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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Vanishing

by 충칭인연

뮤지컬 배니싱 관람을 위해 대학로의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을 찾았다.

그간 뮤지컬이라는 공연문화에 서름했지만 이제 친해지고 싶다.

송도는 서울의 공연문화에 접근성이 낮다.

변방인 그곳에서 마포를 가도, 강남을 가도 평균 1시간 반이 소요된다.

대학로를 향하던 지난 12일은 2시간이 걸렸다.

선탑자이신 안주인은 옆에서 내내 눈을 감고 평온한 모습이다.

극장 주변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벌써부터 피곤함이 밀려온다.


인천대입구역에서 여의도까지 30분이면 간다는 GTX B노선.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으니 개통은 하세월이다.

서울 접근성으로 보면 송도는 외딴 섬이다.

서울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면 좋은 점이 많다.

송도는 주거 및 생활 편의성이 높고 도시 및 물의 경관이 아름답다.

해외를 자주 여행하는 경우라면 송도의 인천공항 접근성은 매우 우월적 매력을 지닌다.

하지만 서울 가는 날이면 송도의 매력은 순식간에 사그라진다.


검표 여직원을 통과하여 극장 안으로 들어선다.

다른 관객들과 함께 입장한 후 자리를 찾아 앉는다.

앉자마자 휴대폰을 호주머니에서 꺼내고 습관처럼 이것저것을 검색한다.

입구에서 검표하는 여직원은 2~3분 간격으로 극장 내부로 고개를 돌려 사진을 찍지 못하게 안내한다.

아직 공연 시작 전인데 무대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하니 야박하다.

무대에 커튼을 설치하면 저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텐데.

극장의 좌석은 447석이니 중극장의 규모다.

오후 4시 공연인데 전좌석의 80~90% 정도가 찼다.

관객의 대부분은 Z세대로 2~30대의 젊은 여성들이다.

많은 관객 중에 남성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타깃 수요층이 2~30대 여성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뮤지컬 배니싱의 출연 배우는 3명의 남성으로 구성한다.

문외한이지만 평가를 한다면, 이들은 매우 절제된 발성법을 사용하여 고음을 소화한다.

음의 높고 낮음을 오가며 감정의 몰입을 호소하지는 않지만 노래를 안정적으로 참 잘한다는 생각이다.

저녁 7시 공연에는 옆에 비어있는 좌석도 가득 찰 것이라는 느낌이다.


천둥과 벼락소리, 그리고 번개의 섬광으로 시작한 공연은 110분 동안 계속된다.

공연이 끝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일어나 3인의 배우에게 격려와 환호의 박수를 보낸다.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높은 수준의 Z세대.

그들은, 항공료는 8만 원짜리 항공권을 찾아 아끼지만 현지 맛집에서는 30만 원짜리 음식을 찾아 그 문화를 즐긴다고 한다. 국내 유명 온라인 여행사 CEO가 Z세대의 상품구매 성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들의 문화관광 특성을 그렇게 묘사하였다.

사실 나는 공연 도중 순간 순간 졸았다.

먼길을 운전하느라 지쳤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안주인께서는 감동을 받아 자칫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한다.

여성들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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