항공에 이미 좌석을 확보했거나 혹은 대한항공에  좌석확보를 시도 중인 단체수요를 포착한다. 그 담당 여행사를 회유하고 협박(?)한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기어코 빼 오고 마는 전쟁 같은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격할인으로도 수요의 전환유치가 어려우면 PF Ticket이라는 괴물 같은 판촉용 무료항공권을 판매 수단으로 사용하여 여행사를 설득한다. 


  신규수요 유치와 경쟁사 수요의 전환유치를 위해 가격 경쟁과 서비스 경쟁을 벌인다. 항공사로서는 수입이 감소하고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지만 여행자와 여행사는 편익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산업은행과 의기 투합하여 아시아나 인수를 결정한 그 순간부터 경쟁은 사라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협력 모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작년 8월 인천-뉴욕 항공권 구매를 위해 양사의 홈페이지에서 각각의 항공료를 검색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공동의 협력 단계에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 합병 이전에는 두 항공사의 경쟁노선에서 아시아나가 대한항공보다 비싼 적은 없었다. 이것을 아시아나는 후발 항공사의 숙명으로 생각해 왔다. 


  이렇듯 대한항공 대비 할인된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지위는 카드회사의 마일리지-포인트 거래 시장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자사의 M포인트를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할 때 대한항공은 1마일당  25포인트를 공제하고 아시아나는 1마일당 20포인트를 공제한다. 아시아나의 마일리지 가치가 대한항공보다 20% 할인되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나의 시장지위는 대한항공 대비 가격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인천-뉴욕 구간 가격을 비교했던 시점에서 1년이 지났다. 그간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현재 시점에서 양사의 가격을  확인해 보자. 다만, 작년에는 미주의 인천-뉴욕 노선 가격을  비교했고 이번에는 유럽의 인천-파리 구간을 비교했다. 2023년 10월 22일 인천에서 출발하고 10월 29일 파리에서  돌아오는 항공편의 아시아나 가격은 2,317,800원이며 대한항공의 가격은 1,882,600원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보다  40여만 원이 더 싸다. 합병 이전 양사의 가격정책을 지금은 그 반대로 뒤집어서 구사하고 있다. 대한항공보다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던 아시아나 선호 고객들은 허탈하다. 그간 20% 할인된 경쟁 구도에 익숙했던 고객들은 이제 아시아나의 더 높은 가격을 보고 당황한다. 


  ‘대한항공이 더 싸다!’라는 고객 인식을 시장에 심어가는 과정일까? 아시아나항공 선호 수요를 외항사로 유출하지 않고 대한항공으로 묶어두는 전략일까? 어차피 하나의 우산이니 예전과 같은 가격경쟁으로 경쟁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수요 선점을 위한 경쟁 사유가 제거되었으니 가격을 할인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하여 부채를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야겠다. 이는 대한항공 역시 환영할 일이다. Big  2의 합병으로 소비자의 가격부담만 늘어나게 생겼다. 


  가격뿐만이 아니다. Big 2가 합병하면 그동안 단독 운항했던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두 항공사가 경쟁했던 모든 노선은  중복 운항 노선이 된다. 이러한 중복노선에서 공급을 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중복노선의 과잉 공급을 조정하여  핵심 노선에 투입하면 항공사로서는 운항 효율성이 증가한다. 소비자로서는 어떤가? 다양한 스케줄 편의를 누렸었는데  선택권이 줄었다. 중복노선에서 운항 횟수와 공급력이 조정되니 가격은 오를 것이고 소비자 돈은 더 나가게 생겼다. 


  2021년 3월 22일부터 30일까지 9일 동안 수도권 여행사의 임원과 간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모바일  자기기입식 설문 조사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총 83부를 배포하여 48부를 회수하였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업계가 모두 어렵고 힘든 시기에 진행한 설문 조사여서 회수율이 낮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한·중 노선 독과점 체제에 의한 여행사 영향’을 묻는 설문에 대한 응답자의 기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시장의 공급조정을 통한 항공료 인상 우려 

  · 전체 상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모객 부진 및 수익성 악화 

  · 성수기 좌석공급을 무기로 비수기 좌석의 책임 판매 압력 

  · 하위 클래스 좌석확보의 어려움으로 원가 상승 및 수요의 중국 이전 


  수도권 소재 여행사들 역시 항공 소비자로서 Big 2의 합병이 한·중 노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였다. 여행사들은 중복 노선의 공급력 조정으로 인한 항공료 인상, 그에 따른 전체 상품가격의 상승, 그리고 이것으로 인한 타 목적지의 경쟁 상품 대비 모객 부진, 원가 상승에 의한 수익성 악화, 성수기 좌석 확보의 어려움, 그리고 하위 클래스 확보를 위한 경쟁 등을 합병의 영향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저렴한 가격과  원활한 좌석 공급을 찾아 수요가 중국 항공사로 이전될 것을 우려하였다. 두 항공사가 가격과 스케줄로 경쟁하던 시기에 여행사가 누렸던 편익의 기회 역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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