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에 대하여 2. 어떤 영유를 선택할 것인가

by Jay

수많은 고민 끝에 영유를 보내기로 결정하였더라도, 그중에 어떤 곳을 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또다시 필요해진다. Circle of life 대신 Circle of worries가 시작되는 것이다. 누가 처음으로 정립한 정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체계적인 것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답게 영유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① 학습식 영유는 reading, writing, listening 등의 영어 학습에 방점을 두며, 진도에 맞추어 학습을 시키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하는 등 소위 말하는 '영어 학원'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영유를 말한다.

② 놀이식 영유는 수업보다는 노래, 미술, 연극 등을 통해 놀이 중에 자연스레 영어를 접하게 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영유라고 한다. 놀이식 영유에서는 대부분 영어를 100% 사용하지는 않고 한국인 담임이 한국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생활하되, 영어를 좀 더 친숙하게 느끼게 해 주는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③ 절충식 영유는 학습식과 놀이식을 섞어서 어린 나이에는 놀이와 체험 중심으로 영어를 배우다가 7세쯤에는 학습식 영유처럼 학습에 방점을 두고 reading 등을 중점적으로 하도록 바뀌는 영유를 말한다고 한다.

개념 정의도 어렵지만, 어떤 영유가 학습식인지/놀이식인지/절충식인지는 누가 정하는 것이며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통상 폴리는 학습식 영유, 메이플베어는 놀이식 영유, 알티오라나 SLP는 절충식 영유라고들 한다. 어떤 영유를 보낼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 분류는 정확한 것은 아닐지언정 영유의 분위기를 파악하게 할 정도의 가늠자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자녀가 진득하게 앉아서 영어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싶은 부모는 학습식 영유를, 자녀가 영단어는 잘 몰라도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활동적으로 노는 것을 보고 싶은 부모는 놀이식 영유를 선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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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갖던 부모들도 영유의 엄청난 아웃풋(?)을 목격하고 나면 영유를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고들 한다. 각종 블로그, 맘카페, 유튜브 등에는 꼬마아이가 유창하게 영어로 발표를 하거나 어려운 영어책을 읽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아이들을 보게 되면 입이 떡 벌어지며 우리 아이만 뒤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조바심이 들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습식 영유를 다닌 아이들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영어 공부에 쏟아부은 아이들이 그만큼의 결과를 얻어가는 것은 응당 '합리적'이다. 다만 이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한때 뉴스를 달구었던 '4세 고시'는 대치동 유명 영유인 '게이트'의 입학시험을 뜻한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영재 테스트를 통해 상위 5% 이내에 들어야 하며, 이를 통과한 후에는 별도의 입학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하는데 이를 일명 '4세 고시'라 부른다. 영재들만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영유에의 합격은 부모의 자랑거리이자 일종의 트로피가 되었으며, 실제로 게이트에 다녔던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보면서 게이트를 보내려는 부모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부모들은 자녀에게 게이트 입학시험을 위한 영어 과외를 시키거나, 레벨테스트 통과를 위한 입시학원(?)을 보내는 등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어린아이를 지나치게 공부 스트레스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지자 발 빠른 정치권에서는 36개월 미만 아이에게 영어교습을 금지하는 일명 '영유금지법'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뉴스를 보는 순간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자체를 없애버렸던 과거가 오버랩되며 실소가 새어 나왔다. 문제가 생기면 답을 고민할 일이지, 문제 자체를 없애버리다니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강제로 없애버린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게 될 뿐이다. 과외금지법을 시행했을 때 암암리에 과외가 더욱 성행함으로써 과외비만 치솟았던 것과 같이, 영어 유치원이 없어지면 되려 이보다 더한 반작용이 올 것이다.

어찌 됐든, 위 법은 아직 계류 중일 뿐이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이 논의될 정도로 영유의 학습법이나 학습량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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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녀를 영유에 보내기로 결심한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듯이, 학습식 영유를 보내야겠다는 것까지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아이의 영어 시험 점수 향상을 바랐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quality control을 믿고 있는 사람이고, 스타벅스, 맥도날드나 마찬가지로 체인점이 많고 어느 정도 명성이 쌓인 곳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영유는 당연히 국내에서 체인점이 가장 많은 '폴리'를 보내려고 생각했고, 별 고민할 거리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직장 때문에 이사를 온 동네는 매우 외진 곳이었고, 다닐 만한 거리에 폴리를 비롯한 대형 프랜차이즈 영유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주변의 다른 영유들을 알아보고 한 곳을 선택했다. 보통은 여러 영유의 설명회들을 돌아보고 장단점을 비교해서 아이가 다닐 영유를 고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었고, 오로지 "우리 동네까지 셔틀이 오는지"를 유일한 기준으로 영유를 선택했다.(그것조차 쉽지 않았고, 여러 군데 전화하여 거절당하다가 한 곳에서 열띤 협상 끝에 간신히 셔틀을 얻어냈다.)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영유였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오직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단 하나 있는 영유는 다행히 큰 규모의 건물을 통째로 쓰는 곳이었고, 좋은 시설 때문에 학원 같지 않았다. 다만 내 바람과는 달리 그 영유는 완전한 '놀이식 영유'였다. 숙제는 당연히 없었고, 여러 가지 활동과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었다.


영유가 처음이라 적응이 힘들지는 않을까 했던 우려가 무색하게 아이는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아이가 잘 적응하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나도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서툴게 연필을 쥐던 아이는 어느새 제법 대문자, 소문자에 맞춰 제법 알파벳을 쓸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아이가 과정을 잘 따라오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에 막연히 잘하고 있겠거니-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학부모 참관 수업으로 영유를 방문했다. 아이들은 서툴지만 예쁜 모습으로 준비한 것들을 해 나갔다. 그런데 나는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내 아이야 아직 1년밖에 안 다녔다고 해도, 그보다 2년을 다닌 한 살 많은 아이들도 영어를 그다지 잘하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식 영어발음(?)을 구사하며 외운 듯한 부자연스러운 발화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바라던 수준은 이게 아닌데, 계속 이곳에 아이를 보내도 되나-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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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학습식 영유가 가성비가 제일 좋고, 놀이식 영유를 보내기로 하였으면 영어에 대한 아웃풋은 별로 기대하지 말라는 말은 다른 육아 선배님들께 숱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2년 넘게 영유를 다녀도 영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면, 내가 아무리 아웃풋을 내려놓았다고 해도 이는 내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영유를 보내며 원하던 것은 아이가 유치원생임에도 초등학교 아이들이 읽는 수준의 영어책을 읽고, 단어시험을 봐서 100점을 맞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reading이나 writing에 매몰된 교육을 시키고 싶지는 않았고, 단지 영어로 듣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길 바랐다. 그러나 영유에서 하루에 단 몇 시간 동안 영어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listening과 speaking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고, 한편으론 기대를 너무 많이 했다. 유치원을 좋아하며 잘 다니는 아이의 모습에 영유를 보내려고 했던 이유를 망각하고 신경을 꺼 버린 것이다.


나는 영유에 대해 원하는 것이 명확했기에, 고민 끝에 결국 새 영유로 옮겼다. 역시나 셔틀 문제로 다닐 수 있는 영유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결국 찾아냈다. 새 영유를 굳이 분류하자면 ‘절충식 영유’였다. 새 영유 역시 숙제가 많거나 학습에 중점을 두는 곳은 아니었지만, 영어만 사용하고 영어로 말을 많이 시키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니즈에 부합했다(전 영유에서는 한국인 담임과 외국인 담임이 한 반을 맡았었지만 새 영유에서는 외국인 담임이 소규모의 아이들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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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식을 보낼 것인가/놀이식을 보낼 것인가는 여전히 부모들의 중요한 화두이다. 이에 대한 나의 조언은 추구하는 목적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바라는 영어의 아웃풋이 어느 정도인지, 영유를 보내는 목적이 영어 학습에 있는지 아니면 다른데 있는지 말이다. 실제로 아이를 영유에 보내는 부모들의 동기는 단편적이지 않다. 건물이나 위치 등 영유의 환경이 너무 좋아 영유를 선택한 부모도 있고, 국공립 일유에 떨어져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영유에 보낸 부모도 있다. 영어 아웃풋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모들은 그 니즈에 맞춘 영유를 선택하면 된다. 이전에 다녔던 영유는 결코 학습을 강요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곳이었다. 시설 좋은 유치원을 다니면서 영어와 조금 더 친숙해지길 원하는 정도의 동기로 영유를 찾는다면 이전의 영유 같은 곳이 딱 부합한다. 한편 영어 학습 효과를 바라는 부모들은 원하는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영유를 찾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어떤 학습을 원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AR 지수가 높은 책을 읽거나 선행학습처럼 영어를 미리 시키고 싶은 부모는 그에 맞는 영유를 선택해야 할 것이고, 하루 종일 영어를 듣고 영어로 말하기만 하면 쓰기 같은 건 상관없다는 나 같은 부모는 그에 맞는 영유를 고르면 된다.


아이의 특성 파악도 중요하다.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아이에게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 영어 노래를 듣고 있는 것조차 고문이 될 수도 있고, 가만히 앉아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배움에 목말라하는 아이에게는 어떤 사물의 영어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이 기쁨이 될 수도 있다. 학습식 영유가 아이의 정서 발달을 해치고 학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그 역시 아이의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나는 항상 학교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 엄마를 졸랐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내게는 유치원이 너무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한글은 5살에 떼었고, 유치원 과정은 시시했다. 뭐라도 모르는 것을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배움에 목말랐던 나 같은 어린이에게는 오히려 영유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을 것이다.(나는 가끔 어릴 때부터 배움의 기회를 잡은 내 아이가 부럽다) 내 아이 역시 조용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며, 영유에서 숙제가 나오면 혼자 다 한 뒤 숙제가 더 없나 찾는 아이였다. 그렇기에 큰 고민 없이 새로운 영유로 옮길 수 있었다. 오히려 학습적인 분위기를 더 강조하는 영유가 우리 아이에게는 잘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수업을 받아도 습득력이 다 다른 것처럼, 사실 어떤 영유를 보내는지는 영어 학습에 있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영유에서의 시간을 아이가 잘 흡수하도록 집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의 가이드일 수 있다. 소위 엄마표 영어라는 것들을 실천하고 있는 부지런한 엄마들에게는 못 미치겠지만, 영유를 옮긴 이후부터는 하루에 몇 마디라도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생각보다도 더 아이는 영어로 말을 하고 싶어 했고, 내가 영어로 질문을 하면 영어로 대답하려고 노력한다. 아마도 영어로만 대화하는 영유에서의 환경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직은 효과를 논하기 이르기에, 새 영유가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뒤에 따로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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