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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17. 2016

New York City Life

Prologue - 다채로운 도시, 뉴욕

    영하 14도. 현재 뉴욕의 기온이다. 체감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내려갔다. 낭만적일 것만 같은 발렌타인 데이 이브의 뉴욕은, 한마디로 오싹하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2월 중순에 영하 22도인, 칼바람이 몰아치는 살벌한 뉴욕 풍경을.


    뉴욕에 거주한 지도 어느덧 7개월이다. 이곳은 참으로 다채로운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Sex and The City에 나오는 브런치나 싱글라이프, 화려한 밤거리가 뉴욕의 전부가 아니다. 이 도시에는 모든 다양성이 모여있다. 패션을 원하는 사람, 고급 레스토랑을 가고싶은 사람, 뮤지컬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 뉴욕 필하모닉, 월스트리트에 미국 최고의 로펌들까지. 무엇을 원하든지 모두에게 공정한 도시가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인지 뉴욕을 찾는 관광객수는 어마어마하다. 연간 약 5000만명의 관광객이 뉴욕을 방문하며, 작년(2015년)에는 약 5800만명이 다녀가서 기록을 갱신했다고 한다. 같은 해 한국 전체 방문객이 약 130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엄청난 수치다.


    나는 소호에 살고 있다. 귀찮아서 우연히 들른 동네 음식점이 맛집이라고 TV에 방송되기도 하며, 패스트푸드를 사려고 해도 관광객들 때문에 줄을 서야하는 곳이다. 쇼핑을 하고 싶으면 걸어서 5분만 나가면 된다. 샤넬, 버버리 등 온갖 명품 브랜드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거리는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편리하면서도 불편한 역설이 공존한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매번 생경한 얼굴들이다. 거주민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같은 거리를 수십번 걸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낯선 도시에 와서 살고 있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난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녀본 편이다. 대학교 새내기 때 첫 배낭여행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도시들을 홀로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막상 관광객이 아닌 "거주민"이 되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도시에서 살아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일이자 행운인 것 같다. 비로소 이 도시 전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 좀 건방지려나. 계기는 유학이었다. 이 도시에 있는 학교로의 유학이 결정된 때에는, 썩 좋지많은 않았다. 내가 꿈꾸던 미국의 대학생활이 이곳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던가, 바게트 빵을 바구니에 담고 자전거로 아침 거리를 누빈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이 대학엔 교정 자체가 없다. 울타리도, 별다른 출입문도 없으며, 잔디밭 같은게 있을리 만무하다. 일반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건물들이 밀집해 있으며 그게 학교의 전부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 누구보다도 뉴욕에 오기로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수많은 경험을 하고 보고 듣고 배우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차차 풀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아직도 이 도시에는 못해본 것들과 해봐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지만, 브런치를 즐기는 느긋한 뉴요커들처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시도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내 이런 주관적인 경험들을, 함께 공유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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