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에 대하여 3. 언제 영유를 보내야 하는가

by Jay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영어 환경에서 키우려고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어린이집 졸업 후 유치원을 보내려고 할 때 본격적으로 영유를 보낼 것인지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유아교육법은 한국나이로는 5세, 만으로는 3세부터 비로소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유아교육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유아”란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를 말한다.

2. “유치원”이란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이 법에 따라 설립ㆍ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

제11조(입학) ①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는 사람은 유아로 한다.



따라서 보통은 한국나이로 5세가 될 때 영유 입학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영유에서도 '한국나이 5세 반'이 가장 아랫반으로 구성된다.(물론 요즘에는 영어 '유치원' 말고도 '놀이학교'라는 이름 아래 만 3~4세의 어린 나이에도 원어민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긴 하다.) 영유 중에는 모집인원 미달이나 기타 사정들에 따라 5세 반이 편성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영유에 대한 수요는 한국나이로 6세, 7세 때 가장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이를 영유에 언제 보내야 할까? 5세? 6세? 아니면 7세?


다른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각종 블로그 영유 카페 등을 둘러보았더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어조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웠지만, 저마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증편향을 기반으로 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유를 몇 세에 보낼지 고민하는 부모들은 이미 조기 영어교육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감하고 있는 상태였고, 엄마표 영어를 하는 등으로 영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6세 또는 7세에 영유를 시작한 엄마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6-7세에 영유를 시작해도 영어능력을 키우기에 충분하고, 오히려 가성비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5세 때부터 영유에 보낸 부모들은 5세 때 시작하는 것과 6, 7세 때 시작하는 것은 아웃풋에 있어 차이가 있다며, 한 살이라도 어린 5세에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나중에 영유에 진입할수록 적응이 어려울 수 있고 영어를 거부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서두르라고도 했다.

어떤 부모들은 영유에 더 오래 다닌 또래 친구와 비교하며 '1년 빨리 영유에 보냈더라면 내 아이도 저 아이만큼 영어를 잘했을까'라는 아쉬움에 7세보다는 6세, 6세보다는 5세를 추천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각자 내 방식이 옳다고 믿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 강한 자기 확신을 얻기 위해 주변으로부터 너는 잘하고 있다고, 네 방법이 맞다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할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작은 위안과 공감을 얻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또한 다들 그러한 결정을 통해 어느 정도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성공했기에 주변에도 같은 선택을 권하는 것이리라. 다만, 어떤 조언을 참고할 때는 항상 case by case, 애 by 애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나는 아이를 5세에 영유에 입학시킨 경우였다.

몇 년 후 다시 미국으로 나가 살게 될 가능성이 약간이지만 있었고, 그때 아이가 미국 학교에 잘 적응하게 만들려면 되도록 미리부터 준비를 해 놓아야 했다. 가능한 가장 빠른 나이에 아이를 영유를 보내고자 했고, 알아봤던 영유에 5세 반이 개설조차 되지 않는다고 하여 아이를 6세 반으로 한 학년 월반시키면서까지 이른 시기에 영유를 시작했다. 새삼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엄청 극성인 엄마로 비쳤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 간에도 이견이 없었다. 오히려 생활 속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남편이 나보다 더 영유에 적극적이었다. 아이도 미국에서 한국으로, 또 한국 내에서 여러 곳을 이사 다니며 어린이집을 몇 차례나 옮겼던 터라 영유를 가보자고 했을 때 큰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았다.


아이에게 별다른 적응 이슈는 없었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인했고, 별 어려움 없이 한 살 많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적 있듯이 내 아이가 5세 때 다닌 영유는 완전한 놀이식 영유로 영어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는 곳이었기에 아이가 잘 지냈던 것일 수도 있다. 그 반대급부로 영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거나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등의 영유 효과를 목격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나 역시 5세에 영유에 입학하는 것을 권할까? 내 경험을 토대로 조급히 결론 내리기 전에, 조금 더 생각이 필요한 이슈들이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한글도 완전히 익히지 못한 어린 나이에 영어를 가르치게 되면 자기 표현력이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어 정서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지적은 영유가 중고등학생 때 다닐법한 '영어 학원'으로 기능함을 전제로 한다. 5세(심지어 만으로는 3~4세의 어린 나이이다)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내며 스펠링을 외우게 하고, 단어시험을 보는 것은 일견 과도해 보인다.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비로소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ECC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숙제나 시험 같은 스트레스는 일절 없었다. 중학생 때 친구에게 '유명한 A 영어학원은 하루에 단어시험을 100개씩 보고 틀린 개수만큼 손바닥을 때리는데도 들어가려는 애들이 줄을 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겁했던 기억이 있다. 돈을 얹어준다 해도 그런 학원에 다닐지 고민될 것 같은데, 고작 중학생에게 그 정도로 암기를 강요하고 스트레스를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 싶었다. 하물며 그런 짓을(?) 5세 아이들에게 시킨다면?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한국 부모들의 비틀어진 교육열과 과도한 선행학습의 전형적인 단면으로써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를 영유에 보내는 내부자 입장에 바라볼 때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조기 영어교육의 부정적인 측면들만 지나치게 과장하여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겪어본 영유에서는 스트레스가 될 만한 정도의 과제나 시험 같은 건 없었고(학습식 영유를 보냈더라면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수 있다), 아이는 유치원 생활을 정말 즐거워했다. 큰 규모의 좋은 시설과 텃밭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놀았기에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를 함께하는 시간이 추가되었을 뿐, 한국인 선생님이 기본적 생활을 한국어로 도와주었기 때문에 언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없었고, 도리어 내가 '아이가 유치원에서 한국말만 쓰는 것이 아닌가' 조바심이 났을 뿐이었다.

6세에 보낸 두 번째 영유는 시설이 작았고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환경이었지만, 아이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며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한 표현력을 채우기 위해 영어를 배우려 스스로 노력하는 길을 택했다.(거듭 말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주체적이고 강인하다) 아이는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하기 위해 종종 나에게 영어 표현을 물어보았고, 새로운 문장을 알아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듯 보였다.


내 아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영어 ‘학습’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숙제나 스펠링시험 같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나는 학습식 영유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숙제나 시험공부를 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사고의 수단인 '언어'이지 '영문학'이나 '영문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아기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엄마', '아빠' 등 말을 해보라고 하지, 엄마를 써보라고 자음과 모음을 알려주지 않는다. 영어도 똑같다. 영어를 접하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아이에게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아이들과 같은 선상에서 영어를 교육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영유를 보내는 것은, 집에서 영어만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영유에서라도 되도록 영어를 많이 듣고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이가 엄청나게 명석하여 영어로 작문하는 법까지 마스터한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사실 아이가 단어 스펠링 따위를 다 틀린다 한들 내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 건 speaking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후에, 교육과 학습이 가능한 '학교에 다닐만한 나이'가 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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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론은 '각자 추구하는 목적과 아이의 성향에 따라 영유에 적합한 나이도 달라지게 된다'는 재미없고 교과서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교과서 속에는 항상 답이 있기 마련이다.


정답 위에 내 생각을 좀 더 첨언해 본다.

영어를 익숙하게 만드는 것을 본위로 생각한다면, 5세든 몇 세든 어린 나이여도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린 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조기에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이 영어능력을 명확하게 향상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갑론을박이 벌어지지만, 어릴수록 사고가 유연하고 어른에 비해 언어 습득이 쉽다는 것은 대체적인 정설이다. 각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부모를 만나 이중언어에 자연스레 노출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언어를 모두 배운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린 나이부터 다른 언어를 배운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특별한 정서적 문제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적어도 대소변 정도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결할 수 있고 자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정도는 되어야 영유에서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즉, care보다는 education이 가능하고 필요한 상태여야 영유를 시작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며, 이에 해당하는 구체적 나이가 5세 일지, 6세 일지, 7세 일지는 각 아동의 발달상황이나 가정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쨌든 영유의 교사들은 보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므로, 아이의 발달과정에 대한 섬세한 개입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학습 아웃풋을 내는 것이 아이를 영유에 보내는 목적이라면, 5세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단어의 스펠링을 암기하고, 철자에 따른 영단어를 읽는 것은 버거울 수 있다. 물론 습득력이 엄청나게 빠른 아이라면 오히려 이른 나이에 영유에 입학하여 영어를 배우는 것을 즐거워할 수도 있다. 그런 아웃라이어들에게는 영유를 시작하는 나이가 5세였는지 6세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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