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Feb 22. 2016

NYCL#3 어느 대법관의 죽음

    2016. 2. 13., Justice Scalia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오늘, 2016. 2. 20., 그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학교를 가기 전에 습관처럼 틀어놓은 뉴스 채널에서 Scalia의 장례식이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흥미가 들어 뉴스를 검색해보니 오바마 대통령의 참여 여부로 논란이 있던 모양이었다.(오마바 대통령은 장례식엔 참석하지 않고 하루 전인 19일에 연방대법원을 방문하여 조의를 표했다고 한다.) 비록 오마바 대통령은 불참했지만, 워싱턴 DC의 바실리카 국립대성당에는 정계 주요 인사들을 포함하여 수천 명이 운집하여 고인을 애도했다.


    대법관의 재직 중 사망이란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종신직인 미국의 연방대법관들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대법관에 대해 6년 연임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정년을 70세로 법정하고 있다. 연임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2회 동안 연임한 대법관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1990년대 이후에 임명된 대법관의 경우 연임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으며 모두 6년의 임기 내로 직무를 끝마쳤다. Scalia 대법관의 경우 1986년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었다고 하니 약 20년을 대법관으로 재직한 셈이다.


    긴 재임기간 때문인지,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의 대법관들에게서는 각각 뚜렷한 정치적, 사상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Scalia의 경우 보수의 선봉장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는 낙태와 총기규제에 대해 반대하였으며,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의견을 제시하였고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법 해석에 있어서는 textualism을 이끌며 문언에 기반한 해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생전의 Justice Antonin Scalia, thefederalist.com에서 발췌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보다 대법관 개개인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대법관은 개인의 정치적 성향 등을 법복 속에 감춘 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되는  듯하다. 반면 Scalia 대법관의 타계 소식은 미국 정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현재까지의 미국 대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 5, 진보 4로 보수파가 약간 우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수파였던 Scalia가 타계함에 따라 이후부터는 보수 4: 진보 4로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므로, 후임 인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현재 재임 중인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다. 만일 진보 인사를 후임으로 임명할 경우 연방대법원이 진보 쪽으로 기울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이에 따라 미국 공화당에서는 Scalia가 최악의 시기에 유명을 달리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공화당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헌법상 주어진 권한에 충실할 것이라고 응수하였다. 실질적으로 여러 명의 후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기엔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대법관의 죽음이,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으며, 향후 적어도 20여 년간의 미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Scalia 대법관은 본인이 이렇게 혼란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지금 미국에서는 어느 대법관의 죽음이 누구보다도 중요하고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NYCL#4 yoga and meditati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